커버스토리 제 1287호 (2020년 07월 29일)

[미래형 점포] 배민, 스마트 오더로 주문하고 로봇이 서빙…레스토랑도 ‘비대면 시대’

기사입력 2020.07.27 오후 03:24

[커버스토리 = 오프라인의 반격 미래형 혁신 점포]
-배달의민족 ‘메리고키친’ 르포


메리고키친에서 자율주행 서빙 로봇 딜리플레이트가 음식을 서빙하고 있다. /이승재 기자

메리고키친에서 자율주행 서빙 로봇 딜리플레이트가 음식을 서빙하고 있다. /이승재 기자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사람을 대신해 로봇이 음식을 서빙하고 배달까지 해주는 풍경이 전혀 낯설지 않은 시대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1위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7월 종업원과 굳이 마주칠 필요가 없는 비대면 레스토랑 ‘메리고키친’을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열었다.

이곳은 로봇이 서빙해 주는 ‘미래 식당’으로 유명하다. 스마트 오더, 자율주행 로봇 등 그동안 연구·개발(R&D) 테스트해 온 미래 식당의 최신 기술이 메리고키친에 집약돼 있어 우아한형제들의 ‘로봇 실험실’로 불린다. 로봇 식당이지만 사람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로봇이 사람이 하기에 무겁고 힘든 음식 서빙을 맡고 사람은 로봇이 하지 못하는 조리와 테이블을 정리한다.

미니 서빙 로봇이 가져온 파스타를 손님이 테이블로 옮기고 있다. 미니 서빙 로봇은 식당 벽쪽의 모노레일을 타고 움직인다. /이승재 기자

미니 서빙 로봇이 가져온 파스타를 손님이 테이블로 옮기고 있다. 미니 서빙 로봇은 식당 벽쪽의 모노레일을 타고 움직인다. /이승재 기자




◆ 자율주행 로봇이 음식 서빙 ‘척척’

7월 22일 방문한 메리고키친에서 직접 음식을 주문해 봤다. 식당에 머무르는 동안 종업원의 도움을 받을 일은 없었다. 스마트폰에서 배달의민족 애플리케이션(앱)을 실행한 후 ‘배민 스마트 오더(QR)’를 이용해 음식을 주문했다.

6분쯤 지나니 벽 쪽에 설치된 모노레일을 타고 작은 로봇 두 대가 음료 두 잔과 샐러드를 싣고 주문자가 있는 정확한 자리에서 멈췄다. 로봇에서 음료와 샐러드를 꺼내는 일은 사람이 직접 해야 했다. 음료를 테이블에 옮겨 놓고 버튼을 누르니 로봇들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이윽고 서빙 로봇 ‘딜리플레이트’가 스테이크 접시를 싣고 와 테이블 앞에 멈춰 섰다. 이번에도 음식 접시를 테이블에 올려놓는 일은 사람이 해야 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간 테이블을 정리하러 가는 직원과 로봇의 동선이 겹치는 순간도 있었지만 충돌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로봇이 장애물을 만나면 알아서 피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로봇 서빙을 경험해 보니 종업원과 마주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생각보다 편했다. 사람이 서빙해 줬다면 일행과 대화를 나누다가도 음식이 나올 때마다 대화 흐름이 끊겼을 텐데 로봇 서빙 덕분에 대화를 계속 이어 갈 수 있었다. 또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비대면 서비스 측면에서도 로봇 서빙은 만족스러웠다.

딜리플레이트가 서빙한 음식을 손님이 꺼내고 있다. 음식을 꺼내고 상단 버튼을 터치하면 서빙 로봇이 제 자리로 돌아간다. /이승재 기자

딜리플레이트가 서빙한 음식을 손님이 꺼내고 있다. 음식을 꺼내고 상단 버튼을 터치하면 서빙 로봇이 제 자리로 돌아간다. /이승재 기자




우아한형제들은 현재 딜리플레이트를 포함한 자율주행형 서빙 로봇 3종에 대해 렌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전국 48곳 식당에 총 65대가 도입됐다.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서빙 로봇은 규모가 큰 대형 매장뿐만 아니라 업주가 혼자 운영하는 1인 매장에도 적합하다. 배달 주문을 받아 음식을 조리할 때 홀에 고객이 찾아오면 양쪽 모두 응대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바쁠 때는 고객에게 로봇만 보내면 된다”며 “로봇에 음식 접시를 실어 보내면 손님이 알아서 음식을 꺼내기 때문에 1인 매장 업주들에게 유용하다는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또 배달하는 라이더(배달원)도 서빙 로봇을 통해 배달 주문 음식을 받으면 식당 안쪽까지 들어오지 않아도 되므로 배달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이날 우아한형제들 사옥에서는 실내 자율주행 배달 로봇 ‘딜리타워’를 통한 배달 실험이 이어지고 있었다. 임직원들이 건물 18층에 있는 사내 카페에 음료나 간식을 주문하면 딜리타워가 스스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실과 회의실로 배달해 준다. 딜리타워는 카페의 주문 접수 시스템과 연동돼 있어 주문 내용이 스크린에 표시된다.

우아한형제들 사옥에서 시범 운영 중인 자율주행 배달 로봇 딜리타워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른 층으로 커피를 배달하는 모습. /이승재 기자

우아한형제들 사옥에서 시범 운영 중인 자율주행 배달 로봇 딜리타워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른 층으로 커피를 배달하는 모습. /이승재 기자




딜리타워는 엘리베이터를 스스로 호출하고 타고 내릴 수 있다. 엘리베이터 안에 사람이 많으면 “저는 다음에 탈 게요”라고 말도 할 줄 안다. 딜리타워가 상용화되면 건물 안에 음식이나 물품을 배달하는 라이더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딜리타워를 건물 1층에 두면 라이더에게 배달된 물품을 받아 주문한 사람에게 전달해 주는 역할도 할 수 있다. 비대면 주문·배달을 선호하는 흐름과 라이더들의 배달 시간 단축과 동선 효율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우아한형제들이 사옥에서 시범 테스트를 해 본 결과 딜리타워를 이용하면 라이더의 배달 시간이 기존 대비 5~16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 로봇 기술이 더 고도화되면 식당뿐만 아니라 오피스·호텔 등 다양한 분야에 로봇이 적용될 수 있다. 실내 서빙 로봇 상용화에 이어 실내외 배달 로봇 상용화를 준비 중인 우아한형제들은 최근 광교 앨리웨이에서 실내외 자율주행 배달 로봇 테스트를 시작했다.

지난해 건국대 서울캠퍼스에서 진행한 ‘딜리드라이브’ 테스트에 이어 이번엔 아파트 단지 내에서 실내외 자율주행 배달 서비스를 테스트하는 것이다. 이미 상용화된 서빙 로봇보다 실외 자율주행 배달 로봇이 기술적 난이도가 훨씬 높다.


[인터뷰 : 김민수 우아한형제들 서빙로봇사업팀 팀장]

-“사람의 노동과 로봇 서비스의 조화가 핵심”

김민수 우아한형제들 서빙로봇사업팀 팀장. /이승재 기자

김민수 우아한형제들 서빙로봇사업팀 팀장. /이승재 기자




우아한형제들은 2017년부터 로봇 관련 연구·개발과 테스트를 진행하며 푸드테크를 선도하고 있다. 제조사들이 제작한 로봇에 한국 시장에 맞는 서비스를 얹어 매장에 공급하면서 외식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 분야에 서비스 로봇을 도입, 로봇의 쓰임새를 확대하고 있다.

서빙 로봇 개발을 이끄는 김민수 우아한형제들 서빙로봇사업팀 팀장은 “기존에 없던 로봇을 만든다기보다 기존에 없던 ‘로봇 서비스’를 만든다고 보는 것이 맞다”며 “우리는 식당에 대한 이해도와 노하우가 있으니 ‘로봇을 활용해 해볼 수 있는 서비스가 무엇이 있을까’에 집중한다. 로봇을 도입하려는 곳의 니즈에 맞게 커스터마이징(주문 제작)해야 하는 부분을 로봇 제조사와 협업한다”고 말했다.

-사람의 노동과 비교하면 서빙 로봇은 어떤 장점이 있나요.

“렌털 프로그램을 통해 서빙 로봇을 공급하면서 느낀 것은 업주들이 인건비만큼이나 인력 관리에 대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아르바이트나 홀 서빙 직원 중에는 외국인도 많고 갑자기 결근·퇴사하는 직원도 많아요. 업주로서는 일손이 갑자기 부족해지는 것인데 로봇은 그런 돌발 변수가 없습니다.”

-로봇에 대한 업주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업주들에게는 서빙 로봇이 온전하게 한 사람의 역할을 하지는 못하더라도 도움이 된다는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서빙 로봇이 혼자 음식 접시를 고객에게 내려주거나 다 먹은 접시를 다시 싣지 못하기 때문에 여전히 누군가가 조작해 줘야 합니다. 그런데도 사람이 직접 서빙할 때보다 효율적입니다.”

-최저임금 이슈와 관련해 비용 절감 효과는 있습니까.

“로봇을 들이고 나서 직원 한 명을 줄였다는 그런 개념이 아니라 직원 간 근무 시간 조정이 가능해져 좋다는 피드백이 있었습니다. 아르바이트 직원 근무 시간을 조정할 때 교대할 수 있는 시프트를 짜는데 서빙 로봇 덕분에 교대 근무가 여유로워져 인건비가 세이브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우아한형제들이 그리는 미래 식당은 어떤 모습인가요.

“메리고키친을 기획할 때는 무인 식당이 콘셉트였습니다. 미래에는 고객이 식당에 입장하면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때까지 그 누구와도 마주치지 않는 풍경을 떠올렸습니다. 주문도 애플리케이션 QR코드로 스마트 오더로 진행하고 음식 서빙과 퇴식도 로봇이 수행하는 것으로 기획했습니다. 그런데 제약된 기술 안에서는 누군가가 로봇에 음식을 실어줘야 하기 때문에 완전한 무인화는 불가능했습니다. 고객에게도 ‘아무도 마주치지 않는 식당이 과연 좋기만 할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사람이 잘하는 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게 로봇이 도와주는 개념으로 사람의 노동과 로봇의 서비스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봅니다.”


◆ 메리고키친
-오픈 : 2019년 7월
-위치 : 서울 송파구 방이동
-특징 : 배민 스마트 오더(QR코드)로 주문하면 자율주행 로봇이 음식을 서빙


ahnoh05@hankyung.com

[‘오프라인의 반격 미래형 혁신 점포’ 커버스토리 기사 인덱스]
-“오프라인만의 가치 찾아라”...미래형 점포 구축 나선 유통사
-이마트타운 월계점, 고객 니즈 파악해 마트 비중 축소...테넌트 강화로 ‘승부수’
-롯데마트 중계점, 바구니 속 상품이 집하장으로 알아서 ‘척척’...온라인 주문 ‘2시간 배송’

-GS25 을지스마트점, 10초면 쇼핑 ‘끝’... AI센서와 카메라가 움직임 분석하고 QR코드로 자동 계산
-배달의민족 메리고 키친, 스마트 오더로 주문하고 자율주행 로봇 서빙 받고...레스토랑도 이제 ‘비대면 시대’
-장진석 보스턴컨설팅그룹 MD 파트너 “오프라인 점포는 물건 사는 곳 아니라 경험 공간 될 겁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7호(2020.07.27 ~ 2020.08.02) 기사입니다.]


당사의 허락 없이 본 글과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입력일시 : 2020-07-28 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