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오프라인의 반격 미래형 혁신 점포]
- GS25 을지스마트점 르포
[미래형 점포] GS25, 10초면 쇼핑 ‘끝’…AI카메라가 움직임 분석하고 QR코드로 자동 계산
편의점은 오프라인 유통 채널 중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대응한다. 시장 포화라는 우려를 극복하기 위해 소비자의 니즈를 적극 반영하며 진화를 거듭하기 때문이다.


택배, 모빌리티 플랫폼, 세탁 서비스까지 흡수한 편의점이 그리는 오프라인의 미래는 무엇일까. 그 답을 알기 위해 서울 중구 을지로 트윈타워에 있는 GS25 을지스마트점을 찾았다.


◆계산 안하려고 밖으로 상품 던져도 자동 계산



#한 남성이 편의점 앞 게이트에 스마트폰 QR코드를 갖다 대자 문이 열린다. 남성이 음료수를 집어 들더니 계산 과정 없이 매장을 나온다. 게이트를 나온 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구매한 상품의 사진과 결제 금액이 담긴 영수증을 바로 확인한다.



편의점에 입장해 물건을 고르고 영수증을 받는 데 걸린 시간은 단 10초. 소비자가 바코드를 직접 인식하는 셀프 계산이나 물건 스캔 과정도 필요 없다.



GS리테일이 선보인 미래형 편의점이다. GS리테일은 서울 중구 BC카드 본사에 미래형 매장을 선보였다. 미국 최대 전자 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2017년 선보인 무인 마트 ‘아마존고’와 비슷한 방식이다.


이 매장은 3사가 합작해 운영하고 있다. 운영은 GS25가, 결제 솔루션은 BC카드가, 무인 편의점에 도입된 기술 솔루션은 KT의 지급 결제 계열사 스마트로가 맡았다.
[미래형 점포] GS25, 10초면 쇼핑 ‘끝’…AI카메라가 움직임 분석하고 QR코드로 자동 계산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스마트폰에 BC카드의 결제 플랫폼인 ‘페이북’을 내려 받고 게이트에 교통카드를 찍듯이 QR코드를 인식시키면 입장할 수 있다.



사람이 들어서는 순간 천장에 설치된 34대의 스마트 카메라가 동작과 동선을 감지한다. 고객이 ‘어떤 상품을 얼마만큼 고르는지’는 매대에 설치된 300여 개의 무게 감지 센서가 감지한다.


무게 감지 센서는 인공지능(AI) 딥러닝 스마트 카메라와 함께 고객의 소비 행동을 학습해 제품을 집어 드는 순간 이를 구매한다는 뜻으로 이해한다. 소비자가 과자 하나를 집어 들면 점주용 앱에서 바로 과자 재고가 하나 줄어든다.



새로 들어온 상품은 매장 옆 서버실에서 상품 등록기를 거친다. 상품 등록기는 바코드를 인식하고 제품의 무게와 이미지를 꼼꼼히 스캔한다.



만약 물건이 떨어졌거나 특이 상황이 발생하면 BC카드 본사 1층에 있는 GS25 모(母)점포에서 바로 대응한다. 1층 모점포에서는 직원이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재고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물건 진열과 상품 등록 역시 1층 모점포가 맡고 있다.
[미래형 점포] GS25, 10초면 쇼핑 ‘끝’…AI카메라가 움직임 분석하고 QR코드로 자동 계산


◆유통 기술 테스트베드로 활용



완벽해 보이는 미래형 점포에도 아직 제약은 있다. 상품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면 안 된다. 스마트 카메라가 해당 상품을 최초로 집은 사람에게 금액을 부과하기 때문이다.


만약 타인에게 자신이 구매할 제품을 대신 집어 달라고 부탁하면 결제는 상대방 몫이 된다. 변심으로 구매하지 않을 제품은 제자리에 돌려놓아야 한다. 우유를 구매하려다 변심해 과자 진열대에 올려놓으면 점주에게는 이상 감지가 표시되지만 자칫 결제될 수도 있다.



위험을 막기 위해 물건을 일부러 흐트러뜨리거나 이상 행동을 하는 사람은 블랙리스트에 올려 출입을 막는다. GS리테일은 무인 매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가정해 오류를 실험했다.


계산하지 않기 위해 상품만 집어 게이트 밖으로 던진 경우 물건을 던진 사람이 나갈 때 계산이 완료된다.


고객이 상품을 옷에 감춰 나온 경우, 고객이 얼굴을 가리고 상품을 가지고 나온 경우에도 제대로 결제가 된다. 포카리스웨트 캔을 3분의 1 이상 마신 뒤 매장에 두고 나온 경우에도 이를 결제했다. 입장할 때 페이북 QR코드를 찍었기 때문에 페이북에 연동된 신용카드에서 자동으로 돈이 빠져나간다.



하지만 동일 제품인데 맛만 다른 경우 상품을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했다. 바나나맛 우유 진열대에 잘못 배치돼 있던 고구마맛 우유를 가지고 나왔을 때 이를 바나나맛 우유로 결제했다. 두 제품의 색깔만 다를 뿐 모양과 무게가 똑같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물건을 고르는 내내 “타인에게 물건을 전달하지 말라”거나 “상품 위치 이동에 주의하라”는 안내 멘트가 흘러나왔다. 영상 인식 스피커가 고객이 특정 구역에 있거나 특정 행동을 하면 이를 인식해 안내 사항이나 주의 사항을 알려주는 것이다.


GS리테일은 향후 영상 인식 스피커를 통해 증정 상품 안내나 시각장애인 안내 멘트까지 도입할 예정이다.


GS미래형 점포와 다른 무인 편의점과의 가장 큰 차이는 간편한 결제에 있다. 편의점 앱을 별도로 깔지 않고 800만 명 이상의 고객이 사용 중인 BC페이북(BC카드 모바일 결제 앱)을 활용해 확장성을 확보했다.



이현규 GS리테일 FS팀 과장은 “미래형 점포는 ‘사람 없는 매장’이 아니라 ‘계산 없는 매장’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GS리테일이 가맹점주 업무를 분석한 결과 업무의 60~80%가 계산에 집중돼 있었다. GS리테일은 이 매장을 통해 계산 업무를 줄였을 때 얼마나 효율적인 서비스와 운영이 가능한지 테스트하고 있는 셈이다.



GS25의 미래형 점포는 고객 경험을 고도화하고 기술을 실증하는 테스트베드다. 아직까지는 BC카드 직원들만 이 매장을 이용할 수 있다.



이 과장은 “당장 무인 매장 확장을 통해 가맹 업주들에게 투자 부담을 줄 수는 없다”며 “발주 자동화나 계산 자동화, 계산 업무 효율화 등 점주의 운영 편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 실험을 통해 매장에 부분적으로 접목하려는 목적이 크다”고 말했다.


◆인터뷰 김종서 GS리테일 FS팀 팀장
“미래형점포 기술로 '운영 효율'과 '고객 경험' 두마리 토끼 잡을 것”
[미래형 점포] GS25, 10초면 쇼핑 ‘끝’…AI카메라가 움직임 분석하고 QR코드로 자동 계산


GS리테일 FS(Future Store)팀은 편의점의 미래를 책임진다. ‘퓨처 스토어’라는 이름에 걸맞게 GS25 오프라인 점포의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실험하고 검증된 기술과 서비스를 표준 모델로 정의해 이를 전국 점포에 확산시킨다. 무인 편의점 운영뿐만 아니라 자동 발주 시스템이나 원격 점포 관리 시스템을 상용화해 점주들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지금까지 FS팀이 추진해 적용한 서비스나 기술이 있습니까.


“먼저 자동 발주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이를 통해 GS25 가맹 점주들 역시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 결정을 내리고 있습니다. GS25의 발주는 상품의 팔림새 데이터를 바탕으로 발주 적용 로직이 생성돼 자동으로 이뤄집니다.


가맹점 운영자가 최종 발주 수량을 확정만 하면 되는 수준으로 이미 폭넓게 상용화된 기술입니다. 향후 로직에 날씨나 상권에 맞는 이벤트 등 외부 정보를 최대한 활용해 발주하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언택트(비대면)·모바일에 대한 고객 니즈에 대응하기 위해 인공지능(AI) 기반의 미래형 편의점을 운영 중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유·무인 전환 운영이 가능한 하이브리드 매장과 셀프 결제 강화 매장 등 다양한 형태의 무인점포를 고안해 운영 효율과 고객 경험 등 두 가지 측면의 효용성을 검증하고 있습니다.”



-현재 BC카드 사옥과 LG CNS 사옥에서 테스트베드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얻은 인사이트는 무엇입니까.




“다시 한 번 고객에 대한 이해와 데이터 기반 경영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고객의 행동 데이터를 분석하는 도구가 많이 활용되고 있어요.


오프라인 점포도 신기술을 도입하기 전에 누가 방문하는지, 그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불평과 관심사는 무엇인지 충분히 이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고객에 대한 이해는 결국 데이터 기반으로 객관적으로 분석해야 합니다.


즉, 무인점포에 적용된 솔루션을 통해 해당 점포에 방문하는 시간대별 고객을 분석하고 고객이 선호하는 상품을 발주하고 배치하는 과정을 데이터 기반으로 판단하고 실행함으로써 매출·영업이익 최대화와 기회 손실 최소화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고 노력 중입니다.”



-GS리테일이 그리는 오프라인 점포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합니다.

“기존의 유통을 넘어 새로운 식문화와 다양한 생활 서비스 제공 등 고객 일상의 중심에 서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이 목표입니다. 단순한 상품 구매 공간을 넘어 다양한 고객 가치를 만족시킬 수 있는 플랫폼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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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7호(2020.07.27 ~ 2020.08.0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