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 분석]-11월 열리는 대통령 선거, 여론 조사에서 앞서-‘일자리 창출’ 강화할 것
[한경비즈니스=한상춘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또 다른 10년, 2020년대가 출발하는 첫해 11월에 치러지는 46대 대통령 선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임 여부와 결과에 따라 세계 경제 질서와 미국의 경제 정책에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지난 3년 동안 추진해 왔던 대내외 과제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만큼 미국 국민뿐만 아니라 세계인의 관심이 역대 그 어느 대선 때보다 높다.

지난해 7월 플로리다 출정식을 시작으로 대선에 뛰어든 트럼프 대통령은 ‘샤이 트럼프(shy Trump : 숨은 트럼프 지지층)’의 결집에 나서면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오히려 벌어지는 추세다. 대내외적으로 미국 국민의 표심을 잡을 만한 확실한 성과가 없기 때문이다.
급부상하는 조 바이든…미국의 경제 정책은 어떻게 바뀔까

◆역대 최고 수준의 경제고통지수


미국 국민은 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경제고통지수(MI : Misery Index)로 평가한다. MI는 실업률에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더해 산출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있긴 하지만 MI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대선을 불과 3개월 남짓 앞두고 각종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연임에 실패하는 것으로 나온다.

46대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대외적으로는 세계무역기구(WTO) 탈퇴, 신(新)파리 기후협약 불참, 중국과 무역마찰, 중동 정세, 남북한과의 관계 등이 크게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 대내적으로도 트럼프노믹스 추진, 헬스 케어와 도드-프랭크 법(단일금융법) 등 오바마 지우기 정책 수정, 이민법 개정 등도 갈림길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여론 조사 결과대로 미국의 46대 대통령에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큰 변화가 예상된다. 트럼프 정부가 집권 기간 내내 자신이 부통령으로 일했던 오바마 정부 시절에 성과가 컸던 핵심 경제 정책을 중심으로 지우기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복원에만 나선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가 큰 변화다.
급부상하는 조 바이든…미국의 경제 정책은 어떻게 바뀔까
대외적으로는 트럼프 정부 시절 크게 훼손된 다자 채널이 재가동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바이든 후보가 강한 신념을 갖고 있는 파리 신기후 변화 협정에 적극적인 참가 의사를 밝힐 것으로 확실시된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별도의 국제 보건 기구를 설립할 가능성도 높다.

중국과의 경제 패권 다툼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어느 대통령과 그 어느 정당이 들어선다고 하더라도 미국 주도의 팍스 아메리카나 체제 유지가 최고 책무이자 지상 과제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와 다른 점을 꼽는다면 ‘극한 대립·근립궁핍화’에서 ‘공생 대립·내부 역량 강화’로 수정해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내부적으로는 자신의 역작이기도 한 ‘오바마 헬스 케어’를 우선 복원할 방침이라고 코로나19가 악화될 때마다 밝혔다. 미국 국민도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있다.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돼 취임 연설하는 자리에서 가장 먼저 국민에게 약속할 것으로 워싱턴 정가에서는 보고 있다.
모든 경제 정책은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춰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 위기 이후 경기 대책을 아예 일자리 대책으로 명명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그 어느 분야보다 고용 사정이 크게 악화된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오바마 정부 때보다 더 강화된 ‘일자리 자석 정책(employment magnet policy)’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산업 정책도 고용 창출 계수가 높은 제조업 부활 정책을 더 강화해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부적으로는 제조업을 다시 보자는 ‘리프레시’ 운동과 함께 해외에 나가 있는 미국 기업뿐만 아니라 외국 기업까지 불러들이는 ‘리쇼어링’ 정책을 추진해 세계 공급망 중심을 중국에서 미국으로 재편한다는 방침이다.
대선 과정에서 여러 차례 강조한 법인세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얼마나 올릴 것인지’에 대해서는 오바마 정부 시절의 35%로 환원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트럼프 정부의 방만한 재정 운용으로 국가 채무가 위험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28% 내외를 적정 수준으로 꼽고 있다.

◆한·미 관계, 미국 요구 관철 압력 강화될 수도

미국 의회를 비롯한 다른 기관과의 관계 개선에도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이 심했던 미국 중앙은행(Fed)과의 관계는 민주당 전통대로 Fed의 독립성을 중시해 나가는 방향으로 복원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후보가 집권할 경우 최대 과제가 될 코로나19 사태로 풀린 초금융 완화를 정상화하는 출구전략 과제는 전적으로 Fed에 맡길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과의 관계는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전적으로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오바마 정부 시절에도 통상을 비롯한 경제 관계에서 미국이 주도적으로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남은 집권 동안 중국에 편향적인 기조를 유지한다면 트럼프 정부 때보다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급부상하는 조 바이든…미국의 경제 정책은 어떻게 바뀔까
오히려 한·미 간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오바마 정부 시절 때 미해결 과제로 남아 있는 쇠고기·자동차·지식재산권 분야에서 미국의 요구를 관철하려는 압력이 더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후보가 집권하더라도 이어 나갈 것으로 보이는 트럼프 정부의 ‘경제 협력 네트워크(EPN)’ 구상에 한국이 계속 모호한 태도를 보인다면 갈등이 예상된다.

북한 정책은 트럼프 정부나 자신이 부통령으로 일했던 오바마 정부 시절보다 더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미국 국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핵무기와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보유하는 한 북한과의 미온적인 관계 설정은 미국 국민에게 강한 저항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추진 방법에서는 트럼프 정부처럼 한국을 배제한 북한과의 쌍무적인 방법보다 한국과 긴밀한 협조를 바탕으로 유엔 등과의 다자 틀 내에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정부가 미제로 남길 주한 미군 철수와 방위비 분담 문제도 바이든 정부가 집권해도 계속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각종 여론 조사에서 바이든 후보에게 10%포인트 이상 뒤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하려면 2016년 대선과 마찬가지로 막판에 결정적인 한 방, 즉 ‘옥토버 서프라이즈(10월의 충격)’가 절실한 상황이다. 옥토버 서프라이즈는 미국 대통령 선거 직전 달인 10월에 발생한 뜻하지 않은 사태로, 그때까지 여론 조사 등에서 불리한 후보가 당선되는 것을 말한다.

‘슈거 하이(sugar high : 정치 입문생에 대한 일시적 흥분 기대) 효과’가 사라진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까지 옥토버 서프라이즈가 될 만한 변수는 없어 보인다. 최대 변수인 미·중 간 경제 패권 마찰이 더 심화되고 있고 북한과의 관계 개선도 쉽지 않아 보인다. 복잡한 중동 문제도 마찬가지다.

유일한 버팀목이 될 것으로 보였던 경기와 증시도 코로나19 사태로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대선 직전에 발표되는 올해 3분기 성장률이 낮게 나오면 결정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만의 하나 제2의 옥토버 서프라이즈로 트럼프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한다면 집권 1기 때 경제 정책인 트럼프노믹스를 그대로 밀고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7호(2020.07.27 ~ 2020.08.0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