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네이버 ‘보험 판매사’ 카카오 ‘손보사’ 진출 전략 엇갈려
-대면 영업 안 통하는 밀레니얼 세대 겨냥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보험연구원이 7월 15일 국내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이들 중 21%가 온라인 플랫폼 등 새로운 경쟁자의 출현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위협 요인’으로 꼽았다. 초저금리 정책, 대면 채널 영업 환경의 악화 등 국내 보험 산업은 이미 경영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들이 차고 넘친다.

특히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정보기술(IT) 공룡들의 보험업계 공습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기존 보험사들의 위기에 대한 긴장감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국내 보험업계에 어떤 지각변동을 일으킬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우회 전략’ 네이버 vs ‘정공법’ 카카오

네이버는 지난해 11월 금융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을 설립하며 금융 시장 진출을 위한 보폭을 넓혀 가고 있다. 대출·보험·투자 등을 모두 아우르는 ‘금융 분야 종합 플랫폼’을 목표로 밝힌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 6월 미래에셋과 함께 ‘네이버통장 미래에셋대우CMA’를 선보인데 이어 보험업까지 발 빠르게 공략해 나가고 있다.

네이버는 7월 14일 법인 보험 대리점(GA) 시장에 진출한다고 발표했다. 6월 22일 수원지법 성남지원에 ‘NF보험서비스’라는 상호로 법인 등록을 마쳤다. 설립 자본금은 3000만원으로, 네이버파이낸셜의 100% 자회사다. 법인 설립 목적은 △보험 대리점업과 통신 판매업 △전화 권유 판매업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 △콜센터 및 텔레마케팅 서비스업 등이다.
불황 늪에 빠진 보험업?…네이버·카카오가 시장 탐내는 진짜 이유
네이버가 보험업 진출의 ‘우회 전략’으로 선택한 GA는 보험사와 계약하고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대리점이라고 볼 수 있다. 특정 회사의 보험이 아닌 다양한 보험사의 상품을 판매할 수 있어 여러 회사의 상품을 한눈에 비교·분석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막강한 온라인 플랫폼을 갖추고 있는 ‘네이버’의 GA 시장 진출에 기존 보험사들의 시선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보험 상품 판매 채널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추후 보험 판매 채널로서 네이버의 영향력이 막강해진다면 기존 보험 시장을 뒤흔들 가능성 또한 높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바탕으로 기존의 GA들과 차별화되는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 판매’에 역점을 두기보다 보험업에 IT를 접목한 ‘보험 상품 큐레이션 서비스’를 지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 첫 시작은 ‘자동차보험’이 될 것으로 보인다. NF보험서비스는 올 하반기 자동차보험 비교 서비스 출시를 목표로, 국내 5대 보험사 가운데 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과 자동차보험 판매 계약을 논의 중이다. 이들을 시작으로 향후 제휴 보험사 수는 더욱 늘려 나갈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와 달리 카카오의 보험업 진출 전략은 ‘정공법’이다. 카카오는 금융 자회사 카카오페이를 중심으로 지난 2월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해 카카오페이증권을 출범심켰다. 은행(카카오뱅크)에 이어 증권까지 보폭을 넓힌 카카오페이는 현재 디지털 손해보험사 출범을 앞두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부터 삼성화재와 합작으로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을 추진했지만 8개월 만에 무산된 후 독자적으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카카오는 곧 금융 당국에 예비 인가 신청을 앞두고 사업 내용을 구체화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체적으로 손보사 라이선스를 획득하고 상품 개발부터 판매·보상까지 직접 운영하게 된다. 지난 5월부터 채용 공고를 내고 계리와 상품 기획, 회계 등 전문가 영입을 진행 중이다. 보험업을 위한 소프트웨어 등 전산 시스템 구축을 위한 방안도 논의 중이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쯤 영업을 개시할 계획이다.

카카오페이의 비전은 ‘일상의 이로운 흐름을 만드는 생활 금융 플랫폼’이다. 디지털 손보사 역시 생활 밀착형 보험 등 카카오만의 특색을 살린 보험을 개발하고 판매할 방침이다. 카카오페이는 이미 지난해 7월 인슈어테크 기업인 ‘인바이유’의 지분을 인수한데 이어 지난해 10월부터 ‘간편보험’ 서비스로 해외여행·운동·반려동물 보험 등을 선보이고 있다.

◆ 방대한 데이터와 플랫폼의 결합

‘보험 판매사’와 ‘보험사’라는 각기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지만 보험업에 진출하는 네이버가 카카오는 사실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고객들의 금융 생활을 아우를 수 있는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네이버는 2019년 말을 기준으로 국내에서 약 4000만 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월 기준 네이버페이 이용자만 해도 1200만 명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카카오의 카카오톡은 현재 국내 4500만 명이 사용 중이다. 카카오페이는 이미 2000만 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국내 보험업계는 오랫동안 보험설계사를 중심으로 한 대면 영업 중심의 영업 방식을 고수해 왔다. 문제는 ‘밀레니얼 세대’라고 불리는 젊은 세대들에게 이와 같은 전통적인 대면 영업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지난해 8월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밀레니얼 세대의 보험 가입’ 보고서에 따르면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탄생한 세대들은 보험 상품에 가입하는 데 인터넷이나 전화 등을 선호하는 비율이 각각 39.5%(20대)와 26.9%(30대)로 나타났다. 이와 비교해 40대와 50대의 선호도는 7.2%와 2.7%였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유행 이후 국내 보험사들은 ‘언택트(비대면)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불황 늪에 빠진 보험업?…네이버·카카오가 시장 탐내는 진짜 이유
현재까지는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향후 구체적인 사업 모델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이 향후 어떤 상품들을 취급할지 엿볼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모델이 중국 알리바바의 금융 계열사인 앤트파이낸셜이다. 중국에서만 7억 명이 사용한다는 ‘알리페이’라는 막강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앤트파이낸셜 또한 간편 결제로 시작해 은행·증권으로 발을 넓혀 보험 산업에까지 진출했다.

특히 최근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인터넷 보험을 활성화하는 등 큰 성과를 내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모바일 결제 애플리케이션으로 판매되는 인터넷 보험 ‘상후바오’다. 가입자가 중병에 걸리면 30만 위안(약 5000만원)을 지급하는데 일반 보험처럼 매월 보험료를 납부하는 대신 다른 회원이 질병으로 도움이 필요하면 보험료를 납부하게 된다. 가입자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형태라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개인 부담 보험료가 낮아지는 특징이 있다.

오랫동안 불황을 겪고 있는 보험업이지만 네이버와 카카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앤트파이낸셜의 ‘상후바오’와 같은 혁신을 통해 보험을 외면하고 있는 젊은 세대를 공략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방대한 고객의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고객들의 세심한 필요와 요구에 맞춰 철저한 ‘고객 맞춤 서비스’를 구현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8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마이데이터 사업이 네이버와 카카오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vivajh@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7호(2020.07.27 ~ 2020.08.0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