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돋보기]
‘혁신 실험장’ 규제자유특구에 거는 기대 [이정희의 경제 돋보기]

[한경비즈니스 칼럼 =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기술이 규제로 인해 개발이 늦어지고 막히는 일이 없도록 규제에서 자유로운 규제자유특구를 지정해 시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존 ‘지역특화발전특구에 대한 규제특례법’에 규제자유특구를 포함하는 전부개정을 통해 ‘규제자유특구 및 지역특화발전특구에 관한 규제특례법’이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다.

1차 2차에 이어 얼마 전 3차 규제자유특구가 선정됐다. 현재 부산 해양모빌리티와 블록체인, 대구 이동식 협동 로봇과 스마트 웰니스, 강원 액화 수소 산업과 디지털 헬스케어, 전북 미세먼지 저감 상용차와 탄소 융·복합 산업, 세종 자율주행, 대전 바이오 메디컬, 충북 스마트 안전 제어, 전북 친환경 자동차, 전남 e모빌리티와 에너지 산업, 경남 무인 선박 등 전국에 총 21곳이 규제자유특구로 선정돼 있다. 규제자유특구에서는 규제나 어떤 제약 없이 신기술 개발을 통해 벤처 창업이 활성화되고 이를 통해 신규 일자리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규제자유특구에서 신기술 개발이 규제 없이 성과가 실증된다면 지역 경제 활성화뿐만 아니라 국가의 미래 성장 산업의 토대가 마련된다는 측면에서도 의의가 크다.

과거에도 이러한 규제자유지역 선정과 지원을 통해 지역과 산업을 지원했던 여러 정책들이 있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정부에서 추진됐던 규제 프리존 지원 정책을 들 수 있다. 수도권을 제외한 14개 시도별로 전략 산업을 두 개씩(세종시는 1개) 모두 27곳을 규제 프리존으로 지정해 전략 산업을 육성한다는 정책을 도입했었다. 지난 규제 프리존 지원 정책이 야심차게 도입됐지만 후속 지원 입법이 무산됐고 실효성에 대한 국민적인 공감을 충분히 얻지 못하면서 정책의 힘이 빠졌다. 그렇다면 이번 규제자유특구는 지난 규제 프리존과 비교해 성공을 기대할 수 있을까.

규제자유특구는 지역과 기업들에 제도적으로 기회를 제공할 것이지만 모든 기회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제도를 도입할 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신기술 개발 인프라가 실효성 있게 구축되도록 잘 협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기업들이 기술 경쟁력을 펼치는 것은 기업들의 몫이다. 이번 규제자유특구의 특징은 선정된 분야가 공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기술 분야라는 것이다. 규제자유특구 선정에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기술 분야는 적절히 망라됐다고 할 수 있지만 문제는 과거부터 지역으로 분산된 특구 사업의 인력 확보와 여타 관련 기술의 지원 체제 등에서 지역이 안고 있는 취약점들이 이번에도 그대로 나타날 수 있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모든 스마트 분야에 공히 필요한 기술 개발과 기술들을 규제자유특구에서 활용하기 위한 협력 체계 구축 또한 규제자유특구가 성공하기 위해 함께 이뤄져야 할 과제가 될 것이다.

지난 1월부터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이제 확산이 크게 줄었지만 아직도 끝을 모를 정도로 국민의 불안감과 경제적 타격은 여전한 상황이다. 문제는 앞으로 국내는 어느 정도 안정되더라도 세계보건기구(WHO)의 팬데믹(세계적 유행) 선언 이후 세계 경제 침체는 여전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트 코로나에 어떻게 대비하느냐가 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그에 대한 대응 방식 중 하나가 국가의 미래 성장 동력을 찾고 새로운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 규제를 개혁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정부가 야심차게 준비한 규제자유특구가 규제 개혁의 실험장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적 기반 구축을 통한 미래 성장의 기회가 과거 전철을 밟지 않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실패를 교훈 삼아 일관되고 현실적 여건을 마련해 실효성 있도록 더욱 힘을 모아야 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8호(2020.08.01 ~ 2020.08.0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