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부문, 2분기 사상 최대 실적 이끌어…중소상공인 입점으로 시작해 브랜드까지 흡수
‘검색 공룡’에서 ‘쇼핑 공룡’으로 변신한 네이버
검색 공룡 네이버가 ‘쇼핑 공룡’으로 거듭났다. 비대면 소비가 확산되면서 온라인 쇼핑이 실적 성장을 이끌었고 네이버는 사상 최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타격이 2분기부터 본격화될 것이라던 네이버의 우려도 비켜 나갔다. 네이버는 2분기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전 분기 대비 무려 80%나 증가했다.


네이버는 지난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9025억원, 영업이익 2306억원을 기록했다. 이대로라면 2017년 이후 3년 만에 연간 영업이익도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검색 공룡’에서 ‘쇼핑 공룡’으로 변신한 네이버


◆비대면 훈풍, 네이버를 이커머스 1등 기업으로



“스마트 스토어 기반 창업은 네이버쇼핑의 미래고 성장 동력이다.”
한성숙 네이버 사장은 2분기 성장세를 기록할 수 있던 원인 중 하나로 ‘네이버쇼핑’을 꼽았다.


모바일 시장 조사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네이버 결제 금액이 12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이커머스를 장악하는 네이버의 힘이 커지고 있다. ‘쿠팡 vs 대형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이커머스 대결 구도가 주목받는 사이 네이버는 조용히 힘을 키웠다.


네이버는 지난해 기준 거래액 20조9200억원을 기록하며 이커머스 1위 기업으로 떠올랐다. 2018년 스마트스토어를 내세워 쇼핑 영역을 대대적으로 개편한 지 불과 1년여 만에 이뤄낸 성과다.


특히 올해에는 나중에결제(1월), 특가창고(2월), 브랜드스토어(2월), 라이브커머스(3월), 풀필먼트 제휴 익일배송(4월), 네이버플러스멤버십(6월) 등 전자 상거래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한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네이버는 대형 리테일러가 아니다. 그 대신 수많은 소상공인을 등에 업었다. 최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통한 창업은 유튜버가 되는 것만큼이나 대중적인 ‘투잡’으로 떠올랐다.


유튜브에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검색하면 스마트스토어를 시작하는 법부터 스마트스토어 성장을 위한 핵심 노하우, 폐업 스토리까지 각양각색의 콘텐츠가 등장한다. ‘탈잉’ 등 재능 공유애플리케이션에서도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운영하는 ‘꿀팁’을 전수하고 있다.



네이버 쇼핑 사업의 중심이 되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는 35만 개 정도의 온라인 매장이 입점해 있다.
‘검색 공룡’에서 ‘쇼핑 공룡’으로 변신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개인이 온라인 스토어 개설과 상품 판매를 시작할 수 있는 네이버쇼핑 플랫폼이다. 온라인 창업을 시작하는 개인과 소상공인의 비율이 높다.


입점 등록 수수료가 없고 네이버가 만들어놓은 플랫폼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이후 월평균 3만3000개의 스마트스토어가 신규 오픈하며 전년 동기 대비 61% 증가했다. 이들의 안정적인 수익 창출도 입증되고 있다. 네이버에 따르면 연 1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는 판매자가 2만6000명을 돌파했다.



네이버는 오픈마켓 입점자들에게 별도의 입점 수수료를 받지 않는 대신 광고와 검색·네이버페이 수수료만 받으며 커머스를 통한 확장성을 키우고 있다.



네이버는 자사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 입점한 중소 사업자를 위해 대출 서비스까지 시작한다. 판매자의 매출이나 상품 리뷰 등을 바탕으로 자체 인공지능(AI) 신용 평가 시스템을 구축, 가입 문턱을 낮췄다. 기술과 데이터를 활용해 금융 소외 계층을 아우르는 금융 혁신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취지다.



네이버에 따르면 스마트스토어 서비스를 통해 온라인 사업을 시작하는 판매자의 67%가 2030세대다.


이들 대부분은 금융 이력이 부족한 ‘신파일러(금융 이력 부족자)’로, 사업 시작 단계부터 자금 유통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기존 금융권 대출로는 한도가 적거나 금리가 매우 높고 매장이 없는 온라인 판매자들은 대출 대상에서 제외되는 한계가 있다고 네이버는 설명했다.



스마트스토어가 중소 상공인에게 집중돼 있다면 지난 2월 시작한 '브랜드스토어'는 대기업 브랜드와의 협력을 위한 서비스다. 소상공인이 주가 되는 오픈 마켓(스마트스토어)과 브랜드가 주가 되는 리테일 마켓(브랜드스토어)을 동시에 잡겠다는 취지다.



브랜드스토어는 네이버 쇼핑 내에서 제공하는 일종의 브랜드 홈페이지다. 브랜드 소개뿐만 아니라 홍보와 마케팅, 제품 판매 등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브랜드 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 온라인 판매 채널이다. 출범한 지 6개월 만에 해외 명품 업체를 비롯한 유명 브랜드들이 줄줄이 들어오고 있다. 기업들이 운영하는 브랜드스토어 기업 수는 95개로 늘었다.



한 사장은 “상반기 브랜드스토어는 LG생활건강·아모레퍼시픽·삼성전자 등 생필품·뷰티·전자 분야의 국내외 브랜드가 입점하며 95개로 확대됐다”며 “장기적으로 브랜드스토어가 한국에서 브랜드를 가장 잘 대표하는 이커머스 채널이 될 수 있도록 키워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최저가 검색과 적립금 혜택을 바탕으로 급성장했다. 네이버 검색창에서 상품명만 검색하면 각각의 e커머스 결제 채널별로 상품 가격, 결제 조건, 배송료 등의 정보를 깔끔하게 정리해 보여준다.



네이버페이와 연동한 포인트 적립 역시 소비자들을 묶어 두는 효과를 톡톡히 하고 있다. 네이버가 절대적인 포털 트래픽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커머스-페이-멤버십으로 이어지는 확장성을 중심으로 높은 파급력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페이 6월 결제자 수는 1300만 명이다. 2분기 네이버페이 거래액은 6조원을 돌파해 전년 대비 56% 성장했다. 네이버 측은 “제휴 확대에 집중해 결제 규모를 키우고 쇼핑 결제 흐름과의 연계를 강화하며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출시된 네이버플러스 멤버십도 이용자들의 충성도를 높이며 장기적인 커머스 생태계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한 사장은 “네이버플러스 가입자는 6월 출시 후 계획대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며 “전체 가입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월 20만원 이하 구매 고객이 3배 이상 성장하며 커머스 사업 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검색 공룡’에서 ‘쇼핑 공룡’으로 변신한 네이버
◆대규모로 이뤄지는 풀필먼트 투자



이커머스 정복을 눈앞에 둔 것 같은 네이버에도 넘어야 할 산은 있다. 바로 물류다. 현재 이커머스 경쟁에 뛰어든 업체들은 하나같이 ‘물류’에 사활을 걸며 출혈 경쟁을 이어 가고 있다. 네이버는 이들과 다른 노선을 걷고 있다.


물류와 설비에 직접 투자하지 않으면서 풀필먼트 업체 투자와 협력을 통해 업계보다 뒤처지는 물류 경쟁력을 해결한다는 전략이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 커머스 시장의 화두가 빠른 배송이다 보니 해당 분야에서의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상황인데 이는 풀필먼트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풀필먼트는 물류 일괄 대행 서비스로, 물류 전문 업체가 입출고, 재고 관리, 배송 등을 위탁받고 IT와 공급망 관리(SCM)를 통한 통합 솔루션이다.



네이버는 지난 몇 년 동안 풀필먼트 투자·제휴를 이어 왔다. 특히 올해는 풀필먼트를 향한 보폭을 넓히고 있다.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 입점 업체들에 지난 5월부터 스마트스토어와 풀필먼트 업체 간 API 연동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API 연동을 통해 스마트스토어 주문 내용이 네이버의 제휴 풀필먼트 업체로 전달돼 주문 확인과 물류 관리, 상품 배송까지 원스톱으로 관리할 수 있다.



네이버는 현재 CJ대한통운과 손잡고 LG생활건강·생활공작소 등 2개 브랜드에 한해 풀필먼트를 제공하고 있다. 하반기 중으로 스마트스토어 입점 중소형 상점에도 서비스를 확대·적용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이를 위해 FSS·두손컴퍼니·위킵 등 풀필먼트 업체에 투자했다. 네이버가 풀필먼트 기업에 투자한 것은 3년 만이다. 네이버는 2017년 메쉬코리아에 240억원, 같은 해 10월 우아한형제들에 350억원 등 590억원을 투자했다.



방 애널리스트는 “풀필먼트를 통해 네이버는 판매자 만족도 제고에 따른 입점 업체 확대, 신선식품을 포함한 취급 상품 수 증대, 빠른 배송 서비스를 동시에 확보하려고 한다”며 “이는 네이버의 이커머스 경쟁력에 뚜렷한 개선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8호(2020.08.01 ~ 2020.08.0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