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이 말하는 ‘외로움’이라는 질병의 의미는
[서평]코로나19 팬데믹 오기 전 '외로움 팬데믹' 있었다

◆우리는 다시 연결되어야 한다
비벡 H. 머시 지음 | 이주영 역 | 한국경제신문 | 2만원

[한경비즈니스= 최경민 한경BP 출판 편집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우리의 일상도 마찬가지다. 접촉을 피한다는 의미의 ‘언택트’부터 온라인상 연결을 의미하는 ‘온택트’가 그렇다. 매출 부진으로 시름이 깊던 쿠팡은 이번 코로나19 사태 이후 극적으로 매출을 회복했다. 저자의 강연은 온라인 북 토크로, 헬스장의 체력 훈련(PT) 수업은 온라인 홈 트레이닝으로, 외식은 배달 음식으로 우리 일상의 많은 것들이 비대면 방식으로 교체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코로나19가 미래에 있을 변화를 조금 앞당겼을 뿐 이러한 변화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존재해 왔다며 ‘언택트’와 ‘온택트’는 더 이상 바꿀 수 없는 흐름이라고도 말한다.

하지만 이러한 트렌드나 현상을 정의하는 이론이나 단어로는 쉽게 정의되지 않는 것들도 있다. 바로 단절로 인한 ‘외로움’이다. 실제로 이러한 외로움이 주는 고통은 그 어느 때보다 분명한 현상으로 우리 주변에서 드러나고 있다.

미국의 전 공중보건위생국장이자 ‘우리는 다시 연결되어야 한다’의 저자인 비벡 H. 머시 박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 이전에 외로움 팬데믹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이러한 인간관계의 부족이 하루 15개비의 담배만큼 해롭고 그 수치가 운동 부족이나 과음과 같은 신체적인 습관보다 수명에 더 큰 영향력을 가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렇다면 우리는 ‘혼삶’과 ‘혼밥’이 당연한 시대에 이러한 외로움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이에 대해 머시 박사는 “진화론적 관점에서 본다면 외로움은 단순한 감정이 아닌 인간의 본능”이라고 말했다. 즉 외로움을 인정하고 그러한 자신의 취약성을 기꺼이 드러내는 용기가 필요한 때라는 것이다.

여러 사람이 방 안에 모여 있다. 대화가 시작됐지만 그 대화에서 한 사람만 제외돼 있다. 그리고 제외된 사람의 머릿속에 ‘방 안의 사람들이 나를 따돌리고 있다’는 생각이 주입된다. 그 순간 제외된 사람의 머릿속을 기능적 자기 공명 영상(fMRI)으로 찍으면 놀랍게도 뺨을 맞을 때와 같은 영역이 환해진다. 우리가 고립감을 느낄 때 마치 뺨을 맞은 것처럼 움츠린다. 즉 외로움의 고통은 뺨을 맞거나 두통과 같은 다른 질병으로 인한 신체적인 통증처럼 실체를 가지고 있는 고통이라는 것이다.

이 책에 따르면 외로움은 폭력이나 범죄 같은 사회적 문제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실제 연구자들이 총기 난사범과 연쇄 살인범에 이르기까지 강력 범죄자의 배경을 조사한 결과 외로움의 증거가 드러났다. 이러한 폭력성은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종종 여러 문제를 야기하지만 특히 온라인이라는 비대면 상황에서 더욱 교묘하게 존재감을 보인다.

실제로 국가 보건 정책의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위치에 있던 저자는 ‘외로움’을 국가적 차원에서 논의해야 할 중대한 질병으로 분류하고 치유와 연구에 힘써 왔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치유법은 간단하다. 연결과 소통 그리고 사회적인 공감대다. 또래 집단으로부터 소외감을 느끼던 아이의 외로움 경험을 공유하자 공감을 통해 변화했던 책 속 릴리와 친구들의 사례처럼 저자는 외로움에 대한 공감대가 외로운 삶을 치유하는 또 다른 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혼자가 쿨하고 당연하게 여겨지는 요즘 분위기에는 ‘외롭다’는 이야기를 쉽게 꺼내기 힘들 수 있다. 또 온라인에서 나타나는 모습들이 우리로 하여금 자신의 취약성을 드러내기 힘들게 한다. 그럴 때 머시 박사의 “외로움은 인간의 연결 본능이며 이는 관계를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는 말을 떠올리며 취약성을 드러낼 용기를 내 보는 것은 어떨까.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9호(2020.08.08 ~ 2020.08.1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