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1289호 (2020년 08월 10일)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임상 시험 979건…개발 속도 내는 제약·바이오 기업들

기사입력 2020.08.10 오전 11:29

[커버스토리=다가오는 2차 팬데믹의 공포…속도 내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아스트라제네카·시노백·모더나 성공 가능성 높아
-‘상용화 어렵다’는 회의적 시각도

(사진) GC녹십자 연구원이 백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GC녹십자 제공

(사진) GC녹십자 연구원이 백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GC녹십자 제공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에 따르면 8월 6일 기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한 국내외 임상 시험은 979건이다. 지난 3월 11일 기준 56건보다 17.5배 증가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팬데믹(세계적 유행)을 멈출 수 있는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증 환자에게 투여되는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베클루리주(성분명 렘데시비르)’의 한계를 뛰어넘는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렘데시비르’는 임상에서 위중한 환자에게는 뚜렷한 치료 효과를 보이지 못했다.

◆국내에서는 제넥신 백신 임상 돌입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임상 시험 979건…개발 속도 내는 제약·바이오 기업들


코로나19 백신 개발 가능성이 높은 후보군으로는 다국적 기업 아스트라제네카와 중국 시노백바이오테크, 미국 모더나테라퓨틱스 등이 꼽힌다. 임상 2상 또는 3상을 진행 중인 곳들로 올해 안에 개발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코로나19 백신이 영영 상용화하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8월 3일 화상 회의 형식으로 연 언론 브리핑에서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는 백신이 아예 나오지 않거나 백신을 맞아도 면역 기간이 몇 개월 정도에 불과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결과는 임상 시험이 끝나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제넥신은 내년 하반기 상용화를 목표로 코로나19 백신 임상 1·2a상을 진행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9월 임상 진입을 목표로 전임상(동물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GC녹십자도 코로나19 백신 후보 물질을 발굴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특별히 공을 들이고 있다. 바이오 의약품으로 분류되는 혈장 치료제 등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GC녹십자와 셀트리온은 각각 혈장 치료제와 항체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이들 의약품은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액을 이용하는 만큼 렘데시비르 등 합성 의약품 대비 약효와 안전성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셀트리온·GC녹십자·유한양행은 ‘바이오 치료제’ 개발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임상 시험 979건…개발 속도 내는 제약·바이오 기업들


GC녹십자는 혈장 치료제 ‘GC5131A’의 임상을 앞두고 있다. 혈장 치료제는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혈액의 액체 성분)에서 코로나19 면역 항체를 추출해 만드는 의약품이다. GC녹십자는 7월 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 2상 계획을 신청했다. 삼성서울병원 등 5개 병원에서 중증 환자 60명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업계는 8월 중 임상 승인에 이어 첫 환자 투여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되는 국내 바이오 의약품 가운데 가장 먼저 임상 2상에 진입하는 셈이다. 긴급 사용 승인을 거쳐 이르면 연말께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혈장 치료제는 다만 완치자의 헌혈 없이는 대량 생산이 불가능한 한계가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8월 4일 기준 1136명의 코로나19 완치자가 혈장 공여 의사를 밝혔고 이 중 768명이 헌혈을 마쳤다. GC녹십자 관계자는 “혈장 치료제는 국민의 힘이 모여 만들어지는 치료제”라며 “이른 시일 안에 상용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CT-P59’의 국내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항체 치료제는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했을 때 이를 중화시켜 세포를 방어하는 항체를 활용한 의약품이다.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액에서 가장 강력한 바이러스 중화 능력을 보이는 항체를 선별해 만든다. 완치자의 혈액 수급에 관계없이 대량 생산할 수 있지만 혈장 치료제 대비 생산 단가가 높다.

셀트리온은 CT-P59의 해외 임상도 시작했다. 7월 29일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에서 임상 1상 시험 계획을 승인 받고 현지 환자를 모집하고 있다. 코로나19 경증 환자를 대상으로 CT-P59의 바이러스 중화 효능과 약효 등 약물 유효성 초기 지표를 확인할 계획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영국 임상 1상 이후 글로벌 임상 2, 3상을 통해 올해 말까지 중간 결과를 확보하고 내년 상반기 신약 신청 절차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한양행도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지난 5월부터 앱클론과 코로나19 항체 치료제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앱클론이 발굴한 항체 치료제 후보 물질의 국내외 임상 시험을 추진한다.

◆종근당·동화약품 등은 ‘약물 재창출’에 공들여

기업들은 기존에 허가받은 의약품에서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확인하는 ‘약물 재창출’ 방식의 합성 의약품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부광약품은 항바이러스제 ‘레보비르(성분명 클레부딘)’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고대병원 등 8개 병원에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임상 2상은 오는 10월 종료될 예정이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정맥 주사제인 렘데시비르와 달리 경구용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중증 환자 60명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2상에서 유효성이 확인되면 기존 출시 약물인 만큼 임상 3상을 거치지 않고 환자에게 긴급히 투여하는 방안을 관계 당국과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종근당은 혈액 항응고제 겸 급성 췌장염 치료제 ‘나파벨탄(성분명 나파모스타트)’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원자력병원에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한국파스퇴르연구소가 사람의 폐 세포를 이용해 나파모스타트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효과를 분석한 결과 렘데시비르보다 600배 정도 우수한 항바이러스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임상에서도 효능이 검증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풍제약은 항말라리아제 ‘피라맥스(성분명 알테수네이트)’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크리스탈지노믹스와 대웅제약은 만성 췌장염 치료 등에 쓰이는 ‘카모스타트’ 성분에 대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제넥신은 8월 7일 식약처에서 항암제로 개발 중인 ‘GX-17’의 임상 1상을 승인받았다.

업계에 따르면 동화약품도 자체 파이프라인(신약 후보 물질)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한 해외 임상도 증가하는 추세다. 엔지켐생명과학은 미국 임상에 돌입해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는 8월 6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EC-18’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임상 2상 계획을 승인받았다. 국내에서는 인하대병원 등 5개 병원에서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EC-18은 녹용에서 발견한 화합물로 호중구감소증 등의 치료제로 개발하던 파이프라인이다. 이에 대한 글로벌 임상 2상도 진행 중이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렘데시비르 임상 3상에 관여한 카메론 로버트 울프 미국 듀크대 의대 교수가 임상 책임을 맡은데다 미국은 한국보다 코로나19 환자 모집이 수월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내년 상반기 임상 2상 종료 뒤 결과에 따라 긴급 사용 신청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일양약품의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성분명 라도티닙)’는 러시아에서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다. 현지 제약사 알팜이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일양약품에 따르면 임상 3상은 내년 4월 종료 예정이다.

알팜은 코로나19 치료 효과가 확인되면 러시아와 벨라루스에서 슈펙트의 판매 독점권을 가지게 된다. 일양약품에서 완제품을 전량 수입하는 조건이다. 일양약품은 한국 등 나머지 국가에서 코로나19 치료제로서 슈펙트의 권리를 행사하게 된다.

한미약품은 북경한미약품의 진해 거담제 ‘이안핑(성분명 암브록솔)’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기로 했다. 한미약품은 최근 중국 우한과학대 부속 협화병원, 베이징의과대 부속 디단병원, 상하이공공위생임상센터 등과 임상 추진 관련 논의를 시작했다.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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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9호(2020.08.08 ~ 2020.08.14)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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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20-08-11 1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