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 1290호 (2020년 08월 19일)

글로벌 ‘빅딜’ 나선 제약·바이오 업계...국내 기업간 M&A도 증가

기사입력 2020.08.18 오전 10:37

[비즈니스 포커스]
-외국 기업 통째로 사들이고 알짜 사업권 인수
-선택과 집중 위해 해외 계열사 넘기기도

(사진) 아슬람 말릭(가운데 왼쪽) 앰팩 CEO와 임직원 등이 미국 버지니아 주 피터스버그에서 2019년 6월 17일 열린 신 생산 시설 가동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SK(주)는 2018년 미국의 의약품 위탁 개발·생산(CDMO) 기업 앰팩을 인수했다. /SK(주) 제공

(사진) 아슬람 말릭(가운데 왼쪽) 앰팩 CEO와 임직원 등이 미국 버지니아 주 피터스버그에서 2019년 6월 17일 열린 신 생산 시설 가동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SK(주)는 2018년 미국의 의약품 위탁 개발·생산(CDMO) 기업 앰팩을 인수했다. /SK(주) 제공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불과 4~5년 전만 해도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이 외국 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언감생심’이었다. 글로벌 기업들이 ‘빅딜’을 통해 패권 경쟁을 벌이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최근 들어선 그 흐름이 바뀌고 있다. 미국 기업을 통째로 인수하는가 하면 다국적 기업의 특정 지역 사업권을 가져오는 사례도 나온다. 국내 기업 간 인수·합병(M&A)도 늘고 있다.

◆SK 이어 셀트리온도 글로벌 M&A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제품 포트폴리오 강화와 사업 재편 등을 위한 몸집 불리기 경쟁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은 지난해 셀진을 740억 달러(약 89조원)에 인수하며 세계 최대 규모의 합병 기록을 세웠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아스트라제네카가 코로나19 치료제 ‘렘데시비르’ 개발사인 길리어드에 합병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한국 기업들도 글로벌 M&A에 시동을 걸고 있다. 포문을 연 곳은 투자형 지주회사로 불리는 SK(주)다. SK(주)는 100% 자회사인 SK바이오텍을 통해 2017년 BMS의 아일랜드 생산 시설을 인수했다. 시장에서 추정한 인수 금액은 약 1700억원이다. 한국 기업이 글로벌 제약사의 생산 설비를 통째로 인수한 첫 사례였다.

SK(주)는 2018년 미국의 의약품 위탁 개발·생산(CDMO) 회사인 앰팩을 인수하기도 했다. 앰팩 지분 100%를 사들이기 위해 약 80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SK는 유럽과 미국에 잇따라 진출한 이후 글로벌 의약품 위탁 생산(CMO) 시장 공략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란초코르도바 인근 새크라멘토에 CMO 통합법인 SK팜테코를 설립했다. 한국의 SK바이오텍, SK바이오텍 아일랜드, 미국 앰팩을 통합 운영하고 있다. 세 지역 생산 기지의 생산 규모는 연 100만 리터 수준이다.

SK팜테코는 세 곳의 생산 노하우와 기술력·판매망을 기반으로 2022년 기업 가치 10조원의 글로벌 선도 CMO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최근에는 셀트리온이 설립 후 첫 대형 M&A 카드를 꺼내들었다.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셀트리온은 6월 11일 다국적 제약사인 일본 다케다제약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사업권을 3324억원에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다케다제약이 한국·태국·대만·홍콩·마카오·필리핀·싱가포르·말레이시아·호주 등 9개 시장에서 판매 중인 18개 제품의 특허·상표·판매에 대한 권리를 가져오는 조건이다.

셀트리온이 인수하는 제품은 당뇨병 치료제인 네시나와 액토스, 고혈압 치료제 이달비 등 전문 의약품이다. 감기약 화이투벤과 구내염 치료제 알보칠 등 소비자에게 익숙한 일반 의약품도 있다. 18개 제품은 지난해 9개 국가에서 1억4000만 달러(약 17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셀트리온은 이번 빅딜을 통해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 전문 기업에서 종합 제약·바이오 회사로 발돋움하게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셀트리온의 ‘빅 픽처’는 향후 다케다제약이 개발한 신약의 특허가 만료된 이후 해당 오리지널 성분의 복합제, 서방형 제제 등 개량 신약의 조기 출시를 통해 케미칼사업부의 글로벌화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동화약품은 의료 기기로 사업 영역 넓혀

글로벌 ‘빅딜’ 나선 제약·바이오 업계...국내 기업간 M&A도 증가

사업 영역 확장을 위한 한국 기업 간 M&A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콜마는 2018년 CJ헬스케어(현 HK이노엔)를 1조3100억원에 인수했다. 종합 헬스케어 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한국콜마의 기존 화장품·의약품 제조자 개발 생산(ODM) 기술에 HK이노엔의 신약 개발 역량이 더해지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 초에는 GC(구 녹십자홀딩스)의 자회사인 GC녹십자헬스케어가 국내 1위 전자 의무 기록(EMR) 솔루션 기업 유비케어를 품에 안았다. GC는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고도화하기 위해 2088억원을 들였다. 유비케어 주식 지분 52.7%를 확보했다.

유비케어는 한국 최초로 EMR을 개발한 곳이다. 전국 2만3900여 곳의 병·의원, 약국 등의 의료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 최대 규모의 의료 데이터와 정보기술(IT)을 활용한 B2C 사업 플랫폼이 강점이다. GC녹십자헬스케어는 유비케어의 의료 데이터를 활용해 개인 맞춤형 건강 관리 서비스 등 디지털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동화약품도 사업 다각화의 목적으로 M&A를 선택했다. 동화약품은 의료 기기 업체 메디쎄이의 주식 지분 52.9%를 확보하기 위해 196억원을 투입할 것이라고 7월 28일 발표했다.

메디쎄이는 한국 척추 임플란트 시장 1위 업체다. 대형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강소 기업으로 평가 받는다. 매출의 80% 이상이 흉요추(등뼈와 허리뼈)용 척추 임플란트에서 나온다.

동화약품은 척추경 나사못 등 15건의 한국 특허권을 비롯해 척추 임플란트 등 13건의 한국 상표권을 가진 메디쎄이를 앞세워 종합 헬스케어 기업으로 진화한다는 계획이다.

박기환 동화약품 대표는 “한국 최초 제약사인 동화약품은 글로벌 의료 기기 시장이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는 점에 주목했다”며 “메디쎄이의 글로벌 의료 기기 수출 거점을 활용해 의약품의 해외 진출을 타진하는 등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선택과 집중을 위해 해외 계열사를 외국 기업에 넘기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GC는 세계 최대 혈액 제제 기업인 스페인 그리폴스에 북미 혈액 제제 계열사를 매각한다고 7월 20일 발표했다. 혈액 제제 북미 생산 법인인 GCBT와 미국 혈액원 사업부문인 GCAM 지분 100%를 넘기는 조건이다. 계약 규모는 4억6000만 달러(5520억원)다. 한국 제약·바이오업계에서 보기 드문 초대형 양수도 계약이라는 게 GC의 설명이다.

캐나다 GCBT는 설비 투자가 완료됐음에도 불구하고 현지 바이오 생산 공정 전문 인력 부족 등으로 사업에 차질이 있었던 곳이다. 2018년부터 상업 가동을 위해 GC로부터 인력·기술 지원을 받아 왔지만 그 속도가 더뎠다. 올 들어서는 코로나19로 하늘길까지 끊겼다. 내년으로 계획하던 자립이 기약 없이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증권가는 이번 매각을 사업 여건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을 고려한 GC의 선제적 조치로 보고 있다. 선민정 애널리스트는 “지난 2년 동안 GC녹십자 오창공장의 인력이 캐나다로 건너가 현지 인력에 기술을 전수했지만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하면서 공장의 정상화를 기약할 수 없게 됐다”며 “올해 하반기 10% 면역 글로불린(IVIG)의 미국 허가 신청서 제출을 앞두고 북미 혈액 제제 사업을 가속화하기 위해 이원화된 사업 구조를 GC녹십자로 일원화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0호(2020.08.17 ~ 2020.08.2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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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20-08-19 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