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CNN·GE·메리어트 등 30개 글로벌 조직을 통해 배운다
[서평] 글로벌 기업의 미래를 바꾼 결정적 차이는

◆시프트 어헤드
앨런 애덤슨·조엘 스테켈 지음 | 고영태 역 | 한국경제신문 | 1만8000원


[한경비즈니스= 김종오 한경BP 출판편집자]모두가 혁신을 외친다. 그런데 대개는 정확한 상황 파악과 구체적인 방향이 빠져 있다. 공허한 이유다. 혁신으로 가는 만고불변의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다. 시대의 변화는 같은 속도로 동일하게 영향을 주지만 그 변화를 맞이하는 각 기업의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쪽 기준에는 세상의 변화를, 다른 한쪽 기준에는 자신의 환경을 놓아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답을 찾아야 할까.

연역이 아닌 귀납의 방법이 필요하다. 특정 답을 정해 놓고 그것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개별 사안과 환경에 최적화된 답을 찾는 것이다. 기업이 가진 고유한 정체성을 고집스럽게 이어 가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정체성을 바꿔 가는 것이 좋을까.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뉴욕의 명소인 샌드위치 브랜드 카츠델리카트슨은 정체성을 고수함으로써 성공을 이어 가고 있지만 내셔널지오그래픽은 반대의 상황에 처했다. 요즘 말로 하면 ‘케바케(케이스 바이 케이스 : 경우에 따라 다름)’다.

두 명의 저자가 30개나 되는 글로벌 기업의 실무자와 경영자를 직접 만나 인터뷰한 이유다. 이론보다 현실에 토대를 두고 있다. 특정 이론에 현실을 맞춰 상황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구체적 사안에서 출발해 공통의 인사이트로 향한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매체 환경의 변화와 구독자 감소 문제에 직면했을 때 적응하기를 거부했다. 결국 폭스에 합병되고 말았다. 이와 반대로 포브스미디어는 온라인 플랫폼과 새로운 콘텐츠 생산 전략에 집중하기 위해 신속하게 비즈니스 모델을 개편했다. 제록스와 IBM의 차이도 흥미로운 사례다. 복사기의 대명사 제록스는 ‘종이 없는 세상’이 가까워지는 상황에 직면해 솔루션 기업으로 탈바꿈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고 결국 두 기업으로 분리됐다. 반면 IBM은 변화의 전통을 기초로 컴퓨터 제조사에서 정보기술(IT) 솔루션 기업으로 성공적으로 변신했다.

그뿐만 아니라 페이스북과 같이 최근 등장한 기업부터 제너럴일렉트릭(GE)이나 메리어트처럼 100년 이상 지속되는 혁신의 역사를 일궈 온 기업까지 책에 등장하는 케이스는 특정 산업군과 시점에 한정돼 있지 않다. 총 9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주제는 크게 세 가지다. 조직의 위기를 알리는 경고의 종류와 그것을 감지하는 방법, 변화 상황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는 데 성공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차이, 새로운 승리의 전략을 만들어 낸 기업의 숨겨진 비결이다. 각 기업에 대한 사례와 분석은 독립적 성격을 가지므로 관심과 필요에 따라 순서와 상관없이 옮겨 가며 봐도 무방하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시프트’라는 말이 낯익을 것이다. ‘수비 시프트’라는 단어를 경기 중에 자주 듣게 되는데 타자의 성향에 맞춰 야수의 위치를 조정하는 것을 뜻한다. 홈런 타자가 나올 때 1루수를 제외한 모든 내야수가 외야 잔디 근처에 서 있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시프트가 중요한 두 가지는, 공 하나에 승패가 갈리는 위기 상황에 적극적으로 사용된다는 점과 위치 변경이 감이 아니라 타자에 대한 오랫동안 축적된 데이터에 기초한다는 점이다.

이는 기업의 상황에도 적용할 수 있다. 변화와 위기 앞에서 가만히 있는 것은 게임에서 항복 선언과 다름없다. 어떤 식이든 조치가 필요한데 그것은 느낌이 아니라 치밀한 분석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 두 명의 저자는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앞으로(ahead) 나아가는 데 필요한 추진력과 분석 능력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세상이 변하는데 혼자만 변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패배하고 말 것”이라고 말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0호(2020.08.17 ~ 2020.08.2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