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식의 정치판]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문 대통령 지지율 변화·친문의 선택·친문 주자 등장 여부 등이 좌우
[홍영식의 정치판] 이낙연·이재명 지지율 좌우할 최대 변수 5가지는?
[한경비즈니스 = 홍영식 대기자] “흥미로운 대선 구도가 됐다. 대선 주자 중 한 명만이 대세론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면 당으로선 결코 달갑지 않다. 경선 흥행을 위해서라도, 대세 주자가 중도에 낙마하는 사태에 대비하더라도 복수의 후보자들이 선두 다툼을 벌이는 것이 당으로선 바람직하다.”

더불어민주당 친문(친문재인)계 한 중진 의원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이낙연 의원과 엎치락뒤치락하는 데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이 의원이 독주할 때는 의원들이 그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있었다”며 “하지만 요즘 이 지사의 상승세가 두드러지면서 자기 색깔을 내는 데 주저하고 눈치를 보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최근 여론 조사를 보면 이 지사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한국갤럽이 8월 둘째 주 조사에서 ‘다음 대통령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 지사를 꼽은 응답자는 19%로 이 의원(17%)을 처음으로 제쳤다(8월 11일부터 13일까지 전국 만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 95% 신뢰 수준에 표본 오차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지사는 7월(7~9일 조사)에 비해 6%포인트 상승했고 이 의원은 7%포인트 하락했다.

리얼미터 조사를 보면 이 의원의 지지율은 지난 1월 29.9%, 4월 40.2%로 올라갔지만 지난 7월 25.6%까지 내려왔다. 반면 이 지사는 지난 1월 5.6%를 나타냈다가 꾸준히 상승하면서 지난 7월 19.6%를 기록, 이 의원과의 격차를 줄였다.

◆이 지사, 이슈 파이팅 주효…이 의원, 대통령과 지지율 동조

이 지사가 치고 올라가고 이낙연 대세론이 흔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이 의원과 이 지사가 처한 정치 환경과 개인적 성향을 꼽는다. 이 지사 측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이 지사의 상승세 원인으로 이슈 파이팅과 단호한 일처리를 꼽았다. 그는 “이 지사는 과격하고 급진적이며 예의가 없다는 거친 이미지가 씌워져 있었다”며 “하지만 요즘은 자본주의를 잘 이해하고 실용주의자라는 느낌을 준다”고 했다. 그는 그 예로 이 지사가 최근 “평생 한 채 가지고 잘살아 보겠다는데 집값 올랐다고 마구 (세금을) 때리면 안 된다. 비싼 집에 사는 게 죄를 지은 건 아니지 않느냐. 가격보다는 숫자(다주택),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게 실수요 여부”라고 발언한 것을 들었다. 김 의원은 또 “경기지역 하천과 계곡의 불법 시설물을 생활 적폐로 보고 뿌리 뽑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였다”며 “역대 그 어느 지사도 지역 상인들의 표심 때문에 해내지 못했던 것인데 어려운 일이지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할 땐 과감하게 일을 추진하는 것이 중도층에 먹혀든 것 같다”고 했다.

이 의원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선 ‘동조화 현상’을 꼽았다. 그는 “총리를 지냈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떨어지면 이 의원의 지지율도 동반 하락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성격상 워낙 신중하고 정제된 어휘를 구사하는 게 내각을 관리하는 총리로선 유효할 수 있지만 대선 주자로서는 매력 포인트가 없다는 반론도 있다”고 했다. 그는 “반면 이 지사는 대통령의 국정 운영과 다소 거리가 있기 때문에 함께 책임져야 할 고리가 약하다”고 지적했다.

여론 조사 전문가인 배종찬 인사이트 케이 연구소장은 이 지사의 지지율 상승 원인으로 경기 지역 결집과 이슈 파이팅을 꼽았다. 그는 “과거 경기지사가 경기 지역에선 무덤일 정도로 지지를 받지 못했다”며 “반면 최근 조사에선 이 지사가 이곳에서 지지층 결집에 성공해 높은 지지율을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한국갤럽의 8월 둘째 주 조사에서 이 지사는 인천·경기 지역에서 지지율 27%를 얻어 전국 평균(19%)보다 8%포인트 높았다.

배 소장은 또 “대선 주자는 이슈 파이팅을 해야 주목도를 높이고 경쟁력을 평가받을 수 있다”며 “그런 점에서 이 지사는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현안에 대해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내 왔다. 젊은 세대들은 이슈 파이팅을 많이 하는 사람에게 열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반면 이 의원에 대해선 “친박 친이 친문과 같은 강력한 자기 세력을 만들어 내지 못한 데다 총리로서 국정을 담당한 한 축이었기 때문에 대통령 지지율이 내려가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서성교 건국대 초빙교수는 이 지사의 지지율 상승 이유로 메시지 선명성과 진보 어젠다 선도 능력, 강한 추진력 등을 꼽았다. 반면 이 의원의 지지율 하락 원인으론 결단력 부족 이미지, 스킨십과 뚜렷한 정치적 색깔 부재 등을 들었다.?

김명준 글로벌리서치 상무는 “현안에 대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명쾌하게 조치를 내놓는 이 지사의 스타일이 먹혀들고 있다”며 “반면 이 의원은 두루뭉술한 메시지 등 기존에 봐 왔던 정치인 스타일로 하니까 사람들이 답답해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춘석 한국리서치 상무는 “이 지사는 코로나19 사태 대응 과정에서 돌파력이 입증돼 기대감을 준 반면 이 의원은 총리였을 때는 언론의 주목을 받을 기회가 많았지만 의원이 된 뒤엔 ‘N분의 1’이 되면서 그런 기회가 확 줄었다”고 했다.

◆서울시장 승리 땐 이 의원 유리, 진다면 “이 지사, 구원자”
지지율 추이를 좌우할 변수는 무엇일까. 내년 4월 실시될 서울시장 보궐 선거 결과와 이 의원이 당 대표에 선출된다면 대표직 수행 능력,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성적, 친문의 선택과 친문 주자 등장 여부 등이 최대 변수로 꼽힌다. 배 소장은 “민주당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긴다면 이 의원이 유리하고 패배한다면 시장 후보 선출 등을 실질적으로 총괄하는 당 대표(8·29 전당대회에서 선출된다면 내년 4월 7일 선거 직전인 3월 말까지 임기)로서 책임론에 직면할 것”이라며 “그러면 이 지사가 유리해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배 소장은 또 “문 대통령 지지율도 변수”라며 “고공 행진한다면 당내 분위기가 이 의원 쪽으로 기울 것이고 당 지지율보다 밑으로 내려간다면 구원자 역할이 이 의원에서 이 지사로 넘어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이 지사가 새 정책을 내세우면 민주당 의원들이 법안 발의로 이어지는 현상이 나타난 것도 이 지사의 지지율 상승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지사의 약점은 당내 최대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친문과 적대적인 관계를 맺어 왔다는 점이다. 전체 지지율은 이 의원과 엎치락뒤치락하지만 당내 지지는 약해 경선에서 불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여전하다. 한국갤럽 8월 둘째 주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은 37%가 이 의원을 지지했고 이 지사는 28%를 얻어 9%포인트 낮았다.

하지만 배 소장은 친문의 선택에 대해 “2017년 대선 때 이 지사와 문 대통령이 껄끄러운 관계였다고 얘기하지만 지지율이 가지는 무서운 속성 때문에 친문도 이 의원이든 이 지사든 당선될 가능성이 높은 대세 후보로 기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병욱 의원은 이 지사가 친문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는지에 대해 “역시 지지율이 깡패다. 과거 좋지 않은 관계였다고 하더라도 대선 본선에서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지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춘석 상무는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된다면 리더십 검증을 혹독하게 받아야 할 것”이라며 “관리에 중점을 둬야 하는 총리 때와 달리 돌파력과 포용력 등 대선 주자로서 필요한 요구 사항들을 잘 보여줄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1호(2020.08.22 ~ 2020.08.2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