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1291호 (2020년 08월 24일)

‘닷컴 붐 이후 최대’ 미국 IPO 시장도 후끈…니콜라 이어 에어비앤비 상장 대기

기사입력 2020.08.24 오전 10:39

[커버스토리=‘따상’ 맛본 투자자, 타오르는 공모주 시장]

-바이오 기업, 상장 첫날 평균 34% 주가 급등

-미국 상장 중국 기업 회귀에 중화권도 ‘들썩’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악재에도 금융 시장의 회복세에 힘입어 기업공개(IPO) 시장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다. ‘기업 가치 21조원’에 달하는 에어비앤비를 비롯해 미국의 IPO 시장에도 대어들이 줄줄이 출격을 앞두고 있고 중국 또한 증시 활황에 IPO 시장의 열기가 후끈하다.

◆‘공유 경제 대표 주자’ 에어비앤비 곧 상장
 

금융 정보 제공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 들어 미국 주식 시장 IPO로 흘러간 돈은 600억 달러(약71조원)가 넘는다. 이와 같은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올해 IPO 시장은 2000년 닷컴 붐 당시에 이어 20년 만에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의 타격으로 냉기가 돌던 미국 IPO 시장에 온기가 돌기 지난 6월부터다. 올해 미국의 대표적인 ‘IPO 대어’로 손꼽히는 워너뮤직이 6월 3일 나스닥에 성공적으로 데뷔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워너뮤직은 이날 개장 후부터 상승세를 지속하다가 공모가(25달러) 대비 20.48% 오른 30.12달러에 장을 마쳤다. 8월 20일 현재 워너뮤직의 주가는 30.53달러, 시가총액은 약 155억 달러(약 18조5000억원) 규모다. 워너뮤직그룹은 올 초 IPO 상장을 계획했지만 지난 3월 코로나19 여파에 상장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워너뮤직의 ‘화려한 나스닥 데뷔식’에 더욱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제2의 테슬라’로 눈길을 끈 수소 트럭 업체 니콜라도 지난 6월 우회 상장을 통해 나스닥에 입성해 상장 하루 만에 주가가 103% 폭등하며 주목 받았다. 곧이어 7월에는 미국 인슈어테크 회사인 레모네이드가 상장과 동시에 주가가 2배 이상 치솟으며 투자자들의 눈도장을 확실히 받았다. 레모네이트는 소프트뱅크가 20%대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뜨겁게 달아오른 미국 IPO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이는 것은 ‘공유 경제 대표 주자’로 일컬어지는 글로벌 숙박 업체 에어비앤비다. 에어비앤비는 8월 19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업공개를 위한 서류들을 비공개로 제출하며 본격적인 IPO 행보에 나섰다. 올해 안에 상장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2008년 설립된 에어비앤비는 지난해 매출만 48억 달러(약 5조원)을 기록하며 기업 가치만 약 180억 달러(약 21조원)에 달할 것으로 평가받는 세계적인 스타트업이다. 올해 IPO 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다. 에어비앤비는 일찌감치 IPO 진행을 고려해 왔지만 지난해 위워크와 우버 등 ‘공유 경제 모델’을 기반에 둔 기업들의 잇단 IPO 흥행 실패로 ‘성장 기업 논란’에 시달리며 한동안 몸을 사려 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 초 코로나19 여파로 여행업에 악재가 두드러지며 올 연내 IPO가 불투명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악재 속에서도 에어비앤비의 실적은 예상보다 빨리 회복되고 있다. 여행업이 회복될 때까지 ‘장기 숙박 프로그램’을 개발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집에서 가까운 곳의 여행과 관련한 프로그램들을 도입해 호평을 얻고 있다. 7월에는 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된 지난 3월 이후 처음으로 전 세계 숙박 예약 규모가 다시 100만 박을 돌파하기도 했다. 에어비앤비의 IPO는 위워크나 우버와 다른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 밖에 식품 배달 스타트업 도어대시, 데이터 분석 업체 팰랜터테크놀로지스도 올 하반기 미국 IPO 시장의 기대주로 거론되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바이오 종목들에 대한 관심도 미국 IPO 시장의 투자 열기를 더하고 있다.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들어 바이오 기업들이 미국 증시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총 94억 달러(약 11조1625억원) 정도다. 이는 딜로직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5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기존의 역대 최대치는 2018년의 65억 달러(약 7조7000억원)였다.

대표적인 곳이 독일의 생명공학 회사 큐어백이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큐어백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공동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후원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8월 14일 나스닥 상장을 통해 총 2억1300만 달러(약 2529억원)를 조달한 큐어백은 첫 거래에서 주가가 249% 폭등하며 기염을 토했다. 딜로직의 분석 결과 올해 상장한 바이오 기업들의 주가는 상장 첫날 평균 3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0년 이후 하루 기준 최대 폭의 상승이다.


‘닷컴 붐 이후 최대’ 미국 IPO 시장도 후끈…니콜라 이어 에어비앤비 상장 대기

◆‘중국 IPO 자금 조달, 전년 대비 122%


최근에는 뉴욕 증시에 중국 기업들의 IPO 규모도 크게 늘고 있다. 미·중 갈등이 악화되는 상황과는 대조적이다. 금융 정보 업체 리피니티브가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올 들어 미국 IPO 시장에서 중국 기업이 조달한 자금은 52억3000만 달러(약 6조2000억원)로 작년 동기(24억6000만 달러)의 두 배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대표적으로 지난 8월 13일 나스닥에 상장한 온라인 부동산 중개 업체 베이커자오팡은 21억 달러를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 기업 가운데 2018년 3월 상장한 ‘중국판 넷플릭스’ 아이치이 이후 2년 5개월 만의 최대 규모다. 소프트뱅크그룹와 텐센트가 투자한 베이커자오팡은 상장 첫날 주가가 87%나 급등했다. 이 밖에 전기차 업체인 샤오펑이 이미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 신청서를 냈고 온라인 자산 관리사인 루진숴도 뉴욕 입성을 준비 중이다. 

최근 들어 미 정부의 중국 기업들에 대한 압박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내년 말까지 미국의 회계 기준을 준수하지 않는 중국 기업을 미국 증시에서 퇴출시킬 방침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도 중국 기업들이 뉴욕 증시로 몰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과 자금이 쏠리는 뉴욕 증시의 매력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핀테크 기업에 대한 완화된 규제 환경도 주된 요인으로 분석된다.

중국 기업들의 IPO는 중국·홍콩 시장에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미국의 중국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로 중국 본토 증시로 회귀를 결정하는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중국과 홍콩의 IPO 시장을 살리는 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EY에 따르면 상반기 중국 본토 증시 상장 건수는 12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88% 증가했다. 자금 조달액은 197억 달러(약 24조원)로 약 122% 증가했다. 홍콩 증시의 IPO 자금 조달액도 같은 기간 23% 증가했다. 특히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과학혁신판(커촹반)에 상장하는 기업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혁신판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지시해 만든 기술주 중심의 거래소다. 

EY는 코로나19 악재와 특히 홍콩 보안법 등을 둘러싼 정치 불안에도 중화권 IPO 시장이 활기를 띠는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들었다. 먼저 지난 3월 이후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경제 봉쇄 조치에 들어간 반면 중국은 일찍 경제 활동을 재개하며 상대적으로 빠르게 경제를 회복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IPO 횟수와 자금 조달액 역시 전년 대비 증가세를 보였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미 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의 중화권 증시 회귀다. 지난 7월 나스닥에 상장된 중국 2대 전자 상거래 업체 징둥닷컴이 홍콩 증시에 ‘이중 상장’했다. 징둥닷컴은 중국 최대 전자 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와 중국 게임 업체 왕이(넷이즈)에 이어 미국 증시에서 중국의 특별행정구인 홍콩으로 회귀한 셋째 중국 기업이다. KFC·피자헛 등 중국에서 1만여 개의 점포를 운영 중인 중국 최대 외식 기업 얌차이나도 현재 뉴욕에서 홍콩으로 2차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 1위 검색 포털 기업 바이두, 전자 상거래 기업 핀둬둬, 온라인 여행사 트립닷컴 등도 홍콩 증시 2차 상장 가능성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Y는 보고서에서 “미·중 갈등이 고조될수록 중국·홍콩 IPO 시장은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138개 기업이 홍콩 IPO를 신청한 상태이고 이는 홍콩 IPO 시장에 새로운 기회의 창이 열렸다는 신호”라고 강조했다.

vivajh@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1호(2020.08.22 ~ 2020.08.28)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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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20-08-26 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