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Ⅱ]
-코로나19로 생활의 중심이 된 주거 공간…홈코노미 확대로 인테리어·리모델링 열풍
‘집콕’ 늘자 홈퍼니싱 산업 폭풍 성장…한샘·현대리바트는 ‘깜짝 실적’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면서 홈코노미 시장이 팽창하고 있다. 홈코노미는 집(home)과 경제(economy)의 합성어로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이뤄지는 모든 경제 활동을 뜻한다.

주목할 부분은 코로나19 이후 홈퍼니싱 시장의 성장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약 10조원이던 국내 홈퍼니싱 시장 규모는 2015년 13조원대로 커졌고 2023년에는 18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집에 머무르는 소비자의 시간이 늘면서 집 꾸미기 용품에 대한 관심이 지출로 이어졌고 홈퍼니싱 관련 소매 판매액은 올해 4월 전년 동월 대비 23.9% 증가했다. 언택트(비대면) 소비 확산으로 온라인 가구 쇼핑이 늘어나 온라인 가구 거래액은 전년 동월 대비 42.7% 확대됐다.

과거에는 이사하거나 집이 낡았을 때만 가구를 사고 집을 꾸몄지만 이제는 계절이 바뀌거나 생활 패턴이 변화했거나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가구를 사고 인테리어를 바꾼다. 코로나19로 인해 이제 집은 단순히 잠만 자는 주거 공간이 아니라 여가나 소비 활동이 이뤄지는 생활의 중심이 되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그뿐만 아니라 일과 학업 등 집 밖에서 이뤄졌던 활동까지 해결해야 하는 공간으로 집의 기능과 역할이 확대되며 홈퍼니싱 산업의 성장세도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집콕’ 늘자 홈퍼니싱 산업 폭풍 성장…한샘·현대리바트는 ‘깜짝 실적’

◆ 재택근무로 ‘홈 오피스’ 관련 매출↑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주거 공간 일부를 일하기 좋은 사무 공간으로 꾸미는 ‘홈 오피스’ 트렌드가 인기다. 퍼시스그룹의 생활 가구 전문 브랜드 일룸은 재택근무 확산과 학생들의 온라인 개학 여파로 홈 오피스와 홈 스터디 제품군의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특히 높이와 각도 등을 사용자 체형에 맞게 조절할 수 있는 이타카네오 제품 매출은 15% 늘어났다.

버킷플레이스가 운영하는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도 코로나19 이후 책상·의자 등 홈 오피스 관련 제품 판매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일상과 업무 공간을 구분하기 위한 파티션·공간 박스 등 존(zone) 인테리어 제품 판매도 늘었다. 버킷플레이스 관계자는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이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홈 인테리어에 대한 실행을 시작하게 됐다”며 “재택근무를 위해 공간 일부를 홈 오피스로 꾸미는 것을 비롯해 휴양지나 홈 카페로 만드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집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인식 변화는 홈 인테리어·리모델링 수요로 이어졌다. 국내 인테리어 ‘빅2’인 한샘과 현대리바트도 호실적을 냈다.

코로나19로 인한 홈 인테리어 인기와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이 호재가 됐다. 가구업계 1위인 한샘은 2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5.9% 증가한 5172억원, 영업이익은 173.5% 늘어난 230억원을 기록했다. 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성장한 것은 2015년 4분기 이후 4년 6개월 만이다. 한샘의 핵심 성장 동력인 리하우스와 온라인 부문의 매출 성장이 이번 실적을 견인했다.
‘집콕’ 늘자 홈퍼니싱 산업 폭풍 성장…한샘·현대리바트는 ‘깜짝 실적’
한샘은 가구 단품이 아닌 리모델링 전체를 패키지로 한 번에 제안하는 리하우스 사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리하우스 사업의 2분기 매출은 13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 성장했다. 한샘 관계자는 “코로나19와 함께 뉴노멀 시대에 들어서며 홈 오피스, 홈 시네마, 홈 트레이닝 룸 등 집 안에서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는 새로운 공간이 나타나고 있어 집에 대한 질적 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서정 SK증권 애널리스트는 “단순히 이사를 가거나 결혼을 하는 등 일반적인 주택 거래를 할 때 외에도 소비자들이 가구·인테리어를 사기 시작했다”며 “앞으로 주택 거래량과 무관하게 한샘의 B2C(기업 대 소비자) 매출은 꾸준히 증대될 것이고 특히 인테리어 부문 중에서도 온라인과 리하우스 부문의 실적 고성장세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현대리바트도 2분기 매출액 3529억원, 영업이익 1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8%, 67.6% 증가했다. 홈퍼니싱 트렌드 확산에 따른 리바트 키친 등 B2C 리빙 사업 매출이 늘었고 빌트인 가구 공급 물량 확대에 따른 B2B(기업 대 기업) 부문 호조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 폭등과 각종 규제로 집을 마련하는 꿈이 더욱 멀어지면서 리모델링 수요가 늘고 있는 점도 가구·인테리어업계에 긍정적이다. 정부의 21번째 부동산 대책에 이어 다주택자의 과세를 강화하는 22번째 대책이 나오면서 주택 시장 거래량이 줄고 실거주자들의 노후 주택 리모델링 수요가 증가하며 수혜주로 떠오른 곳은 한샘이다.
‘집콕’ 늘자 홈퍼니싱 산업 폭풍 성장…한샘·현대리바트는 ‘깜짝 실적’
◆ 한샘, 원데이 시공으로 코로나19 수혜

한샘은 부분 공사를 원하는 고객을 위한 ‘살면서 고치는 집 공사 패키지’를 선보이고 있다. 평당 40만~60만원대로 부엌·욕실·중문·현관 등을 패키지로 구성한 상품으로, 최소 1일에서 최대 3일 내에 시공할 수 있다.

부분 공사는 긴 시간 집을 비우지 않고도 집 안 분위기를 바꿀 수 있어 휴가철에 특히 수요가 높다. ‘원데이 시공’이 가능해 거주하면서도 리모델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곰팡이와 물때로 인해 부분 교체 수요가 높은 욕실은 부분 공사를 신청하면 고객이 집에 거주하면서도 단 하루 만에 시공을 마칠 수 있다. 외부 먼지 유입을 막고 냉난방 효율과 소음 차단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중문 설치도 인기다.

지난 7월 기준 한샘 리하우스 리모델링 패키지 공사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90% 증가했다. 이사와 신혼 시즌을 비켜 가는 여름철은 전통적으로 리모델링 비수기로 꼽힌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관련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또 다른 경쟁력으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선택의 폭을 넓힌 14종의 스타일 패키지다. 자기 계발을 위한 서재, 재택근무가 가능한 홈 오피스, 홈 트레이닝을 즐기는 취미방, 휴식을 위한 호텔 같은 침실 등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과 변화하는 사회 트렌드를 반영한 다양한 패키지를 마련했다.

코로나19로 언택트(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한샘 온라인몰을 찾는 주 고객층도 바뀌었다. 한샘몰의 주 고객은 30~40대지만 한샘 CRM팀 분석에 따르면 7월 한 달간 50대 이상 구매 고객이 약 115% 증가했고 60대 이상 구매 고객도 120%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한샘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로 비대면 소비가 증가하면서 온라인 소비에 익숙하지 않았던 중·장년층이 크게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홈 코노미 소비 트렌드가 이어지며 침대·매트리스·소파 등 휴식과 관련된 가구의 온라인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약 40% 증가했다.
‘집콕’ 늘자 홈퍼니싱 산업 폭풍 성장…한샘·현대리바트는 ‘깜짝 실적’
◆ 가구·인테리어업계, 온라인 강화

코로나19가 불러온 언택트 소비 트렌드에 따라 홈 퍼니싱 기업들은 온라인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리바트는 온라인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물류 배송 인프라 확대에 나섰다. 총 1395억원을 투자한 ‘리바트 스마트워크센터’ 물류센터 부문을 연내 가동할 계획이다.

스마트워크센터가 가동을 시작하면 현대리바트의 전체 물류센터 규모는 기존 7만2000㎡에서 14만4000㎡로 2배가량 커진다. 하루 평균 출고 가능 물량도 기존 대비 2.3배 증가해 획기적인 물류 기능 향상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신세계의 자회사인 까사미아는 신규 라이프스타일 전문몰 ‘굳닷컴’을 론칭했고 일룸도 온라인 전용 제품을 확대하고 있다. 까사미아의 굳닷컴은 론칭 1개월 만에 누적 앱 다운로드 8만8000여 건, 회원 수 9만6000명을 돌파했다. 기존에 운영했던 브랜드몰인 '까사미아샵' 대비 판매 품목을 2배 수준인 1만 여개로 대폭 늘려 굳닷컴 출범 이후 까사미아의 온라인 매출이 전년 대비 약 150% 증가했다.

한샘은 한샘닷컴을 통해 전국 700여 개의 오프라인 매장과 고객을 연결하는 O4O 플랫폼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잇는 O4O(Online for Offline)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방식으로 한샘닷컴도 개편했다.

한샘닷컴에서 마음에 드는 패키지를 골라 상담을 신청하면 최적화된 매장을 배정받을 수 있다. 앞서 한샘은 2019년 12월 인테리어 O2O(Online to Offline) 플랫폼 업체 ‘인스테리어’를 인수했다. 인스테리어를 통해 인테리어 수요 고객을 대상으로 중개·매칭 서비스를 제공하며 온라인 강화와 온·오프라인 시너지까지 기대하고 있다.

한샘닷컴은 지난해 3월 O4O 플랫폼으로 개편한 이후 상담 신청 누적 건수도 지속적으로 늘어 지난 6월 기준 6만 건을 돌파했다. 매장에 가지 않고도 가상으로 인테리어 후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3D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홈플래너’를 활용한 전문 상담 서비스도 한샘만의 강점이다.

이 같은 서비스가 가능한 이유는 한샘이 보유한 독보적인 아파트 데이터베이스 덕분이다. 한샘은 전국 4만여 개의 아파트 평면도를 보유하고 있다. 홈플래너를 통해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가상으로 미리 배치해 보며 집 꾸밈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가구 시장이 온라인과 모바일 중심으로 성장함에 따라 배송 품질과 배송 기간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한샘은 가구를 직접 배달하고 시공까지 해주는 원스톱 서비스를 이미 완성했다. 특히 시공 전문 회사인 한샘서비스원을 통해 가구와 건자재 시공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시공 기간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한샘몰에서는 7월부터 가구 배송과 시공 날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내맘배송’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최소 익일부터 30일 이내까지 배송일 지정이 가능해 휴가철에도 원하는 날짜에 가구를 받을 수 있다. 하반기 오픈 예정인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통해 한샘 상품뿐만 아니라 한샘몰에 입점한 다른 업체 상품도 합동 배송할 예정이다.


[돋보기 : 인테리어 스타트업도 폭풍 성장]
‘집콕’ 늘자 홈퍼니싱 산업 폭풍 성장…한샘·현대리바트는 ‘깜짝 실적’
◆ 2030 필수 앱 자리 잡은 ‘오늘의집’
…누적 거래액 3600억원 돌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더욱 거세진 홈 인테리어 열풍으로 관련 스타트업도 폭풍 성장하고 있다. 2014년 이승재 대표가 창업한 버킷플레이스는 종합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을 운영하고 있다.

오늘의집은 다른 사람이 직접 올린 인테리어 사진과 후기를 보며 사진에서 마음에 든 가구와 소품 등을 구매까지 할 수 있는 인테리어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에 내 집 마련이 이룰 수 없는 꿈이 돼 버린 밀레니얼 세대에게 집을 꾸미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인증 사진을 올려 ‘랜선 집들이’를 하는 문화는 어느새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으로 자리 잡았다.

이 같은 관심을 보여주듯 인스타그램에는 ‘#집스타그램’, ‘#홈스타그램’ 등 집 꾸미기 관련 해시태그가 수백만 건에 이른다. SNS에서 유행하는 ‘랜선 집들이’, ‘홈스타그램’ 열풍은 알고 보면 오늘의집에서 시작됐다.

오늘의집은 25~39세 이용자가 전체 회원의 40%를 차지하며 누적 다운로드 수 1190만 건, 누적 인테리어 사진 수 580만 건, 누적 리뷰 수 500만 건 등 독보적인 데이터를 자랑한다. 올해 상반기 누적 거래액 3600억원을 돌파했는데 이는 지난해 상반기 848억원에서 4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최근에는 자가가 아닌 전월세에 거주하는 이들을 위해 ‘전셋집 인테리어 노하우’도 제공하고 있다. ‘어차피 조금만 살다가 이사해야 할 텐데’가 아니라 ‘지내는 동안 예쁜 공간에서 지내자’를 모토로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전월세 맞춤 정보를 제공한다.

인테리어 중심의 전셋집 구하기 체크 리스트에서부터 커튼 박스에 커튼 달기, 천장 조명 및 문고리 교체, 무타공 못 박기 등 온전한 자신의 집이 아니더라도 집주인에게 일일이 허락받지 않고도 가능한 인테리어 방법을 알려준다. 오늘의집을 통해 실제 전월세 인테리어를 한 사람들이 올려놓은 생생한 집들이 콘텐츠와 노하우도 확인할 수 있다.

오늘의집은 “누구나 쉽고 간편하게 집을 꾸밀 수 있게 한다”는 비전으로 집을 꾸미는 방식을 새롭게 정의했다. 사람들이 집을 꾸미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대한 양의 콘텐츠뿐만 아니라 커머스(판매), 시공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리모델링 서비스에도 집중하고 있다. 버킷플레이스는 자사 플랫폼 안에서 인테리어의 모든 과정이 해결되도록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콘텐츠·커머스·전문가 등 세 단계를 연결하는 원스톱 인테리어 플랫폼으로 도약한다는 포부다.



ahnoh05@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1호(2020.08.22 ~ 2020.08.2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