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기존 틀에 갇힌 채 미래 이슈 대응하면 ‘오류와 왜곡’ 만들 수 있어
과거의 ‘프레임’을 깨야 새로운 혁신이 보인다 [김광진의 경영전략]
[김광진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그래서 뭐가 다른 건가요.”
얼마 전 요청을 받아 심사를 위해 참여했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자리에서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다. 아마 이런 자리에서 단골로 나오는 핵심 경쟁력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일 것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가장 예측하기 쉬운 질문인데도 시원하게 답변하는 발표자가 참 적다는 것이다.

전문적인 식견과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매서운 눈초리로 심사하는 자리임을 알면서도 심지어 전혀 준비를 하지 않은 것 같은 당황하는 태도와 반응이 놀랍기도 했다. 주어진 15분의 시간 동안 기회와 기적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경쟁 자리인데도 말이다.

◆차별성이 보이지 않는 기업의 전략들


핵심 경쟁력은 비즈니스를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다시 심각해지고 지속 성장이라는 숙제를 긴 호흡으로 준비해야 하는 현시점에서 대부분의 기업들이 미래의 가치와 핵심 경쟁력을 개발하고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무엇이 핵심 경쟁력이고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지에 대한 본질적인 해답을 갖고 있지 않다면 심각하고 진중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물론 현재도 기업들이 고민한 결과물, 즉 전략과 다양한 서비스·상품들이 시장에 나오고 있다. 여기에서 주목할 부분이 있다. 이렇게 시장과 소비자에게 나오는 전략과 서비스들을 보면 공통적인 현상을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몇 년 동안 기업들이 내놓는 핵심 경쟁력과 전략을 보면 두 가지 현상이 보인다.

첫째, 기업들의 전략이 비슷하거나 같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에서 어떤 서비스나 솔루션, 상품을 만들어 내놓을 때 특이하거나 차별성이 보이지 않는다. 원래 전략은 차별화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데 오히려 유사해지는 현상들이 더욱 심화되고 있고 빠른 속도에만 집중하고 있는 경향도 다분하다.

그 원인에 대해서는 의견들이 다양하다. 많은 리더들이 조심스레 공감하는 내용 중 하나는 지난 수십 년간 경영학의 이론과 솔루션들을 기업들이 너무도 충실히 학습하고 이행해 온 결과가 아니겠느냐는 설명이다. 기존 경영학의 이론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의견도 있다.

둘째 현상은 미래의 문제를 풀기 위해 과거의 시각과 데이터에 너무 고집을 부리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이 의견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명제가 보여주듯이 과거의 성공 경험과 시행착오 등 데이터와 노하우 등
의 기준을 참고해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당연한 것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주장이 의미가 있는 이유는 너무도 빠른 미래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와 변수를 예측하기에는 과거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분석과 해석이 한계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때문인지 최근 많은 기업들이 중·장기 전략보다 실시간 대응을 위한 계획과 실천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들이 보이는 것일까. 다양한 의견들이 있을 수 있지만 필자의 생각에 자리 잡는 단어는 ‘프레임’이다. 우리 스스로가 기존에 만들어 놓은 프레임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프레임은 그 의미가 다양하다. 중요한 것은 프레임이 지금까지 오랜 시간에 걸쳐 누적된 시행착오와 경험들 그리고 누군가의 통찰력을 통해 정립된 것이고 우리의 주위에 있는 많은 것을 움직이는 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내부에서 작동하는 프레임을 파악하자


프레임이 주는 안정감에 의존하는 경향도 높다. 같은 말을 해도 익숙한 방식과 패턴 그리고 의도를 접했을 때 그 프레임을 공감하고 신뢰하고 집착하기까지 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그 프레임은 더욱 견고해지고 타인에게 주는 영향력은 점점 더 커지게 된다.

문제는 이렇게 형성된 프레임이 미래를 고민하고 준비하는 작업에는 적지 않게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쉽게 말해 빠른 속도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비즈니스와 사회 환경을 기존의 프레임만을 가지고 분석하고 이해한다는 작업 자체가 무리가 있다. 심한 표현을 사용하면 ‘오류’와 ‘왜곡’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쉬운 예로 비즈니스 현장은 바뀌어 가고 요구하는 능력도 달라졌는데 여전히 많은 인사관리(HR) 전문가들은 아직도 오랜 과거부터 사용해 온 ‘역량(competence)’과 체계들의 틀만을 고집하고 있다.

우리가 쉽게 하는 말이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프레임의 효과를 보여주는 일반적인 사례라고 본다. 이런 차원에서 우리의 모든 방식들은 프레임의 영역에 들어온다.

요즘 기업에서 많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일하는 방식’을 포함해 ‘생각하는 방식’, ‘보는 방식’, ‘경청하는 방식’, ‘이해하는 방식’,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의사 결정 방식’ 등 모든 것이 프레임이라는 틀과 판에 영향을 받고 있다.

최근 전략을 고민하는 최고경영자(CEO)와 리더들의 고민도 이 프레임의 딜레마에 갇혀 있다. 쉽게 말해 선택과 집중이라는 ‘한 우물’ 프레임을 선택해야 할지, 끊임없이 변화와 혁신을 실천하는 프레임을 선택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다. 답은 따로 있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이런 프레임이 기업과 조직을 움직이고 있다. 만약 기업과 조직의 근본적인 변화와 혁신이 절실한 상황이라면 우리 기업의 곳곳에 작동하고 있는 프레임이 무엇인지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어떤 부분을 혁신을 위해 제거해야 하고 새로운 프레임을 갖출 것인지 고민해야 할 필요가 분명 있다. 현재 비즈니스가 영 시원하지 않다면 고객들이 우리의 서비스와 솔루션을 어떤 프레임으로 느끼고 경험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비단 프레임은 기업 경영만의 이슈는 아닐 것이다. 일상의 개개인이 추구하는 삶의 방식은 물론 요즘 사회 현상으로 다뤄지고 있는 세대 간의 갈등도 일종의 군중화한 프레임이다.

문제라고 인식되는 점들을 해석하고 해결하기 위해 정리된 것이지만 그 프레임 속에 갇혀 각자 의견과 기존 권리를 주장하기 위한 논리이자 틀로 활용되고 있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실 모든 ‘갑론을박’도 프레임에 기인한 것이다.

미래 학자들이 줄기차게 얘기하는 미래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과감히 프레임적 사고 자체를 버려야 할 수도 있겠다는 느낌은 너무 멀리 간 생각일까.

필자도 필사적으로 기존의 프레임을 덜어내고 있는 중이다. 그러다 보니 최근 만나는 기업들의 CEO와 리더들 그리고 세상도 조금은 달리 보인다. 한 가지 주의할 사항도 있다. 기존의 프레임이 모두 교체 대상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1호(2020.08.22 ~ 2020.08.2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