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 1291호 (2020년 08월 24일)

1년 만에 ‘부당’에서 ‘정당’으로 뒤집힌 아파트 경비원 해고…이유는

기사입력 2020.08.25 오전 04:10

-법원 “긴박한 경영상 필요 해당”…고용 보장하며 해고 회피 노력도 인정

1년 만에 ‘부당’에서 ‘정당’으로 뒤집힌 아파트 경비원 해고…이유는
2018년 겨울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100여 명의 경비원을 해고했다. 해고통지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2018년 2월 9일자로 해고의 효력이 발생하며 같은 날 경비 용역 업체와 근로 계약을 체결한다. 해고 사유는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우선 경비원들을 해고한 다음 용역 업체를 통해 다시 고용하는 것으로 근로 계약을 바꾸고 해고된 경비원들의 재고용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전원 고용 보장 △기존 급여 보장 △정년 70세 연장(기존 60세보다 정년 10년 연장) △용역 업체가 임의로 해고할 수 없도록 기존 경비원 고용 지속 보장 장치 마련 등을 보장하겠다고 해고통지서에 적었다.


해고통지서에 적힌 ‘경영상 이유’는 사실상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이었다. 개정된 공동주택관리법은 ‘업무 외 부당한 지시·명령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경비원들에게 주차 대행 등을 시킬 수 없게 됐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비용 부담이 커졌으니 이들을 해고하고 용역 업체와의 계약으로 돌려야 한다는 게 입주자대표회의 측 판단이었다.


경비원들은 즉각 반대하고 나섰다. 특히 경비반장 A 씨는 중앙노동위원회에 ‘해고가 부당하다’며 구제 신청을 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같은 해 11월 “입주자대표회의의 해고는 부당 해고이며 이 씨를 원직 복직시켜야 한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에 불복한 입주자대표회의 측이 행정법원에 다시 소송을 냈다. 


◆1심 “경비원 해고는 부당…원직 복직시키라” 


입주자대표회의 측의 주장은 다음과 같았다. 우선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입주자들에게 권한을 넘겨받아 아파트를 관리하는 대표 기구이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일반 기업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노동자 해고가 정당한지를 따질 때는 긴급한 경영상 필요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한데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긴급한 경영상 필요가 있었는지 판단하는 기준을 부채 증가와 수입 감소 등 일반 기업이 사용하는 요건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입주자들의 금전적인 부담이 증가한 점, 경비원 노동자들의 임금 지급을 두고 민·형사 소송 등 분쟁이 발생한 점, 경영·노무 등에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입주자대표회의로서는 100여 명의 경비원 노동자를 직접 고용해 경비 업무를 이어 나가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점, 경비 업무 관리 방법을 자치 관리에서 위탁 관리로 변경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해고할 수밖에 없었던 점 등을 그 사유로 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경비원들이 용역 업체와 계약하더라도 기존과 동일한 노동 조건으로 일할 수 있게끔 고용 보장을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해고하기에 앞서 경비원 노동자로 구성된 노동조합과 협의를 진행하는 등 이 해고가 경영상 이유에 의한 정당한 해고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1심 행정법원은 경비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2019년 9월 당시 1심을 맡았던 서울행정법원 제14부는 “정리해고의 필요성과 요건 등은 모두 사용자 측이 증명해야 한다”며 “원고(입주자대표회의)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경비원들을 해고해야 할 만큼의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아파트 관리 방식이 자치 관리든 위탁 관리든 반드시 획일적인 방식으로만 이뤄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하나의 아파트 안에서 자치 관리 방식과 위탁 관리 방식을 같이 쓰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아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위탁 관리 방식으로 바꾼다고 하더라도 해고 외 경비원의 사직이나 정년 도래 등 다른 사유로 점진적으로 바꿔 나갈 수도 있다”며 “관리비용이나 노무 관리, 업무의 효율 등의 이유만으로 정리 해고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입주자대표회의 측에 긴급한 재정상 어려움이 발생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원고의 수입·지출·자산 등 해고 당시 원고의 재무 상황을 알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원고가 경비 업무 방식을 자치 관리에서 위탁 관리로 바꾼다고 해서 재정상 어려움이 해소될지도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아파트 전체 3130가구 중 약 1200가구가 경비 업무를 위탁 관리로 바꾸는 데 반대하는 뜻을 밝힌 것도 판단 요인 중 하나로 들었다.


◆2심 “경비원 해고는 정당한 정리해고” 


이러한 1심의 판단은 8월 13일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에서 완전히 뒤집혔다. 1년여 만에 법원이 “당시 압구정 현대아파트의 경비원 해고는 정당한 정리 해고였다”고 판단한 것이다. 2심을 맡은 서울고법 제7행정부는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며 “중앙노동위원회가 2018년 11월 내린 부당 해고 구제 재심 신청 사건에 대한 판정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재판부의 판단은 다음과 같았다. ‘긴박한 경영상 필요’는 당장 기업의 도산만을 피하기 위한 경우뿐만 아니라 미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해 고용 인원을 감축하는 것도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정리 해고와 사업 폐지는 다르다’는 점도 강조했다. 재판부는 “정리 해고는 긴급한 경영상 필요에 의해 일하는 인원을 줄이는 것으로 기업의 유지·존속을 전제로 한다”며 “이와 달리 사용자가 사업을 폐지하면서 노동자 전원을 해고하는 것은 정리 해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 해고는 원고가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에 따른 경비 업무 관리 운영상의 어려움, 원고의 전문성 부족과 관리 능력 결여, 최저임금 인상과 퇴직금 부담 증가 등 비용상의 문제를 이유로 이뤄졌다”며 “객관적 합리성이 있어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로서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다고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또 재판부는 입주자대표회의 측이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도 다했다고 봤다. 원고가 위탁 관리 용역 계약을 체결할 때 연령 제한을 받지 않도록 한 점, 기존 근무 중인 경비원에 대한 고용이 전원 보장돼야 한다고 한 점 등을 고려했다.


경비원 전부를 해고하면서도 이들 전부의 고용 보장을 용역 관리 조건으로 제시했으므로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였다는 것이다. 노동조합에 협의 일정을 통지하고 협의를 거친 점 역시 고려 대상이었다.


◆[돋보기]‘부당해고’ 주장 시 소송은 어떻게 진행되나


노동자가 회사로부터 부당 해고를 당했다고 느껴 소송을 진행하고 싶을 때는 크게 두 가지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하나는 민사 소송이다. 해고 등 무효 확인 소나 노동자 지위 확인 소를 제기해 직접 회사를 상대로 재판을 진행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바로 이 사건에서 나온 행정 소송이다. 단 행정 소송으로 가기 전에 먼저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 해고 구제 신청을 내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에 불복하면 중앙노동위원회에 또다시 판정을 구할 수 있다.


실제로 압구정 현대아파트 경비원들은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내기 전에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 해고 구제 신청을 먼저 냈다.


하지만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입주자대표회의는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노력을 했고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해고 대상자를 선정했다’는 이유로 구제 신청을 기각하자 다시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한 것이었다. 이러한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에 불복한다면 다음 절차인 행정 소송으로 넘어가게 된다. 재심 판정에 불복하는 자는 15일 이내 법원에 소를 제기해야 한다. 


민사 소송에서 피고는 회사나 노동자 등 직접적인 재판 관계자가 되지만 행정 소송에서 피고는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이 된다. 실제로 이 사건에서도 원고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피고는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이었다.


부당 해고와 관련된 행정 소송의 핵심은 해당 해고가 ‘정당한 해고’였는지 여부를 가리는 것이다. 앞선 사건에서도 살펴봤듯이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었는지 △해고를 피하려는 노력은 다했는지 △충실한 협의를 진행했는지 등이 기준이 될 수 있다.


서울 강남구 한 아파트의 경비원



한국경제신문

남정민 한국경제 기자 peux@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1호(2020.08.22 ~ 2020.08.28)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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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20-08-25 1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