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아마존 꿈꾸며 ‘계획된 적자’ 과감한 도전
-업계 예상 깨고 영업 손실 대폭 감소


[편집자 주]

온라인 쇼핑 시장의 성장 속도는 가히 폭발적이다. 매년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로 커져 왔다. 올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이 ‘비대면 소비’ 바람을 일으키며 소비자들의 구매 방식이 더 빠르게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모습이다. 온라인 쇼핑 구매 비율이 오프라인을 넘어서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인터넷 전자 상거래(이커머스)를 목적으로 설립된 기업들은 이런 추세에 힘입어 매년 폭발적으로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유통 시장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급격히 자리를 이동 중이다. 유통업계의 판도를 뒤흔드는 ‘신흥 강자’로 떠오른 이커머스 기업들의 성장 스토리와 미래 전략을 조명한다.
[이커머스 강자들]②쿠팡, ‘망한다’ 우려에도 ‘로켓배송’ 드라이브…이커머스 ‘최강자’ 등극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매출 7조2000억원, 영업손실 7205억원. 쿠팡이 올해 초 발표한 작년 실적이다. 수익성 측면에서 갈 길이 아직 멀어 보이지만 쿠팡이 공개한 지난해 성적표는 경쟁사들을 바짝 긴장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매출만 놓고 보더라도 대형마트 ‘빅3’인 롯데마트(매출 6조3310억원)를 가뿐히 뛰어넘었는데, 이보다 업계를 놀라게 한 것은 대폭 감소한 영업 손실이다.

당초 2조원이 넘었을 거라는 시장의 예상을 깨고 전년 대비 영업 손실을 큰 폭으로 줄였다. 또 2014년부터 매년 확대되던 적자폭이 처음으로 꺾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커머스 강자들]②쿠팡, ‘망한다’ 우려에도 ‘로켓배송’ 드라이브…이커머스 ‘최강자’ 등극
올해 전망도 밝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비대면 방식인 온라인 소비가 늘면서 쿠팡의 실적은 더욱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쿠팡의 ‘계획된 적자’가 언제쯤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로켓배송 도입하며 급성장 이뤄내


2010년 설립된 쿠팡은 2014년 기존의 사업 모델을 완전이 수정하면서 현재 ‘온라인 유통 공룡’으로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 과정도 흥미롭다. ‘쿠폰이 팡팡 쏟아진다’는 의미를 가진 사명에서도 나타나듯이 당초 쿠팡은 ‘소셜 커머스’ 기업으로 출발했다.

할인 쿠폰을 공동 구매하는 방식의 이 사업으로 빠르게 이름을 알려 나간다. 2012년 업계 최초로 가입자 1000만 명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점차 소셜 커머스 시장에 경쟁자들이 많아지고 수익을 내기 어려워지자 설립자인 김범석 쿠팡 대표는 큰 결단을 내린다. 쿠팡의 핵심이었던 소셜 커머스 사업을 과감히 버리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렇게 쿠팡은 2014년부터 기존의 사업 모델을 전환하며 이커머스 기업으로 다시 태어났다. 특히 쿠팡은 기존의 이커머스 기업들과는 전혀 다른 차별화 전략을 들고 나와 업계의 이목을 단숨에 집중시켰다.
[이커머스 강자들]②쿠팡, ‘망한다’ 우려에도 ‘로켓배송’ 드라이브…이커머스 ‘최강자’ 등극
미국의 아마존처럼 상품을 직매입하고 빠른 배송 서비스를 함께 제공해 온라인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전날 주문한 상품을 다음날 집 앞에 가져다주는 ‘로켓배송’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이커머스 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배송 업무를 외주화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직접 배송 업무를 하게 되면 상품을 보관하는 물류센터 구축과 인건비 등에 천문학적인 돈이 고정비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히 온라인에서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중개인 역할을 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결제 수수료 등으로 수익을 올리는 구조였다.

이런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쿠팡은 자체적으로 물류센터를 만들어 직매입한 상품을 여기에 보관하고 직접 고용한 배송 직원들이 이를 소비자들에게 빠르게 전달해주는 로켓배송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온라인 배송 전쟁 촉발한 주인공

쿠팡은 로켓배송을 구현하기 위해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수혈 받는 즉시 물류 인프라 강화에 투입해 나간다. 2014년 세쿼이아캐피털과 블랙록 등 글로벌 투자사로부터 받은 4억 달러를 시작으로 2015년 소프트뱅크에서 지원받은 10억 달러 등을 아낌없이 물류 센터 구축과 배송 인력 확보 등에 쏟아부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경쟁사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신속하게 이뤄지는 쿠팡의 로켓배송은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소비자들의 마음을 순식간에 사로잡으며 쿠팡은 온라인 쇼핑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해 나갔다.

이런 쿠팡의 행보가 유통업계에 미치는 파장도 엄청났다. 쿠팡의 무서운 성장세는 오프라인에만 주력하던 대형마트들을 결국 자체적인 물류 인프라 구축에 열을 올리게 하며 빠른 배송 경쟁에 뛰어들게 만들었다. 현재 한창 벌어지고 있는 온라인 ‘배송 전쟁’을 촉발시킨 것이 쿠팡인 셈이다.

이렇게 사세를 불려 나갔지만 문제는 적자였다. 계속되는 투자와 인건비 지출로 인해 매년 천문학적인 대규모 손실이 이어졌다.

누적되는 적자에 쿠팡을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도 커져 갔다. ‘조만간 망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하지만 쿠팡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온라인 시장 1등이 되기 위한 ‘계획된 적자’라는 점을 내세우며 뚝심 있게 로켓배송을 밀어붙였다.
[이커머스 강자들]②쿠팡, ‘망한다’ 우려에도 ‘로켓배송’ 드라이브…이커머스 ‘최강자’ 등극
물론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니었다. 매출 추이에서도 나타난다. 과감한 투자와 전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를 바탕으로 쿠팡은 국내 이커머스 기업 가운데 가장 빠르게 외형을 키워 나갔다.

로켓배송을 처음 도입한 2014년 쿠팡의 연매출은 약 3000억원에 불과했지만 1년 후인 2015년에 순식간에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상승세는 커졌다. 이런 추세라면 빠르게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흑자 전환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 쿠팡 측의 판단이었다.

그리고 지난해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두며 쿠팡을 바라보는 우려가 ‘기우’였음을 어느 정도 증명해내는 데 성공했다.

◆나스닥 상장 가능성도 제기


지난해 실적 발표 이후 쿠팡에 대한 전망은 ‘부정’보다 ‘긍정’에 더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특히 쿠팡이 막대한 금액을 들여 물류에서 완성해 낸 경쟁력은 비대면 시대를 맞아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쿠팡은 주력인 로켓배송을 넘어 새벽배송과 당일배송 등으로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며 매출 상승세를 이어 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구축한 물류 인프라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쿠팡은 현재 전국에 168개의 로켓배송센터(물류 인프라)를 갖췄다. 직간접 고용인원은 3만 명에 달한다. 최적의 물류 환경을 설계하는 엔지니어를 비롯해 ‘쿠팡친구(구 쿠팡맨)’ 등이 현재 근무하며 로켓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물류 인프라에 접목한 기술력 또한 국내 이커머스 중 단연 ‘최고’로 평가 받는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물류 소프트웨어를 토대로 사전에 소비자의 구매량과 위치를 예측하는 최적의 입고 및 보관 체계를 구축했다.

배송 운전사를 위한 AI시스템도 돋보인다. 최적의 배송구 역, 배송 수량, 배송 경로를 알려주는 시스템을 통해 소비자에게 상품을 전달한다는 설명이다.

쿠팡 관계자는 “상품이 주문되면 AI를 통해 물품의 위치와 직원의 위치를 고려해 최적의 피킹 동선을 직원에게 제공하고 신속하게 출고하는 방식으로 정확하고 빠른 배송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쿠팡은 올해 다시 한 번 큰 폭으로 실적을 개선해 내년에는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현재로선 미국 나스닥 상장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해외에서 많은 투자금을 받은 만큼 국내 보다는 해외 상장을 하는 것이 추가 투자금 유치 등에 더욱 유리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쿠팡 관계자는 “아직 IPO에 대해 결정된 것은 없다”며 “국내외 상관없이 언제든 좋은 기회가 생기면 상장을 추진하겠다는 게 회사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enyou@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1호(2020.08.22 ~ 2020.08.2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