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제 1291호 (2020년 08월 24일)

블록체인 기술로 진화하는 ‘구독형 커뮤니티’ [비트코인 A to Z]

기사입력 2020.08.26 오전 09:36

[비트코인 A to Z]


-취향과 가치로 뭉치는 새로운 유형의 집단…운영·보상 문제 등을 블록체인으로 해결


 독서 모임 ‘트레바리’의 참석자들.


독서 모임 ‘트레바리’의 참석자들.


[한경비즈니스 칼럼 = 김성호 해시드 파트너] 커뮤니티라는 단어는 지금까지 매우 범용적으로 사용돼 왔다. 인터넷에서 커뮤니티라는 말은 빼놓으면 안 될 정도로 중요한 단어이며 인터넷에서 가장 먼저 소개된 서비스의 형태 또한 커뮤니티였다.



PC 통신 시대에 천리안·나우누리·유니텔과 같은 통신이 가장 먼저 만들어 낸 커뮤니티 기능을 통해 사람들이 서로 다양한 이야기 주제를 가지고 소통하며 의견을 공유했다. 커뮤니티의 매력은 세대를 가리지 않고 모두를 빨아들였다. 현실 세계에 있는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찾고 새로운 사람들과 소통하는 요소는 사람들에게 해방감을 느끼게 해줬다. 이렇게 강하게 뭉친 커뮤니티는 반대로 오프라인에서의 연결을 유도하기도 했다.



이런 커뮤니티는 PC통신을 지나 웹2.0 시대에 와서도 핵심 기능으로 작용했다. 아이엠스쿨·프리챌·싸이월드 등의 서비스는 단순한 게시판을 넘어 일대일 채팅, 미니 홈피, 미니미와 같은 다양한 커뮤니티 기능을 더해 디지털 아이덴티티를 더 강하게 만들게 해줬다. 사람들은 디지털 세계에서 더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커뮤니티로부터 수익을 창출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무료 커뮤니티 서비스가 유료화되는 과정에서 사용자들의 강한 저항감이 동반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의 싸이월드, 미국의 페이스북 등의 몇몇 커뮤니티 서비스는 유의미한 수익화에 성공하기 시작했다. 유저들의 핵심 경험들은 지켜내면서도 광고나 커머스, 유료 콘텐츠 등을 유통하며 ‘플랫폼’으로서의 가치를 발견한 것이다.



하지만 유저들이 전혀 관심 없는 콘텐츠나 상품을 유통하는 사례가 많아지게 되면 유저들은 그 서비스가 더 이상 자기가 속한 커뮤니티가 아니라 단지 자신에게서 돈을 뜯어가려는 서비스처럼 느낀다. 이런 감정을 가지는 사람들은 자기만을 위한 상품과 콘텐츠를 유통하면서 자신과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만 모여 교류하는 서비스로 옮겨 가 활동하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자기 집같이 편안한 공간을 찾기 마련이다. 사람들이 계속 편하게 있을 수 있도록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커머스·콘텐츠 등 세 가지를 잘 조합해 만든 서비스 유형인 구독형 커뮤니티(paid community)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고객이 아니라 주인이 되는 경험 



구독형 커뮤니티는 유료 구독 모델로 가입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뜻하는 말이다. 앞서 말했던 페이스북·링크트인·슬랙 등의 툴이 일반적인 사람들을 위한 커뮤니티 툴이라고 한다면 구독형 커뮤니티는 특정 커뮤니티만을 위한 툴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회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단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커뮤니티의 주인이 돼 스스로 커뮤니티에 기여하며 커뮤니티가 더 풍성해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만약 이렇게 커뮤니티 하나를 파고들어 그 커뮤니티가 원하는 다양한 요구 사항에 맞춰진 툴을 만들고 그 커뮤니티가 쉽게 확장될 수 있게 해 준다면 그 커뮤니티 자체가 엄청난 경제 규모를 갖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그렇게 형성된 커뮤니티는 이탈률을 극단적으로 낮추고 네트워크 효과를 불러일으켜 마을과 도시, 더 나아가 국가와 같은 소속감을 느끼게 만들 것이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시도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국내 최대 유료 독서 커뮤니티인 ‘트레바리’는 5년 동안 4만4000여 명의 멤버들이 모여 독서 모임을 열었다. 누구나 쉽게 독서 모임을 주최할 수 있기 때문에 꼭 돈을 내고 모임에 가입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 구성원 간의 수많은 교류를 통해 서로의 성장을 격려하고 지적으로 성숙한 자신을 발견하면서 커뮤니티의 가치를 더 키우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자연스럽게 이 커뮤니티를 더 성장시키기 위한 연료로서 참여자들은 유료 모델을 받아들이고 단단하게 성장하고 있다.



블록체인 커뮤니티에서 시작했던 ‘논스’ 또한 주목할 만하다. 논스는 한국에서 가장 큰 블록체인 커뮤니티다. 암호자산에 관심 있는 학생들과 창업가들이 모여 지식을 공유하고 새로 떠오른 아이디어에 대해 쉽게 대화할 수 있는 밀도 있는 커뮤니티다. 논스는 단순히 온라인 커뮤니티가 아니라 강남역 부근에 낡은 주택 등을 임대해 여러 명이 같이 살 수 있도록 개조한 뒤 100여 명이 살 수 있는 마을로 발전하고 있다. 논스는 이제 100명이 아니라 1만 명, 몇 백만 명이 같이 공동체를 이루며 같이 살아갈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서로 같이 살아가면서 논스라는 커뮤니티의 가치를 유지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전에는 회사가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투자를 받아 비용을 들여 콘텐츠를 만들어 사람들을 유혹하고 고용된 사람들에게 월급을 주기 위해 어떻게든 그렇게 모인 사람들에게서 매출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구독형 커뮤니티는 커뮤니티 구성원이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고 스스로 공간을 만들어 주위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모든 사람이 커뮤니티의 주인이 되고 모든 사람이 능동적으로 커뮤니티를 확장하기 위해 힘쓰면 상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이렇게 성장한 커뮤니티가 지금까지 공룡 정보기술(IT) 기업들이 키워 왔던 커뮤니티를 뛰어넘는 순간은 생각보다 금방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커뮤니티 토큰으로 인센티브 가능



구독형 커뮤니티는 블록체인에서 실험하고 있는 새로운 조직 형태인 탈중앙화 자율 조직(DAO)과 방향성이 유사하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특정 회사가 운영하지 않고 커뮤니티에 의해 운영될 때 이런 커뮤니티의 방향성과 수많은 결정 사항들에 대해 의사 결정을 위한 툴이 필요하다.



커뮤니티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으므로 어떤 사람들이 의사 결정에 참여할 것인지, 투표를 한다면 어떤 비중의 투표권을 부여할 것인지, 어떤 사람이 인프라를 개발하고 어떤 사람이 콘텐츠를 만들어 구성원에게 공유할 것인지 등 커뮤니티에 결정이 필요한 사항들이 매우 많다. 이런 결정들을 하는 과정에 블록체인을 사용하게 되면 조작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커뮤니티를 공정하게 운영할 수 있다.



또 커뮤니티 토큰을 발행해 커뮤니티에 기여하는 사람에게 나눠줄 수도 있다. 커뮤니티에서 항상 발생하는 ‘기여에 따른 보상 분배’를 시스템적으로 해 커뮤니티의 지분을 나눠 갖는 과정을 운영진이 관여하지 않아도 알아서 작동하도록 설계할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커뮤니티의 운영을 커뮤니티 토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동작하도록 설계하면 토큰을 소유하고 있는 것 자체가 커뮤니티의 주인이 되는 것이고 토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그 커뮤니티에 더 크게 기여하는 동기 부여가 될 것이다. 이런 경제적 보상은 또다시 커뮤니티가 성장하게끔 하는 원동력이 되고 이런 선순환이 커뮤니티의 빠른 확장까지 이어지도록 만들어 줄 수 있다.



이제 대부분의 영역에서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으로 삶의 영역이 넘어오면서 온라인에서 다양한 커뮤니티에서 다양한 상호 작용으로 사람들의 온라인 정체성이 형성됐다. 그리고 온라인 커뮤니티를 앞으로 가장 중요한 삶의 터전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이제는 ‘커뮤니티’와 ‘비즈니스’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우리는 앞으로 중앙화된 주체들이 운영하는 국가·회사·단체에 속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탈중앙화된 커뮤니티에서 자신이 주인으로서 거버넌스에 참여하면서 거기에서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도 만나고 경제생활도 하면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1호(2020.08.22 ~ 2020.08.28)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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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20-08-26 09: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