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식의 정치판]
-부동산 입법戰 2라운드, 감독기구·표준임대료·백지신탁…“反시장·재산권 침해” 위헌 논란
[홍영식의 정치판] “집값 안정됐다”는 與, 이번엔 줄줄이 ‘시장 통제법’
[한경비즈니스 = 홍영식 대기자] 7월 임시 국회에서 부동산 3법(소득세법·법인세법·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등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여권이 후속 입법에 나서고 있다. 집값 잡기 명목으로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법안 처리를 강행했지만 부동산 시장이 진정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권이 추진하고 있는 법안 가운데 반(反)시장적이고 개인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며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법안들이 적지 않아 벌써부터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부동산 시장 감독 기구 설치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10일 설치 검토를 지시한 이후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법안 마련 작업에 들어갔다. 민주당 관계자는 “담합 등 부동산 시장 교란 행위를 감시·단속·통제하는 가칭 부동산감독원 또는 부동산거래원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담합 막는다지만 “기본권 침해”…여권 내 신중 기류도

논란이 커지는 것은 민주당이 신설 감독 기구에 검찰의 계좌추적권 못지않은 개인 계좌 조사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밑자락 깔기에 들어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허영 민주당 의원은 ‘부동산 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허 의원은 ‘부동산시장불법행위대응반(부동산대응반)’에 보험료, 금융 자산, 신용 정보 등 요구 권한을 주는 방안을 담을 예정이다. 앞으로 출범할 감독 기구에도 이런 권한이 담길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검찰·경찰·국세청뿐만 아니라 국토교통부와 신설 부동산 감독 기구도 개인 금융 정보를 요청할 수 있게 된다. 현행법에 따르면 금융 정보를 비롯한 개인 정보는 개인 동의 없이 법 집행 기관 이외에 제공하지 않는 등 엄격히 보호받는다. 감독 기구 신설 법안이 올해 정기 국회에서 처리된다면 연말 또는 내년 초부터 정부가 집값 담합 행위를 단속하고 처벌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투기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법 집행 기관 이외에 개인 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여권이 부동산 정책 실패를 국민들에게 떠넘기려고 한다’, ‘부동산 경찰국가를 만들어 범법자를 양산하려고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실효성 논란도 거세다. 정부는 지난 2월부터 부동산대응반을 가동하고 있지만 실적은 미미하다. 지난 7월까지 부동산대응반이 내사에 착수해 완료한 것은 110건이다. 이 가운데 증거가 불충분하거나 혐의가 없어 종결된 것은 50%(55건)에 이른다. 기소한 6건 가운데 처벌은 약식기소 2건과 기소유예 1건 처분뿐이었다.

이 때문에 최근 정부와 여당 일각에선 조심스러운 기류도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월 20일 “부동산 시장 감독 기구 설치는 부정적인 의견도 상당히 많아 논의가 필요하다”며 “개인적으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성급하게 결정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토교통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것을 거부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와 여당은 어떤 식으로든 감독 기구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고위 공직자 부동산 신탁제도 논란이다. 집을 여러 채 가진 고위 공직자는 거주하는 한 채를 빼고 매각 또는 백지 신탁하도록 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들이 잇달아 제출되고 있다. 윤재갑 민주당 의원의 법안엔 재산 공개 대상 공직자는 백지 신탁과 매각 의무를 가지며 백지 신탁한 부동산 또는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과 관련해 재산상 가치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직무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또 고위 공직자가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지정지역에 1채 이상 주택을 보유하면 임용과 승진 등에 제한을 두도록 했다.

신정훈 민주당 의원의 법안에는 국무위원과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1급 이상 공무원, 교육감, ‘국토교통부 소속 공무원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본인이나 배우자 등이 실거주 1주택 외 부동산을 보유했다면 60일 이내에 매각하거나 백지 신탁 계약을 체결하도록 했다. 이를 거부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백지 신탁하면 수탁 기관은 180일 이내에 부동산을 처분해야 한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대표 발의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에는 국회의원과 장차관, 광역자치단체장, 1급 이상 고위 공직자는 거주하는 이외의 주택을 일정 기한 내 매각 또는 신탁하도록 했다.

문제는 부동산 백지 신탁제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헌법상 기본권인 사유재산권과 공무담임권(공무를 맡을 수 있는 권리)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기본권이 제한되는 경우는 공익상 목적이 뚜렷해야 하지만 부동산 백지 신탁제는 과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천준호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공직자윤리법개정안도 비슷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 법안엔 재산 공개 대상 공직자가 집 한 채 이상 또는 고액의 부동산 재산을 보유했다면 부동산 이해 충돌 우려가 있다고 보고 관련 업무에서 배제하도록 했다. 여기에 해당하는 국회의원은 상임위원회 배정 전 이해 충돌 여부를 심사받도록 했다.
[홍영식의 정치판] “집값 안정됐다”는 與, 이번엔 줄줄이 ‘시장 통제법’
◆통합당 “임대차 3법 등 시장 왜곡 법 바로잡겠다”

정부와 여당이 전월세 전환율을 4%에서 2.5%로 내리고 표준임대료제 도입을 추진하는 데 대해선 과도한 시장 개입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이 제도 도입을 서두르는 것은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집주인들이 전세를 반전세(월세) 또는 월세로 돌리면서 전세 매물이 줄어들면서다.

홍 부총리는 8월 19일 ‘제3차 부동산 시장 점검 관계 장관 회의’에서 “현행 4%인 ‘월차임 전환율(전월세 전환율)’을 2.5%로 하향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전월세 전환율을 현행 4%에서 2.5%로 내리고 월세 세액 공제 비율을 현행 10%에서 20%로 올리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용호 무소속 의원은 전월세 전환율을 초과하는 월세를 받으면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표준임대료제는 지방자치단체가 임대료를 직접 산정해 일정 범위 내에서만 조정하는 것이다. 민주당 소속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시·도지사가 매년 주택 위치·면적·내구연한·구조 등을 고려해 표준임대료를 공고하는 내용의 주거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임대인과 임차인은 이 기준에 따라 정해진 범위 안에서 임대료를 증감할 수 있다.

미래통합당은 여권이 강행 처리한 부동산 관련 법안들이 집값과 전셋값을 부추기고 시장 기능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정기 국회에서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당장 임대차 3법 개정을 요구했다.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집주인이 세를 놓은 지 2년 뒤에도 임대료를 올릴 수 없기 때문에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면서 4년 치 임대분을 한꺼번에 올려 받는 부작용을 가져오고 있다는 게 통합당의 주장이다. 통합당은 당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 법안으로 발의한 뒤 여당의 관련 법안과 경쟁시킬 방침이다. 9월 초부터 시작되는 정기 국회를 앞두고 뜨거운 부동산 입법 전쟁 2라운드를 예고하고 있다.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2호(2020.08.31 ~ 2020.09.0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