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이동우 사장, 2015년 하이마트 맡아 실적 성장 이끌어
-요트존·캠핑존 등 체험형 점포 전략으로 온라인 맞대응
-성과 인정받아 롯데지주 사장에…후임에는 황영근 대표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10년 전만 해도 ‘전자제품 살 때는 하이마트’가 진리였다. 특히 예비부부들에게 하이마트는 필수 방문지로 꼽혔다. 가까운 매장에 들러 여러 브랜드의 TV·냉장고·세탁기 등을 한 번에 둘러보고 결제하면 원하는 날짜에 신혼집으로 제품을 배송·설치해 주는 편리함 때문이었다. 2000년 초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해 국내 가전 양판업계의 상징적 브랜드가 됐다가 2012년 롯데쇼핑에 인수된 뒤에도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위기가 찾아왔다. e커머스(전자 상거래)의 성장은 가전 유통업에도 영향을 줬다. 전국 450여 개 점포를 직영 체제로 운영하는 롯데하이마트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해 2분기 이후 실적이 줄곧 내림세를 보였다. 오프라인의 특성을 활용한 ‘결정적 한방’이 필요했다.

◆대규모 공간에 체험형 시설 갖춘 메가스토어
그룹 구원투수 된 이동우 사장…‘덕후 놀이터’ 메가스토어 신화로 롯데 살릴까
롯데하이마트는 소비자가 들어와 둘러볼 수밖에 없는 매장을 늘리기로 했다. 매장을 제품 체험 공간 위주의 ‘덕후의 놀이터’로 꾸며 쇼핑객이 늘면 매출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으로 봤다. 올 초 잠실점을 롯데하이마트 메가스토어 1호점으로 리뉴얼해 오픈했다.

전략은 통했다.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메가스토어 잠실점 매출은 정식 오픈일인 1월 9일부터 8월 23일 기준 전년 동기 대비 36.0% 증가했다. 롯데하이마트는 올 들어 실적 반등에도 성공했다. 1분기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증가한 데 이어 2분기에는 롯데 주요 계열사 중 유일하게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동기 대비 뛰었다.
그룹 구원투수 된 이동우 사장…‘덕후 놀이터’ 메가스토어 신화로 롯데 살릴까
롯데하이마트 메가스토어 잠실점은 총면적 7431㎡(약 2248평)의 국내 최대 규모의 가전 매장이다. 주력 매출 공간인 삼성전자와 LG전자 브랜드관은 과감하게 2층에 배치했다. 국내 주요 브랜드와 단독 운영하는 터키 ‘베코’ 등의 글로벌 브랜드 제품이 가정의 거실을 재현한 쇼룸 형태로 전시돼 있다.

1층은 체험형 매장 위주로 꾸몄다. 롯데백화점 잠실점과 롯데마트 잠실점 중간에 자리해 유동 인구가 많은 점을 고려했다.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모바일존 △뷰티 기기를 취급하는 뷰티존 △전기자전거 등을 전시한 스마트 모빌리티존 △컴퓨터존 △카메라존 △요트존 △캠핑존 등으로 구성했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전국 롯데하이마트 유일의 공간인 요트존과 캠핑존이다. 캠핑을 즐기는 가족 단위 쇼핑객을 겨냥한 각종 용품을 전시했다. ‘가전 전문 매장의 공식’을 깼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룹 구원투수 된 이동우 사장…‘덕후 놀이터’ 메가스토어 신화로 롯데 살릴까
요트존에는 프랑스 ‘티월’의 700만원대 딩기요트 제품이 자리해 있다. 바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1인용 소형 요트다. 체코 ‘제트보드’의 전동 서핑보드 등도 만나볼 수 있다. 요트존에서는 가상현실(VR) 요트 체험 부스를 통해 30억원짜리 요트 내부를 VR로 둘러보고 모의 항해를 경험할 수도 있다. 바로 옆에는 쉐보레의 전기차 볼트EV와 할리데이비슨 바이크도 전시돼 있다.
그룹 구원투수 된 이동우 사장…‘덕후 놀이터’ 메가스토어 신화로 롯데 살릴까
‘게임 덕후’를 위한 ‘e-스포츠 아레나(경기장)’도 눈길을 끈다. ‘배틀그라운드’, ‘리그오브레전드(LOL)’ 등 인기 온라인 게임 경기를 눈앞에서 관람할 수 있는 곳이다. 대회가 없는 날에는 게이밍 PC 체험관으로 운영한다. 그래픽카드, 고성능 중앙처리장치(CPU), 메모리 등 PC를 구성하는 부품들을 가격대별·품목별로 조합해 커스텀 PC를 제작, 구매할 수 있다.

유튜브 채널 등 1인 미디어를 준비하거나 운영하는 이들을 위한 1인 미디어 전문 코너도 자리해 있다. 마이크·카메라·오디오 인터페이스 등 1인 미디어 운영에 필요한 장비를 한자리에서 체험하고 구매할 수 있다. 프리미엄 오디오 청음실도 빼놓을 수 없다. 영국 ‘바워스앤드윌킨스’, 미국 ‘매킨토시’ 등의 하이엔드 스피커와 앰프를 경험할 수 있다.
그룹 구원투수 된 이동우 사장…‘덕후 놀이터’ 메가스토어 신화로 롯데 살릴까
롯데하이마트 메가스토어 잠실점 1층에는 스타트업의 혁신 상품을 체험할 수 있는 ‘메이커스랩 바이 하이마트’도 자리해 있다. 피부에 출력하는 타투 프린터, 고양이 배변을 자동으로 청소해 주는 반려묘 자동 화장실, 휴대가 가능한 개인용 수력 발전기 등을 만나볼 수 있다.

LG유플러스의 인터넷TV(IPTV)를 체험할 수 있는 유플러스 아이들나라 체험관은 ‘키즈 카페’로 활용되고 있다. 박종욱 롯데하이마트 홍보팀 사원은 “제주 서귀포 성산에서 시작한 카페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핫 플레이스로 유명한 ‘도렐커피’의 육지 4호점을 입점시키는 등 매장 곳곳에 다양한 휴식 공간을 배치했다”고 말했다.
그룹 구원투수 된 이동우 사장…‘덕후 놀이터’ 메가스토어 신화로 롯데 살릴까
이 사장, 신동빈의 뉴롯데 구원투수로

롯데하이마트는 체험형 메가스토어 매장을 순차적으로 확대한다. 5월 말 ‘메가스토어 수원점’을 연 데 이어 6월 ‘메가스토어 안산선부점’을 오픈했다. 8월 28일에는 울산에 메가스토어 4호점을 선보였다. 올해 안에 2개의 메가스토어 매장을 추가 오픈할 계획이다.

롯데하이마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e커머스 시장의 성장에도 메가스토어를 앞세워 존재감을 유지할 수 있었던 데는 이동우 롯데지주 전략·기획 총괄(대표이사 사장)의 공이 컸다.
그룹 구원투수 된 이동우 사장…‘덕후 놀이터’ 메가스토어 신화로 롯데 살릴까
그는 롯데하이마트에서의 성과를 인정받아 8월 13일 롯데지주 사장에 임명됐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사업 부진을 겪고 있는 위기의 롯데호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사장은 1960년생으로, 1986년 롯데백화점에 입사했다. 상품기획·영업·재무·기획 등을 두루 거쳤다. 2012년 롯데월드 대표(부사장)를 거쳐 2015년 롯데하이마트 대표(부사장)로 자리를 옮겼다.

이 사장은 대표 취임 이후 롯데하이마트가 e커머스의 공습에 맞설 수 있는 기초 체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2018년 1월 메가스토어의 전신 격인 ‘옴니스토어’를 선보인 게 대표적이다.

옴니스토어는 국내 가전 유통업계 최초로 온·오프라인의 장점을 결합한 매장으로 주목을 끌었다. 매장 안에 비치한 태블릿 PC를 통해 부피와 진열의 한계로 준비하지 못했던 25만여 개의 추가 상품을 살펴보고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2018년 말에는 롯데백화점 안산점 신관 4층에 매장 전체를 프리미엄 제품으로만 채운 ‘롯데하이마트프리미엄’을 선보이기도 했다.

메가스토어는 옴니스토어와 롯데하이마트프리미엄의 장점에 체험 콘텐츠를 가미한 이 사장의 야심작으로 꼽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메가스토어 잠실 1호점 오픈 기자간담회 직후인 1월 7일 오후 1시께 예고 없이 매장을 찾아 약 30분간 구석구석을 살핀 뒤 “수고했다”며 이 사장을 격려했다.
그룹 구원투수 된 이동우 사장…‘덕후 놀이터’ 메가스토어 신화로 롯데 살릴까
신 회장은 이 사장을 이을 롯데하이마트의 새 대표로 황영근 영업본부장(전무)을 점찍었다. 황 대표는 1967년생으로, 1992년 롯데백화점에 입사했다. 리빙패션부문장·일산점장·생활가전부문장 등을 거쳤다. 2015년 이 사장과 함께 상품전략부문장으로 롯데하이마트에 합류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2호(2020.08.31 ~ 2020.09.0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