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특명! 신사업 발굴 : 80년대생 재계 뉴 리더 12]
-한화 김동관·현대重 정기선·LS 구동휘 등
-핵심 부문에서 경영 수업 받고 신사업에서도 존재감


재계 ‘뉴 리더’ 80년대생이 온다…글로벌 경영 감각 익힌 젊은 후계들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재계에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젊은 오너 2~4세들은 책임 경영을 통해 신사업을 모색하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한경비즈니스는 현재 주요 그룹의 유력 후계자로 손꼽히며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오너 2~4세들의 경영 행보에 주목했다. 회사의 지분율을 늘리며 지배력을 키우고 있는 이들의 움직임을 보면 각 기업의 신사업 트렌드와 미래 사업 방향도 읽을 수 있다. 코로나19 위기 속에 경영 능력 시험대에 오른 오너 2~4세들이 주도하는 사업들과 주요 성과를 살펴보고 이들의 리더십 면면을 들여다봤다.


◆ 그룹 심장부에서 경영 수업…‘신사업 선봉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불러온 미증유의 경제 위기는 젊은 오너들에게 부모 세대와 다른 새로운 경영 문법과 리더십을 요구한다. 앞으로 그룹의 경영을 책임질 가능성이 높은 자녀 세대 경영인들은 기업의 신성장 동력 발굴에 팔을 걷어붙이고 신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가 보지 않은 길’을 개척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다양한 경영 혁신을 통해 위기를 헤쳐 가는 오너 2~4세 12인을 ‘차세대 재계 리더’로 선정해 집중 조명했다. 재계 뉴 리더 12인의 공통점은 모두 1980년대생이라는 점이다. 젊은 감각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신사업 부문에서 새로운 시각과 접근법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대부분이 해외 대학에서 MBA 과정을 마친 유학파로, 전문성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영 감각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주사 등 핵심 부문에 들어가 이른 나이에 경영 수업을 시작해 지분율을 확대하고 초고속 임원 승진과 등기 임원으로 경영 일선에 등장하는 점도 비슷하다.

구자열 LS그룹 회장의 장남인 구동휘(38) LS 전무는 그룹 지분을 차츰 늘려 가며 2.99%를 보유해 LS그룹 오너 3세 중 가장 많은 지주사 주식을 가지고 있다. 2013년 LS일렉트릭(구 LS산전)에 입사해 경영 수업을 시작한 구 전무는 입사 7년 만인 올해 초 전무로 초고속 승진했다. 구 전무는 지주사인 (주)LS에서 근무하는 유일한 오너 3세이기도 하다. 구 전무가 맡은 밸류매니지먼트 사업 부문의 무게감도 남다르다. 밸류매니지먼트 부문은 그룹의 전반적인 사업 가치를 진단해 미래 가치를 분석하고 적정성을 평가하는 지주사의 핵심 부서로 꼽힌다.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대헌(32) 호반건설 대표는 호반건설 지분 54.73%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2011년 호반에 입사한 뒤 7년 만인 2018년 전무로 승진한 데 이어 그해 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기존 주택 사업 이외에 레저 사업과 스타트업 육성, 수주 다변화,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스마트 건설 체계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설립한 호반건설의 액셀러레이터 법인 ‘플랜에이치벤처스(플랜에이치)’를 통해 주거 문화 혁신을 이어 가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37) 한화솔루션 부사장은 한화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인 태양광 사업의 영업·마케팅 최고책임자(CCO)로서 영업 적자를 흑자로 전환시켰다. 2010년 한화그룹에 입사한 김 부사장은 태양광 부문의 실적 개선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12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김 부사장의 지휘 아래 한화솔루션은 미국 시장에서 지난해 주택용과 상업용 태양광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주력인 태양광과 함께 수소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낙점하고 ‘제2의 테슬라’로 불리는 수소전기차업체 니콜라모터스와 긴밀한 협력을 이어 가고 있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장녀인 박주형(40) 금호석유화학 자금담당 상무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을 통틀어 오너일가 여성의 첫 경영 참여로 주목받았다. 보유한 회사 지분은 0.98%로 많지 않지만 지속적인 지분 매입으로 승계 후보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35) CJ ENM 상무는 2011년 CJ 사업팀 입사를 시작으로 2018년 CJ ENM의 브랜드 전략을 맡으면서 경영 전면에 나섰다. 이 상무는 CJ 미국지역본부 마케팅팀장으로 일하며 비비고 만두로 미국 내 만두 시장 1위를 달성했고 한류 컨벤션·콘서트 ‘케이콘(KCON)’을 역대 최대 규모로 성사시키는 등 사업 역량을 검증받았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전 회장의 장남인 이규호(36) 코오롱인더스트리 전무는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에 차장으로 입사해 패션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온라인과 모바일 강화 전략에 힘을 쏟고 있다. 부동산 임대업을 영위하는 리베토코리아 공동 대표도 역임하고 있다. 부진에 빠진 패션사업의 실적을 개선하고 신사업을 안정적으로 꾸려 나가는 것이 이 전무의 과제다.


◆ 등기 임원으로 ‘책임 경영’ 시동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차녀인 임상민(40) 대상 전무는 지난 3월 등기 이사에 오르며 후계 구도를 굳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임 전무는 대상그룹 지주사인 대상홀딩스의 지분 36.71%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언니인 임세령 전무가 가진 지분(20.41%)보다 많다. 두 사람은 2016년 상무에서 전무로 나란히 승진했다. 임세령 전무가 마케팅 부문에 집중한다면 임상민 전무는 전략 기획과 회계, 글로벌 진출 계획에 이르기까지 그룹 경영에 폭넓게 참여하고 있다.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의 장남인 장동하(37) 기획조정실장은 그룹의 새 먹거리인 인공지능(AI) 생태계 구축을 실행에 옮기며 디지털 변혁을 이끌고 있다. 에듀테크 분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AI 기술 기반의 에듀테크 상품 개발과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통한 신사업 발굴도 장 실장의 주요 추진 사업이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의 장남인 장선익(38) 동국제강 이사는 2007년 동국제강에 입사해 2016년 비전팀 이사로 승진하면서 입사 10년 만에 임원을 달았다. 현재 경영전략팀에서 동국제강그룹의 중·장기 경영 전략 수립을 총괄하고 있다. 장 이사는 동국제강 지분율도 최근 0.83%까지 늘리며 장 회장과 숙부인 장세욱 부회장에 이어 3대 주주로 올라섰다. 최근 그룹을 대표해 공식 석상에 참석하며 경영 보폭을 확대하고 있다. ‘중·장기 경영 계획 수립 워크숍’ 기조연설에 나서며 임직원과 스킨십을 강화하며 리더십을 보여줬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38)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은 현대중공업 그룹 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 지주사 경영지원실장 등 3개 직책을 겸임하고 있다. 그룹의 디지털 전환과 신사업 발굴, 로봇 사업 확대 등에 관심을 쏟고 미래 먹거리 찾기에 적극적이다. 관련 업계의 최신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해 1월 ‘가전 전시회인(CES) 2019’에 처음 참석하기도 했다. 정 부사장은 2015년부터 사우디아라비아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며 다양한 사업 기회를 만들고 있다.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의 장남인 최성환(39) SK네트웍스 기획실장은 지난 3월 자회사인 SK렌터카 기타 비상무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기타 비상무이사는 회사에 상근하지는 않지만 회사의 주요 결정에 참여하는 이사다. 최 실장은 SK매직 기타비상무이사, SK행복디자인센터 그룹장을 함께 맡고 있다. SK그룹 3세 경영인 중에서는 SK(주)의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SK(주)는 SK네트웍스의 지분 39.14%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또 최 실장은 최종건 SK 창업 회장의 손자로 최태원 SK 회장과는 5촌 조카와 당숙 지간이다. SK 3세 중 가장 먼저 회사 경영에 참여했다. SK네트웍스의 주력 사업인 렌털과 모빌리티 분야를 비롯해 신사업 발굴과 M&A 등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지주사인 SK(주)에서 근무했던 경력을 살려 글로벌 사업과 SK그룹 방향성을 조율하며 SK네트웍스의 디지털 전환 작업을 추진 중이다.

홍석조 BGF그룹 회장의 장남인 홍정국(38) BGF 대표는 지난해 그룹 지주사 대표로 올라서며 2세 경영에 시동을 걸었다. 지주사인 (주)BGF는 그룹의 신사업을 책임지는 곳이다. 홍 대표는 BGF 지분 10.29%를 보유해 부친에 이어 2대 주주다. BGF그룹은 2017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꾸준히 신사업들을 발굴, 육성하고 있다. 홍 대표는 그동안 편의점 CU의 해외 진출을 비롯해 신선식품 새벽 배송, 친환경 사업 등을 지휘하며 그룹의 사업 외연을 확대해 왔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차별화된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몽골 등 성공적인 해외 진출을 통해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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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2호(2020.08.31 ~ 2020.09.0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