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 1292호 (2020년 09월 02일)

레트로 바람을 타고 온 동양판 미스터리 걸작 [서평]

기사입력 2020.08.31 오후 02:44

[서평]


-‘역사와 무협과 추리’가 만났다…중국 웨이보에서 히트한 퓨전식 정치무협추리극


당나라 퇴마사 1,2,3,(전 3권) / 왕칭촨 저/전정은 역/마시멜로/각 권 1만6800원

당나라 퇴마사 1,2,3,(전 3권) / 왕칭촨 저/전정은 역/마시멜로/각 권 1만6800원



[한경비즈니스 = 이혜영 한경BP 편집자] 2020년, 레트로 열풍이 한창이다. 뜻하지 않은 재앙과 맞서 싸워야 하는 때여서일까. 좋았던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욕망의 흐름이 그 무엇보다 왕성한 요즘, 한때 무협소설을 즐겨 읽던 중·장년층은 물론 중국 드라마나 중국 소설 마니아들의 눈길을 끌 만한 새로운 정치 무협소설이 출간됐다. 이 책이 눈길을 끈 이유는 2016년 중국 웨이보에서 주최한 웨이소설대회에서 ‘대상’과 ‘최고 가치 IP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재미와 필력을 동시에 인정받았다는 점 때문이다. 



역사에 기반을 둔 소설 ‘당나라 퇴마사’는 당나라의 수도 장안에서 잇달아 벌어지는 괴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퇴마사라는 관청의 수장이 된 주인공 원승이 왕권을 향한 권력 다툼에 휘말리게 되면서 벌어지는 정치 활극이자 추리물이다. 고대를 배경으로 한 중국 장르 소설이 그렇듯이 도술과 무술의 대결이 주를 이루는 등 전체적인 분위기는 무협적인 색채를 띠지만 황위 쟁탈 싸움이라는 정치 드라마적 성격이 강하고 사건 조사와 추리라는 요소까지 고루 섞여 있어 어찌 보면 한 가지 장르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퓨전식 소설이라고 할 수도 있다.



소설의 배경인 당나라는 중국 역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아는 가장 재미있고 화려하며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가득한 시대다. 이 소설 역시 중국 사상 유일한 여성 황제였던 무측천 시대를 지나 그 아들인 중종이 황위에 올랐지만 배후에 살인 당하고 당 현종이 복위하기까지 실제로 일어났던 당나라 역사상 가장 큰 격변 시기의 권력 암투와 사건들을 소설 속에 녹여내 흥미를 더한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당나라 퇴마사’는 당나라의 사악함을 물리치는 관청을 뜻하며 총 세 권으로 진행되는 소설은 각 권을 상하로 나눠 각기 한 가지 사건을 서술하는데 겉보기에는 하나의 사건이지만 사실상 꼬리를 무는 다른 사건들의 실마리들이 얽혀 있다. 상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기묘한 사건을 시작으로 그 사건을 담당하게 된 퇴마사가 처리하러 나섰다가 정치적 음모와 권력 싸움에 휘말리게 되는 흐름이다.



위기 만발 상황에서 뛰어난 도술과 천부적인 지략으로 사건 해결 능력을 선보이는 원승 뒤로 솔직하고 혈기왕성한 기백으로 그를 도와 전력을 다해 활약하는 육충, 가족의 원수를 갚겠다는 아픈 사연으로 복수의 칼날을 가는 육충의 오랜 연인 청영, 천부적인 영력으로 결정적인 위기 때마다 원승을 구하는 자유분방한 페르시아 여인 대기까지 퇴마사 요원으로 합류하면서 이야기는 더욱 풍성해진다. 한 가지 아이로니컬한 것은 황실에서 퇴마사를 세운 이유는 귀신의 행각 같은 요상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인데 결국 그들이 밝혀내는 것은 황실 세계의 곳곳에 숨은 사악한 정치 세력이라는 점이다.



역사적 사건과 딱딱 맞물리게 미스터리적 요소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것도, 인물들끼리의 묘한 우정과 로맨스도 재미를 더한다. 진융(金庸)·구룽(古龍)·량위성(梁羽生)의 뒤를 잇는 2000년대 신무협 작가로 알려진 저자는 “당나라 시대의 생생한 재현을 위해 여러 문헌들을 통한 수많은 야사들을 참조, 당시의 치안과 특수 방범 기구까지 생생하게 고증하는 데 힘썼다”고 말했다. 당나라의 문화 요소를 잘 이용했다는 점에서는 ‘장안 24시’와 비슷하고 전반에 깔린 사건 추리 면에서는 ‘잠중록’을 연상할 수 있으며 진실과 거짓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하는 측면에서는 ‘마도조사’를, 권력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게 하는 측면에서는 ‘랑야방’을 떠올릴 수 있다. 역사와 무협과 추리를 잘 버무렸다고 평가받은 소설답게 영화 판권을 두고 수십 곳의 메이저 영화사가 경쟁한 끝에 영화와 드라마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고 하니 또 하나의 중국 대작 드라마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2호(2020.08.31 ~ 2020.09.0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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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20-09-02 10: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