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 1292호 (2020년 09월 02일)

‘부활 신호탄’ 쏜 케이뱅크, ‘차별화된 성공 공식’ 찾는다

기사입력 2020.09.01 오전 02:44

[비즈니스 포커스]

-금융권 최초 ‘비대면 아파트 담보대출’ 돌풍 조짐
-이문환 행장 “2022년 흑자 전환 목표”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국내 1호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가 ‘부활의 신호탄’을 제대로 쏘아 올렸다. 자본 확충 문제로 한동안 개점휴업 상태에 놓여 있던 케이뱅크는 지난 7월 약 4000억원의 자금 수혈에 성공하며 영업 정상화의 포문을 열었다. 오랫동안의 진통 끝에 부활의 기회를 잡은 케이뱅크가 선보일 혁신 전략이 금융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다시 한 번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문환 케이뱅크행장이 8월 14일 기자간담회에서 하반기 성장 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이문환 케이뱅크행장이 8월 14일 기자간담회에서 하반기 성장 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아담대도 비대면으로, 금융권 최초

2017년 4월 ‘국내 1호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의 탄생은 국내 금융권의 판도를 뒤흔드는 혁신의 출발로 여겨졌다.

실제로 케이뱅크는 24시간 모바일 대출 서비스, 파격적인 금리를 앞세운 중금리 대출 등을 선보이며 ‘금융권 메기’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출범 후 100일 만에 전세 대출 6500억원, 예·적금 잔액 6100억원을 달성하며 빠르게 금융권에 안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여기에서부터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에 따른 대출 한도 규제로 인해 케이뱅크의 대출 상품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자본 부족’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이로 인해 케이뱅크는 출범 1년여 만에 대출 상품의 영업이 중지됐다. 개점휴업 상태가 1년 3개월이나 지속된 상황에서 마침내 지난 7월 BC카드가 구원투수로 나서며 9500억원의 자본금을 확보하며 본격적인 부활의 채비를 갖췄다.

하지만 케이뱅크가 ‘자본 확충’ 문제로 발이 묶여 있던 사이 금융 환경 또한 급변했다. 케이뱅크와 비슷한 시기에에 출범했던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톡이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는 중이다. 국내 테크핀 대표 주자인 토스는 2021년 출범을 준비 중이며 네이버와 같은 정보기술(IT) 공룡들의 금융 시장 공략도 무시할 수 없다. 어렵게 ‘부활의 기회’를 잡은 케이뱅크지만 2017년 첫 출범 당시와 비교해 더욱 강력해진 경쟁자들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욱 치열해진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케이뱅크가 내세우는 전략은 크게 두 가지다. ‘비대면 금융 상품의 영역 확대’와 ‘주주사들과의 제휴 강화’다.

이문환 케이뱅크 행장은 8월 4일 케이뱅크의 하반기 성장 방안을 설명하는 기자 간담회에서 “인터넷 은행의 태동기라고 할 수 있는 지난 3년여 동안은 본인 인증이나 계좌 개설, 이체 등 은행의 기본적 임무에 대한 비대면화에 집중해 왔다”며 “이제는 본격적인 성장기에 들어선 만큼 당연히 대면으로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일들을 모바일로 쉽고 편하게 해결할 수 있게 하는 ‘비대면 금융의 영역 확장’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뱅크는 7월 1일 파킹통장 ‘플러스박스’를 출시한 데 이어 7월 13일 ‘신용 대출 상품 3종’을 선보이며 영업 정상화를 알린 바 있다. 케이뱅크 측에 따르면 7월 수신 잔액은 전월 대비 약 4800억원 늘었고 여신 잔액은 상품 출시 약 보름 만에 1700억원 증가했다. 이 행장은 이와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하반기 영업을 본격화해 주요 지표를 현재 두 배 이상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케이뱅크가 이날 선보인 혁신 상품 가운데 단연 눈길을 잡아 끈 것은 ‘비대면 아파트 담보 대출(이하 아담대)’ 상품이다. 약 2년에 걸쳐 개발한 이 상품은 대출 신청부터 대출금 입금까지 전 과정을 은행 지점 방문 없이 하도록 했다. 소득 정보 스크래핑 기술을 활용해 별다른 서류 발급 필요 없이 예상 한도와 금리를 손쉽게 조회할 수 있다. 대출 실행 시 필요한 서류도 소득 증빙 서류(2년 치 원천징수영수증 또는 갑근세 원천징수확인서)와 등기권리증(등기필증) 등 2가지로 대폭 줄였다. 은행권 최초 전자 상환 위임장 도입으로 대환 시 필요한 위임 절차도 모두 모바일로 가능하게 했다. 대출 신청부터 승인까지 걸리는 시간 역시 이이르면 이틀로 단축됐다. 무엇보다 케이뱅크 아담대는 최대 한도 5억원(대환 대출 시), 최저 금리 연 1.64%(8월 4일 기준)로 담보 대출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성과는 기대 이상이다. 8월 20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된 아담대 사전 신청에서 신청자만 2만6458명, 경쟁률 26 대 1을 기록했다. 케이뱅크는 출시 초반 안정적인 상품 운영을 위해 9월 초 2차 사전 예약 이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김태진 케이뱅크 마케팅본부장은 “은행 지점 없이 100% 비대면 담보 대출 상품을 선보이는 것은 케이뱅크가 처음인 만큼 이용 고객이 보다 쉽고 편하게 아담대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KT 대리점, 고객 접점 창구로 활용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톡이라는 강력한 플랫폼이 성장의 기반이 됐다. 이와 비교해 케이뱅크는 플랫폼 경쟁력에서 줄곧 아쉽다는 평가를 받아 온 게 사실이다. 이 행장은 지난 8월 4일 기자 간담회에서 “케이뱅크는 ‘케이뱅크 나름의 성공 공식’을 찾아야 한다”며 “케이뱅크 주주사들의 플랫폼을 최대한 활용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케이뱅크 주요 주주는 KT의 자회사인 비씨카드(34%)·우리은행(26.2%)·NH투자증권(10%) 등이다.

가장 먼저 케이뱅크는 대주주인 KT의 온·오프라인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케이뱅크 계좌나 체크카드로 KT 통신 요금을 납부할 때 혜택을 더욱 높임으로써 고객 유입을 이끌겠다는 전략이다. KT 대리점을 케이뱅크 오프라인 홍보 창구로 활용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그러면 케이뱅크는 전국 2500여 개의 KT 대리점을 고객과의 접점 창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인터넷전문 은행들과 비교해도 강력한 무기를 손에 쥐게 되는 셈이다.

다만 KT 대리점을 오프라인 홍보 창구로 활용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케이뱅크의 인터넷 은행 인가 조건에 대리점을 통한 영업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 행장은 “대리점에서 계좌 개설을 돕는다면 금융위에서 제재할 수 있지만 대리점의 역할은 우리 서비스에 대한 일종의 ‘안내’ 역할에 국한돼 있기 때문에 계좌 가입은 고객이 직접 QR코드로 하도록 돼 있다”며 “금융위 측에서도 일부 오프라인 부분을 허용하는 기류가 있어 가능성을 따져보고 고민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케이뱅크는 주요 주주인 우리카드와 연계한 제휴 적금 상품을 출시하는 등 상품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초저금리 시대 경쟁력 있는 금리를 제공하며 고객 가입을 유도할 예정이라고 케이뱅크는 밝혔다. 1대 주주인 BC카드와도 카드 사업 협력, 페이북 연계 등 다양한 부분에서 시너지를 창출할 방안을 협의 중이다. 특히 기업 대출 부문에서 우리은행·BC카드와의 시너지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행장은 “두 회사 모두 기업대출과 영업을 잘하는 주주사로 B2B 시장에 강한 편”이라며 “연계 대출이나 직접 대출을 하던 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기업 대출 시스템을 개발하고 연내 충분히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이 시도하지 않았던 다양한 혁신 상품도 예정돼 있다. 케이뱅크는 하반기 중 테크핀 업체 세틀뱅크와 제휴해 ‘010 가상 계좌’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어려운 난수 대신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로 가상 계좌를 생성함으로써 고객 편의성을 높이고 금융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카드 결제 대신 가상 계좌를 통한 무통장 입금을 선호하는 고객에게 대안이 될 수 있다. 이 행장은 “2022에서 2023년 정도면 (흑자 달성) 할 수 있지 않을까 희망 섞인 기대를 하고 있다”며 “흑자 전환 이후에는 기업공개(IPO)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경영 목표를 밝혔다.

 vivajh@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2호(2020.08.31 ~ 2020.09.0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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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20-09-01 1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