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제 1292호 (2020년 09월 02일)

이성용 신한DS 대표 “은행 100년 축적된 데이터 보유, 테크핀보다 ‘신뢰’ 우위”

기사입력 2020.09.01 오전 04:35

-이성용 신한DS 대표…“비대면 시대, 은행 영업점도 화상 기술로 고객과 소통할 것”

이성용 신한DS 대표 “은행 100년 축적된 데이터 보유, 테크핀보다 ‘신뢰’ 우위”



국내 금융사들이 디지털 전환에 사활을 건 지 오래다. 올해는 그 의미가 더 각별하다. 지난해 말 오픈 뱅킹이 본격적으로 시행됐고 올해 데이터 3법이 통과하며 마이데이터 시대가 됐다.

기존의 금융사들은 물론 테크핀 기업들과도 ‘디지털 무한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이다. 이성용 신한DS 대표는 신한금융그룹 디지털 전환의 선두에 서 있다.

신한DS는 신한금융그룹의 디지털 역량을 집중한 정보통신기술(ICT) 자회사다. 역대 신한DS 대표 중 비금융인 출신은 이 대표가 처음이다. 그룹의 최고 디지털 책임자(CDO)를 겸임하고 있는 이 대표를 만나 미래 금융 시장의 변화와 기존 금융 그룹이 가야 할 길을 물었다.


그는 “금융사들의 돈 버는 방식이 아예 바뀔 것”이라며 “디지털 화폐와 영업점 내 비디오 기술 도입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사에서 정보기술(IT) 자회사의 역할과 비중이 커지고 있습니다. 신한 DS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신한DS는 신한금융그룹의 디지털 전략 컨트롤타워입니다. 그룹 차원의 디지털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금융그룹만을 위한 IT 자회사는 한국만의 독특한 시스템입니다. 한국은 디지털 환경이 너무 빨리 바뀌어 금융사의 아웃소싱이 가능한 IT 회사가 없습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나 다른 해외 기업이 오더라도 클라우드 서비스밖에 제공하지 못하는 수준이죠. 디지털 금융이 곧 금융그룹의 경쟁력이 되면서 금융 IT 자회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올해 1월 취임 이후 가장 먼저 한 일은 무엇인가요.

“조직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재정비했습니다. 조직 단위 책임 경영제와 역할 중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애자일(agile)을 도입했습니다. 업무 수행 방식에도 자율성을 부여함으로써 이슈에 신속하고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금융 기업이 보수적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조직 문화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먼저 직급 호칭을 모두 없애고 영어 닉네임과 ‘님’ 호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신입 사원들도 저를 ‘써니’님으로 부르죠. 둘째는 디지털 콘텐츠를 키우기 위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교육 플랫폼 을 구축했습니다.”

-신한금융그룹 디지털 전환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그룹 차원에서 강조하는 비전은 ‘디지로그(Digilog)’입니다. 전통적인 금융회사 역시 기술 중심의 근본적 변화를 통해 혁신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파괴적 혁신도 중요하지만 기존에 아날로그로 이뤄지던 영업점 운영과 고객 관리 방식을 디지털로 바꾸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고객 안내, 서류 분류, 각종 마감 등 고객 접점부터 상품, 백오피스까지 아날로그로 이뤄지던 업무를 완전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계열사 간 디지털 역량을 모으고 신성장 기술을 확보하는 것 또한 디지로그의 핵심입니다. 7개 그룹사 최고경영자(CEO)가 디지로그위원회로서 매월 회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블록체인·헬스케어 등 15개의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몇 년간 금융사들의 비대면 전환이 급격하게 이뤄졌습니다. 앞으로는 어떤 기술이나 서비스가 금융 시장을 좌우할까요. 


“비대면 시대가 도래한 만큼 은행 영업점에도 ‘비디오 기술’이 도입될 것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줌’ 등 화상 회의 서비스가 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사용되고 있는 비디오 화상 회의 애플리케이션(앱)을 보면 유저 인터페이스(UI)가 사용자 친화적이지 않아요. 비디오 안에서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해지고 ‘자동 음소거’ 기술 등 세부적인 요소들이 발달하면 상용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은행 영업점에서 자동 응답 시스템(ARS)이나 앱 내 챗봇 등을 활용해 비대면 소통을 진행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앱을 베이스로 한 비디오 기술로 고객과 은행 창구 직원이 직접 소통할 수 있을 겁니다. 이를 위해 신한 DS에서도 비디오서비스 구현을 위한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데이터 3법이 시행되며 금융업계가 ‘마이데이터’ 사업에 나서는 등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마이데이터 시대가 되면 금융 시장은 더 치열해질 겁니다. 신뢰의 문제에서 기존 금융그룹이 테크핀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은행에서만 100년 넘게 축적된 데이터도 신한만의 큰 경쟁력입니다. 하지만 이를 활용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몇 가지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점은 기존 금융지주법이 옛날 법이라는 겁니다. 디지털 세대에 맞게 완화될 필요가 있어요. 디지털 세대에 맞는 법이 아니죠. 현행 금융지주회사법 체계에선 계열사 간 고객 정보를 ‘영업 목적’으로 융·복합할 수 없습니다. 외부로는 데이터 이동이 가능한데 지주 안에서는 정보 활용과 공유가 불가능한 상황이죠. 규제 개선이 속도를 내야 기존 금융그룹들의 제대로 된 디지털 전환이 가능해집니다.”

-오픈 뱅킹 이후의 금융지주의 변화나 달라진 대응은 무엇입니까

“테크핀 기업들이 성장하면서 오픈 뱅킹이 가속화됐습니다. 오픈 뱅킹은 기업엔 ‘우리 고객이 우리 고객이 아닌 것’입니다. 오픈 뱅킹으로 새로운 고객 유입도 중요하지만 기존 고객을 지키는 것이 금융사에도 가장 중요한 일이죠. 신한금융그룹은 금융 시장의 30%에 달하는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디지털 네이티브로 불리는 2030세대를 유입시키는 일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앱에 금융을 입히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앞으로 금융 시장은 어떻게 변화할까요.

“한국의 금융사들은 정확하게 말하면 ‘금융 유통 회사’였습니다. 그동안 채널 영업을 통해 돈을 벌었지만 앞으로 예대마진이 떨어지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상품이 갖는 경쟁력이 커지고 이자가 싸지면서 금융회사의 돈 버는 방식이 아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앞으로 5년 뒤 디지털이 어떻게 변화할지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 적응하면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합니다.”

-현재 금융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무엇입니까.

“현재 디지털 화폐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요. 중국이 중앙은행과 정부의 통제 아래 있는 디지털 화폐를 곧 선보일 예정입니다. 위안화 국제 결제는 고작 2%밖에 되지 않습니다. 달러에 밀리는 화폐 경쟁력을 확보하고 자금 유출이나 돈세탁을 방지하겠다는 전략이죠. 디지털 화폐는 중앙의 통제가 없는 가상화폐와 달리 일반 지폐와 마찬가지로 법정 화폐 효력을 갖습니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면 중국인들은 디지털 화폐를 쓰게 될 것이고 시장에서도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죠. 결국 상업은행도 디지털 화폐 시스템을 준비해야 합니다. 디지털 화폐로 바뀐다고 해도 실생활에 큰 변화는 없을 겁니다. 현금 사용률이 크게 줄면서 우리는 이미 데이터로만 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월급 받으면 통장에 금액이 찍히고 소비는 카드로 이뤄지죠. 중국과 한국처럼 현금 사용률이 낮은 국가에서는 더 빠르게 자리 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신한 디지털 전환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온라인 1등 금융 플랫폼입니다. 현재 신한금융그룹은 오프라인 1등 자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금융 플랫폼이나 상품으로서도 1등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전환이 급격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오프라인 점포의 역할도 분명히 남아 있어요. 복잡한 금융 거래나 상담 업무 등 감성적인 영역이 필요한 분야는 여전히 대면 거래가 선호되고 있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역할을 재정비해 금융 옴니 채널로서 1등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성용 대표 약력 : 1962년생. 미국 육군사관학교 항공우주공학 졸업. 캘리포니아대 정보기술 석사. 하버드대 경영학 MBA. 스위스 로잔비즈니스스쿨 경영학 박사. 1990년 AT커니 서울지사장 2000년 베인앤드컴퍼니 한국지사 대표. 2017년 엑시온컨설팅 대표. 2019년 신한금융지주 미래전략연구소 대표. 2020년 신한DS 대표이사 사장 겸 신한금융그룹 최고디지털책임자(현).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2호(2020.08.31 ~ 2020.09.0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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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20-09-01 1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