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제 1293호 (2020년 09월 09일)

[홍영식의 정치판] '새로운 이낙연’ 선언, 임기 말 청와대와 각 세울까

기사입력 2020.09.07 오전 10:35

[홍영식의 정치판]


- 정권 말 대통령-여당 대선 후보 ‘삐걱’… 李 “총리는 2인자, 대표는 1인자”, 새 당·청 관계 예고



[홍영식의 정치판] '새로운 이낙연’ 선언, 임기 말 청와대와 각 세울까


[한경비즈니스 = 홍영식 대기자] 임기 말 현직 대통령과 여당의 유력 대선 주자 간 관계는 이중적이다. 여당 유력 대선 주자가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해도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당내 경선에 승리하려면 대통령 눈 밖에 나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 청와대 고위 참모를 지낸 전직 의원은 “대통령이 임기 말이라고 하더라도 특정 주자를 대통령으로 만들기는 어렵지만 되지 않게 할 수는 있다”고 했다. 그렇다고 대선 전략상 임기 말 지지율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인기가 떨어진 대통령과의 관계를 마냥 좋게 가져갈 수는 없다. 우리 정치사에 유력 대선 주자와 여당이 현직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에서 공통적으로 겪었던 딜레마다.



역대 정권 대통령 임기 말 청와대와 여당, 청와대와 여당 유력 대선 후보 간 관계는 순탄하지 않았다. 집권 초·중반 대통령의 힘이 강할 때는 여당이 청와대에 끌려가는 모양새를 나타냈지만 정권 말 대통령의 힘이 빠지면 당·청 간 힘의 역학 관계는 뒤바뀌었다. 대통령이 당 총재라는 이름으로 공천권까지 행사하는 등 당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던 3김(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시대에도 ‘임기 초 청와대 주도, 임기 말 당 주도’ 현상은 피해 가지 못했다. 이런 현상은 일종의 법칙화되다시피 할 정도로 되풀이됐다.


[홍영식의 정치판] '새로운 이낙연’ 선언, 임기 말 청와대와 각 세울까



◆민주화 이후 대통령 6명 중 5명 임기 말 여당 탈당



집권 여당과 여당 소속 유력 대선 후보는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나섰고 대통령 지지층도 이를 수용했다. 민주화 이후 노태우 전 대통령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대통령 6명 가운데 이명박 전 대통령만 제외하고 5명이 임기 말 소속 정당에서 탈당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 미래 권력은 현재 권력이 집권에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종기를 도려내듯이 과감하게 결별의 길을 택했다.



그러다 보니 대한민국 대통령은 집권 3~4년 차만 되면 당과의 권력 싸움에서 밀려 힘이 쭉 빠져 국정 운영 공백이 생겼다. 정권이 바뀌든, 재창출되든 국정은 ‘스타카토(음을 하나하나 짧게 끊어서 연주하는 연주법)’처럼 단발에 그치곤 했다.



대통령의 소속 정당 탈당 첫 사례를 만든 사람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다. 그는 3당 (민주정의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 합당을 성사시켜 민주자유당(민자당)을 만들었다. 하지만 내각제 파동으로 노 전 대통령과 김영삼 당시 민자당 대표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1992년 9월 충남 연기군수의 총선 관권선거 폭로로 위기가 커지자 여당 내에서 대통령 탈당 요구가 터져 나왔고 결국 노 전 대통령은 민자당을 떠났다.



임기 초 지지율 80%를 넘나들면서 강력한 당 장악력을 행사하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차남의 뇌물 수수 혐의와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지지율이 바닥으로 내려갔다. 이회창 신한국당 대선 후보는 ‘김대중 비자금’ 수사 유보 결정에 반발해 ‘부패한 3김 정치와의 성전’을 선언했고 김 전 대통령은 탈당의 길을 택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아들에 대한 비리 의혹 등 각종 게이트들이 터지면서 여당 내에서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 요구가 나왔고 2002년 5월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을 떠났다. 대선을 앞두고 위기를 느낀 집권당의 직계 의원들에게도 가차 없는 공격을 받고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7년 2월 자신이 만든 열린우리당을 탈당했다. 노 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대북 송금 특검, 대연정 등을 놓고 삐걱거렸다. 각종 선거에서 연전연패하고 지지율이 급락하자 노 전 대통령은 거센 탈당 요구를 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11월 최순실 사태로 정국이 악화되자 자신이 주도해 만든 새누리당을 탈당했고 첫 대통령 탄핵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예외적이었다. 친이계와 친박계는 세종시 수정안, 한반도 대운하 등을 놓고 격렬하게 부딪쳤다. 이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의혹 등으로 한나라당 내에서 대통령 탈당 요구가 있었지만 박 전 대통령이 “해법이 아니다”고 반대하면서 대통령 임기 말 탈당 관행을 끊었다.


[홍영식의 정치판] '새로운 이낙연’ 선언, 임기 말 청와대와 각 세울까



◆“친문이 당 장악…문재인 정권은 다를 것”이라지만…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말 유력 대선 주자인 이낙연 신임 대표가 이끄는 더불어민주당도 이런 관행을 끊을 수 있을까. 정치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권은 역대 정권과 다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집권 4년 차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역대 다른 대통령들에 비해 비교적 높은 편이다. 무엇보다 친문(친문재인) 세력이 민주당을 확고하게 장악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는 것이다.



지난 8월 29일 당 대표와 최고위원 선출을 위해 열린 전당대회에선 친문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고위원 5명 중 4명이 친문계로 분류된다. 정세균계인 이원욱 의원과 이재명 경기지사와 가까운 소병훈 의원은 최고위원 경선에서 낙선했다. 이 의원은 최고위원 후보 중 대의원 득표율 1위를 기록했지만 강성 친문계가 포진한 권리당원 득표에서 뒤처져 낙선했다. 이 대표가 대표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1위를 한 것도 친문의 지지를 등에 업었기 때문이다. 권리당원 투표에서 65%를 얻은 게 이를 방증한다.



친문의 지지를 얻지 않고서는 대선 경선에서 승리하기 힘들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이 때문에 이 대표도 친문 구애 전략을 펴고 있다. 친문계인 박광온 의원과 최인호 의원, 김영배 의원을 각각 사무총장, 수석대변인, 정무실장에 발탁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반면 부담도 있다. 친문 지지는 중도 확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친문계와 중도층 표심은 서로 상충되는 측면이 있다. ‘4·15 총선’ 이후 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하향 곡선을 그은 것도 친문 주류가 주도한 국회 상임위원장 독식, 각종 법안의 여당 단독 처리 등이 중도층 지지율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대표로선 친문 지지와 중도층 표심 잡기라는 이해가 상충하는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문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여당 대표는 대통령의 국정 운영 결과와 동반 책임을 져야 한다. 이 대표의 대선 지지율이 문 대통령의 지지율과 연동돼 있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면 이 대표의 지지율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역대 정권에서 대통령 임기 말 지지율이 하락할 때 여당이 청와대에 반기를 든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당 내에선 여당 역할론도 나온다. 청와대가 주도하는 정국에서 벗어나 이 대표에게 힘을 실어줘 운신의 폭을 넓혀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유력 대선 주자라는 점에서도 더욱 그렇다. 그런 관점에서 이 대표가 전당대회 승리 직후 가진 언론 인터뷰와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 내용이 주목된다. 그는 인터뷰에서 “거리 두기를 3단계로 올리라는 말이 야당이나 당내에서도 있었지만 대통령이라면 어떻게 고민하실까 많이 상상했다”며 “자가 격리 도중 문재인 대통령 생각이 제일 많이 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선 “국난 극복과 국정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 뒤 “드릴 말씀은 늘 드리겠다”고 했다. 뒷부분이 주목되는 것은 의례적인 것일 수도 있지만 할 말은 하겠다는 뜻으로도 읽히기 때문이다. 또 “총리는 내각 2인자지만 대표는 1인자”라며 “새로운 이낙연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가 9월 7일 행한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 연설 내용을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특유의 신중함 보다 선명성에 무게가 실렸다. 이 대표는 당·정이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을 선별적으로 지급하기로 한 것과 관련, “고통을 더 크게 겪는 국민을 먼저 도와드려야 한다”며 “그것이 연대이고 공정을 실현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선별 지급 방침을 두고 “백성은 가난보다도 불공정에 분노한다”고 비판한 데 대해 정면으로 받아친 것이다. 



‘1인자’를 언급하고 독자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한 이 대표가 정권 말 협조적인 당·청 관계를 그리게 될지, 아니면 그 반대가 될지 주목된다.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3호(2020.09.07 ~ 2020.09.1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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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20-09-07 14: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