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적 악화에 사주 장기 공백까지
이중근 회장 결국 구속, 최대 위기 맞은 부영그룹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부영그룹이 창립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회사의 오너이자 총수인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사진)이 결국 자금 횡령과 배임으로 징역을 받았다. 총수 공백 사태가 불가피하게 된 만큼 향후 경영 활동에도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은 8월 27일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1억원을 선고받았다. 지난 2018년 2월 구속된 이후 2년 7개월 동안 구속을 피하기 위해 보석 신청, 상고 등을 이어왔지만 결국 모든 것이 수포가 됐다.

이 회장은 부영그룹의 최대주주 지위를 이용해 임직원과 공모해 계열사 자금을 횡령하고 회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아왔다.

개인 서적 출판 과정에서 246억원을 임의대로 인출하고 아들이 운영하는 영화 제작업체에 구체적인 사업성 검토 없이 회삿돈 45억여원을 차용한 것도 문제가 됐다.

또 이 회장의 매제가 내야 할 형사사건 벌금 100억원과 종합소득세 등 19억7000만원을 회삿돈으로 내게 한 혐의도 있다.

이 회장의 구속으로 당장 부영그룹의 경영 활동 전반에 빨간불이 켜지게 됐다. 이미 2018년 이 회장이 구속된 이후 공백으로 경영 지표는 최악을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부영은 지난해 말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대비 33.3% 감소한 1조3682억원에 그쳤다. 심지어 1946억원 영업손실, 2521억원 순손실을 각각 기록하며 모두 적자전환했다.

신명호 전 아시아개발은행 부총재(경영 총괄), 이세중 환경재단 명예이사장(법규 총괄)이 회장 직무대행으로 공동 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현 상황만 봐서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문제는 부영의 후계구도가 불투명하다는 데 있다. 올해 80세의 고령인 이 회장은 부영그룹의 지분 93.79%를, 부영주택의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그룹 자체가 사실상 이 회장의 1인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재벌들이 천편일률적으로 자녀들에게 경영승계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영그룹 역시 이 회장의 자녀(3남1녀)들을 주목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자녀들이 현재 핵심 계열사인 부영주택에 적(籍)을 두고 있지만, 이들의 면면은 모두 베일에 가려 있다. 이력은 물론 담당업무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또 이들 가운데 누가 차기 경영자로 유력한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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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3호(2020.09.07 ~ 2020.09.1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