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식의 정치판]
-“서울시장 타령할 때 아니라 혁신이 우선”…국민의힘·안 대표 모두 서로 필요해 “손잡을 것” 관측
[홍영식의 정치판] '국민의힘 서울시장'으로 출마, 안철수 “내용·명분 중요”
[한경비즈니스 = 홍영식 대기자] 내년 4월 예정된 서울시장 보궐 선거와 관련, 국민의힘(옛 미래통합당)에서 중심에 선 인물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라는 것은 아이로니컬하다. 국회의원 103석의 제1 야당이 의원 3명의 미니 정당 대표에게 자기 정당으로 오거나 연대해 서울시장 선거에 나가 달라고 ‘러브 콜’을 보내는 것 자체가 그렇다. “제1 야당에 그렇게 인물이 없나”라는 말을 들을 만하다.

국민의힘 내에서 안 대표에게 가장 적극적으로 손짓하는 인물은 주호영 원내대표다. 그는 한국경제신문·한경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그 이유에 대해 “안 대표가 우리 당에 와 중도·보수 단일 후보가 된다면 우리 당 지지표와 안 대표 지지표가 합해져 본선 승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문재인 정권의 폭주를 저지하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점은 안 대표와 우리가 같은 생각일 것”이라며 “문호는 열려 있다. 안 대표에게 달려 있다”고 공을 넘겼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원희룡 제주지사도 기자에게 “‘찐문(진짜 친문)’과 수구화된 보수를 빼고는 함께해야 한다”며 “최소한 국민 지지 51%를 얻을 수 있는 데까지 연합하고 더 확장할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안 대표와의 연대에 긍정적으로 답했다. 안 대표를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강사로 초청한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재·보궐 선거 여론 조사에서 보수·진보 단일 후보 지지율이 박빙으로 나온 상황에서 안 대표와 연대 없이 정권 교체를 할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다만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안 대표에 대해 결이 다른 발언을 했다. 김 위원장은 “취임 100일 기자 회견에서 왜 안철수 씨에 대한 질문을 그렇게 많이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어 “제1 야당으로서 서울시장 후보를 내는 것에 대해 더 말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며 “국민의힘에 들어와 후보가 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분들이 있으면 입당하라. 당내에서 대선 후보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이는 당내 대선 주자가 보이지 않는다며 ‘당 밖 주자’를 거론했던 이전 발언과 배치된다. 김 위원장과 가까운 국민의힘 의원은 “총선 참패 후유증에서 벗어나 체제가 정비되고 당이 역동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지지율이 오르고 있어 김 위원장이 자신감을 갖게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김 위원장이 안 대표와의 연대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며 “취임 100일을 맞아 당 혁신 방안을 얘기하는 자리에서 안 대표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니 그런 냉소적 반응을 보인 것일 뿐”이라고 했다.

◆“혁신 경쟁 속 야권 연대해 파이 넓힌 다음 기다려 볼 것”

국민의힘의 이런 분위기에 대해 안 대표는 말을 아끼고 있다. 그는 “지금은 그런(연대) 것을 생각할 때가 아니다”면서도 “야권 전체 파이를 키우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연대에 대한 길을 열어 놓은 것이다. 안 대표 최측근으로 국민의당 최고위원을 맡고 있는 이태규 의원에게 물어봤다.

▶안 대표가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 출마하나.
“안 대표의 생각은 이렇다. 지금은 선거 타령할 때가 아니다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는 데 집중해야지 선거에 나간다, 만다 이런 한가한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다. 또 지금은 야권 전체가 여권에 비해 비교 열세에 놓여 있고 그런 만큼 혁신 경쟁이 필요한 때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태의 구조적 문제점이 무엇인지 자성하면서 대안을 찾아야 하는데 바로 서울시장 누가 하네, 뭐네 하는 것은 국민 정서에도 맞지 않다.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혁신 경쟁 속에서 야권이 연대와 공조를 하면서 ‘파이’를 넓혀 가야 한다. 그런 혁신 작업이 이뤄졌을 때 지지자들의 요구와 판단이 있지 않겠나. 좀 더 고민하고 기다려 보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에서 왜 서울시장 보궐 선거 연대를 제의한다고 보나.


“국민의힘은 덩치만 컸지 안 대표와 연대하지 않고선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안 대표와 연대, 공조, 통합을 바라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꽤 많다. 국민의당 당원들 중에서도 안 대표가 서울시장을 한 뒤 대선에 나가면 좋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어쨌든 연대, 공조, 통합하려면 명분과 내용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된다. 명분과 내용은 혁신이다. 혁신을 열심히 하다 보면 새로운 상황이 오고 안 대표는 그 속에서 (서울시장 출마를) 판단해 보겠다는 것 같다.”

▶김종인 위원장은 서울시장 하려면 국민의힘으로 들어오라고 한다.


“다시 말하지만 국민의힘으로 들어가든, 따로 만나든 정치 집단 간에는 명분과 내용이 중요하다. 안 대표는 좌파가 뭉쳤으니 우파도 합치자는 것으로는 아무것도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야권의 혁신과 연대, 재편에 대한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 흐름을 만들어 내기 위해선 모두가 노력해야지 특정인이 연대가 된다, 안 된다고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연대라는 것이 단순히 정치 세력들이 합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변화와 혁신의 새로운 틀로 나타나야 한다.”

▶2018년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쳐 바른미래당을 만들 때 혁신을 내세웠지만 실패했다.

“시너지 효과가 없었다. 안 대표가 지난 4·15 총선 때 지역구 공천을 포기해 야권 단일 구도로 몰아줬을 때도 대중적 설득력이 약했다. 앞으로 탄생하는 야권은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가야 국민들이 동의해 주지 단순히 의원들끼리 숫자 늘리는 식의 ‘묻지 마 통합’을 하면 안 된다. 플러스알파를 만들어 내기 위해 혁신 경쟁 속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게 안 대표의 생각이다. 안 대표에게 서울시장에 출마할 것이냐, 대선으로 바로 갈 것이냐, 국민의힘과 연대할 것이냐고 물으면 ‘혁신이 먼저’라고 답할 것이다. 서울시장 출마 등은 후순위다.”
[홍영식의 정치판] '국민의힘 서울시장'으로 출마, 안철수 “내용·명분 중요”
◆국민의힘, 강한 후보 필요…안 대표, 미니 정당으론 한계

국민의힘과 안 대표가 어떤 식으로든 손잡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국민의힘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을 확실하게 이길 강력한 후보가 필요하다. 당내에서 여러 사람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후보가 떠오르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4년간 전국 단위 선거에서 내리 4연패했다. 대선 길목에서 치러지는 내년 서울시장마저 내준다면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입을 수 있다. ‘4·15 총선’에서 참패한 안 대표는 의원 3석의 미니 정당 대표로는 정치적 활로를 찾기 어렵다.

양 당이 접점을 찾을 여지는 또 있다. 안 대표가 내세워 온 것은 실용적 중도 정치다. 김 위원장도 중도 표심 잡기에 나서고 있다. 김 위원장이 추진하는 혁신이 안 대표와의 혁신과 맞닿는 측면도 있다. 다만 아직 두 사람의 인식 차이가 있다. 김 위원장은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들어와 다른 후보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당내 초선 의원 띄우기에 나섰다.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들어오더라도 여러 후보 중 한 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 대표 측은 거리가 있다. 이태규 의원의 지적대로 관건은 명분과 내용이다. 이 의원은 “안 대표 주장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공감한다면 연대의 속도가 빨라지고 강해질 수도 있다”고 했다. 안 대표의 혁신에 대한 국민의힘의 동의가 손잡는 조건이라는 것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안 대표를 백기 투항하듯 국민의힘에 들어오라고 한다면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4호(2020.09.14 ~ 2020.09.2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