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돋보기]
미·중 결별과 자가당착에 빠진 한국[김태기의 경제 돋보기]
[한경비즈니스 칼럼 =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중국은 역사발전의 모순에 빠졌다. 1인당 국민소득이 작년에 1만 달러를 넘기며 개혁·개방 원년인 1978년 국민소득 100달러의 빈곤국에서 40여 년 만에 중진국으로 올라섰다.

경제적으로 풍요해졌지만 공산당과 시진핑 국가주석 1인 체제가 강화되면서 국민은 자유를 억압받고 정치체제가 후퇴했다. 다른 나라와 번영을 공유하기보다 경제력과 군사력으로 평화를 위협했다. 이러한 모순과 국민의 불만을 공산당은 언론을 악용하고 관제 민족주의를 고양해 덮고 있다.

세계사를 보면 이때가 가장 위험하다. 산업혁명의 선두 국가 영국과 프랑스는 시민 혁명으로 왕정 체제가 무너졌다.

반면 후발 국가 독일은 힘을 과신해 제1차 세계대전을 일으켰고 패전은 파시즘을 불러들여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 아시아에서는 한국·대만과 일본의 차이가 그랬다.
경제 발전과 기술 혁신은 정치 제도에 좌우된다. 미·중 대결의 본질은 정치 제도 차이에 따른 충돌이다. 중국은 계획 경제에 따라 국가 자원을 총동원해 경제를 성장시키고 기술을 개발했다.

하지만 미국이 구축한 자유 무역 체제의 허점을 이용해 경제력을 키우고 경제력으로 국민을 억압하며 다른 나라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첨단 기술과 인재를 몰래 빼가고 그 기술로 국민을 감시했고 군사력도 키워 영토 분쟁을 일으켰다. 게다가 중국은 자본주의 국가와 교류해 그 나라 내부에 깊숙이 파고들어 관계를 맺고 친중국 사회주의로 회유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대한 문제가 있다. 각국이 주권 침해로 중국을 배척하고 중국인은 국제고립에다 경제활동 자유도 후퇴해 생활이 피폐해져 체제에 대한 불만이 커진다.

문재인 정권은 자가당착에 빠졌다.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정치제도를 취약하게 만듦으로써 중국이 한국에 대한 침투를 강화할 수 있게 했다.

한국의 중국화라고 할 만큼 중국에 기울어지는 사회 분위기는 문 정권 핵심 인사들의 발언에서 보인다.

통일부 장관은 한·미 동맹을 냉전 동맹이라며 평화 동맹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고 주미 한국대사는 한국이 미·중 사이에 끼어 선택을 강요받는 국가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국가라고 했다.

그러자 미 국무부는 한·미 관계는 안보 협력을 넘어 경제 협력을 포함하고 지역과 국제적 사안도 포괄한다고, 한국이 민주주의를 받아들였을 때 어느 편에 설지 이미 선택했다고 반박했다.

취약한 정치 제도는 안보도 경제도 위험하게 만든다. 아랍의 빈곤과 이스라엘의 번영이 말해준다.

미·중 대결의 위험을 극복하려면 한국은 시장 경제와 자유 민주주의의 장점을 살려야 한다.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1963년 100달러에서 1994년 1만 달러로 중국보다 10년 정도 빨랐다. 그 이후 성장이 급격히 둔화해 중국을 두려워하는 듯한데 근본 이유는 장점을 죽인 데 있다.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2006년 2만 달러에서 2018년 3만 달러로 되는 데 12년 걸렸다. 시장 경제와 자유 민주주의가 강한 일본과 독일은 5년, 반면 그렇지 못한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각각 13년과 14년 걸렸다.

중국의 성장 둔화도 마찬가지다. 개혁·개방 초기보다 시장 경제와 자유가 후퇴했기 때문이다. 디지털 레닌이즘이라는 시진핑 체제는 흔들릴 수밖에 없고 공산당 체제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미·중 대결도 멀리 보고 길게 봐야 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4호(2020.09.14 ~ 2020.09.2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