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미래 금융 전쟁 은행의 디지털 반격]- 챗봇 강화·금융 사기 예방 등에 적극 도입
[은행의 반격]‘빠르게 더 빠르게’ AI로 속도 높이는 은행 디지털 혁신
[한경비즈니스 = 이홍표 기자] 은행권이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 상품 판매에서부터 업무 방식의 변화까지 디지털 전환은 전방위적이다. 은행의 디지털 전환은 디지털 금융을 확산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의 출현이 인간의 생활 패턴을 혁신했듯이 디지털 금융은 금융 거래의 모든 것을 혁신하고 있다.

디지털 금융은 금융사와 고객 간의 접점을 확대한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금융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금융사와 고객이 만날 기회는 늘어난다. 고객의 금융 거래에 소요되는 시간이 크게 줄고 실시간 거래가 가능해지면 편의성이 늘어난다. 또 디지털 금융은 거래비용이 낮다. 금융사에서 투입할 인건비나 임대료 등이 낮기 때문이다. 창의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가상 공간에서 다양한 금융 상품을 개발해 서비스되기 때문에 금융 소비자들은 여러 금융회사의 상품을 한 화면에서 비교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양질의 금융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쉽게 제공받을 수 있게된 것도 장점이다.

◆신한 ‘모든 업무를 AI 관점에서 재설계’


은행권 디지털 전환의 첨병을 맡고 있는 기술은 인공지능(AI) 기술이다. 챗봇 기능 강화와 금융 사기 예방에 도입하는 등 AI 업무 영역을 확대하고 AI 통합센터를 구축하는 등 AI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AI통합센터를 출범시켰다. AI통합센터는 신한은행의 모든 업무를 AI 관점에서 재설계하기 위해 신설된 디지털 전문 조직이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AI통합센터는 연구·개발(R&D) 목적이 아닌 AI의 현장 업무 적용을 목표로 하며 강한 실행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풍부한 현장 경험과 창의성을 보유한 직원을 모집했다. 이번 출범과 함께 인력 규모를 기존 10명에서 50명으로 확대했고 이들이 속도감 있는 AI 혁신 금융 서비스를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또 신한은행은 신한금융그룹의 ‘디지털 후견인’ 제도를 통해 AI 후견인을 맡은 진옥동 은행장이 총괄하는 AI 전담 조직을 통해 ‘원신한’ 관점의 AI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기로 했다.

KB국민은행(이하 국민은행)은 9월 2일 고객과 기술 관점의 인사이트 발굴을 위해 AI를 포함해 정보기술(IT) 전문가 24명으로 구성된 ‘KB 인사이트 패널위원회’를 만들었다. ‘KB 인사이트 패널위원회’는 제삼자의 시각에서 고객 중심 서비스를 개선하고 발굴하는 등 향후 금융 IT의 전망과 대응 전략을 논의하는 회의체다. 이우열 국민은행 IT그룹 부행장은 “디지털 혁신의 전진기지 격인 ‘KB 인사이트’는 미래의 영업점 모델과 신기술을 구현하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여러 IT 전문가들의 통찰력을 더해 디지털 혁신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9월 3일 대화형 AI 금융 서비스 하이뱅킹의 상담 기능을 업그레이드해 새로운 ‘하나원큐’ 애플리케이션(앱)에 최적화된 AI 챗봇 서비스 ‘하이(HAI)’를 출시했다. 하이는 하나금융융합기술원과 협업, 은행 업무 관련 상담 지식을 확대하면서 챗봇의 상담 기능을 강화했다.

염정호 하나은행 미래금융그룹장은 “최근 언택트(비대면) 금융 서비스 니즈를 반영해 AI 챗봇을 통해 24시간 언제라도 금융 업무를 처리하고 비대면 환경에서 편리하게 이용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향후 은행 업무뿐만 아니라 그룹 각 관계사의 금융 업무 문의를 함께 응대할 수 있도록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우리은행은 최근 보이스 피싱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전기통신 금융 사기 AI 모니터링 시스템’을 대폭 개선했다. 이를 통해 AI 기술을 활용해 고객의 금융 거래 데이터 중 금융 사기 의심 거래를 실시간으로 탐지하고 사전에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은행은 보이스 피싱 사기가 복잡하고 지능적으로 진화하면서 기존 시스템을 고도화하기 위해 지난 3월부터 시스템 재구축에 착수했고 시범 운영을 거쳐 9월 1일부터 정식 운영을 시작했다. 이번 고도화로 비대면 거래를 포함한 모든 금융 거래를 정밀하게 탐지해 효과적인 보이스 피싱 예방 활동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NH농협은행(이하 농협은행)은 지난 4월 AI 기반의 상담 업무를 도입했다. 지난해 7월 출원했던 ‘상담사 스케줄 자동 관리 및 방법’의 비즈니스 모델(BM) 특허를 완료하면서 본격 업무 자동화가 탄력을 받게 됐다. ‘상담사 스케줄 자동 관리 장치 및 방법’은 빅데이터 기반으로 상담 업무량 예측 모델을 생성한다. 고객 문의가 많은 시간대에 최적의 인력을 편성하는 등 적시에 적절한 상담 인력을 투입하도록 해 고객 대기 시간을 줄이고 상담 서비스의 품질을 개선할 수 있다. 또 고객행복센터의 ‘콜센터AI시스템’은 AI 기반의 딥러닝 학습을 통해 현재 507만 가지의 답변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농협은행은 최근 NH디지털R&D센터 산하에 ‘AI파트’를 확대 신설하기로 했다.

9월 1일에는 IBK기업은행(이하 기업은행)이 AI·빅데이터 전문가 양성을 위해 연세대와 ‘공동 연구 및 계약학과 개설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번 협약을 통해 기업은행은 연세대 정보대학원 소속 정보시스템학 석사(AI·빅데이터) 과정을 개설하고 직원 약 30명을 매년 파견하기로 했다.

해당 과정은 AI를 비롯한 프로그래밍, 빅데이터 분석, 딥러닝 등 분야의 교육·연구로 구성돼 있어 향후 이 과정으로 통해 많은 디지털 분야 전문가들이 배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교육 과정은 2년으로 금요일 야간과 토요일을 활용해 일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도록 했다. 기업은행은 올 하반기 교육 대상을 선발해 내년 3월부터 첫 과정을 진행할 계획이다.
[은행의 반격]‘빠르게 더 빠르게’ AI로 속도 높이는 은행 디지털 혁신
◆‘디지털 창구’ 전국에서 운영 중인 KB국민


은행들은 AI 활용뿐만 아니라 기존의 디지털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도 한창이다. 국민은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촉발된 비대면 환경에서 고객 접점을 강화하기 위해 디지털 서비스의 편의성을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 우선 2017년 50개 지점을 대상으로 시범 도입 됐던 디지털 창구는 현재 전국 지점에서 시행 중이다.
이 밖에 국민은행 디지털 자동화 기기 중심으로 운영되는 무인 환전 자동화점도 3호점까지 개설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원화와 4개국의 통화 환전이 가능해 고객들이 보다 쉽고 편리하게 외화 환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플랫폼 경쟁력 제고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오픈 뱅킹 서비스와 통합 자산 관리 서비스 ‘MY자산’을 출시한 데 이어 올해 하반기에는 ‘소상공인 금융 플랫폼’을 선보였다. 또한 고객의 거래 채널별 실시간 거래 이력 등 빅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고객에게 초개인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고객 관리 제도’도 내놓을 예정이다.

디지털 금융 합작 법인 설립도 검토 중이다. 신한은행은 디지털 신기술 관련 트렌드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핀테크 기술 기반의 디지털 금융 합작 법인 설립을 구상 중이다.
하나은행도 스마트 금융, 핀테크 활성화 등 새로운 금융 환경의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 모바일 금융 앱 ‘하나원큐’는 은행권 최초로 ‘얼굴 인증 서비스’를 도입해 휴대전화 종류와 상관없이 얼굴 인증만으로도 1초 만에 간단히 로그인할 수 있다. 공인인증서와 보안카드, 일회용 비밀번호(OTP) 없이도 쉽고 빠르게 이체할 수 있다. 이 밖에 ‘또래와의 자산 비교’와 ‘이달의 고정 지출’ 및 ‘내 소비 패턴 분석’을 통해 자산 관리, 세금 관리, 지출 관리 등 자산을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은 플랫폼 기능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기존 모바일 뱅킹 ‘원터치’를 ‘우리WON뱅킹’으로 리뉴얼 개편한 이후 특화 상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비대면 신용 대출 상품 ‘우리 WON하는 직장인 대출’을 출시해 바쁜 직장인들의 영업점 방문 부담을 줄이는 데 집중했다. 향후에도 우리은행은 ‘우리WON뱅킹’의 기능 고도화를 통해 채널 경쟁력을 강화하고 비대면 마케팅 강화에 나설 방침이다.

농협은행도 지난 7월 디지털금융부문 내 데이터사업부를 신설하는 등 디지털 전환에 힘을 싣고 있다. 데이터사업부 신설로 데이터 기반의 경영 관리와 사업 추진 방향 설정, 마케팅 문화를 정착시킨다는 목표다. 이번 데이터사업부 신설로 현재 디지털금융부문 인력은 약 20명 정도 많아졌다. 데이터사업부가 출범한 만큼 농협은행은 개인화 마케팅을 더욱 강화해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자사만의 플랫폼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hawlling@hankyung.com
[커버스토리 = 미래 금융 전쟁 은행의 디지털 반격]
- ‘빠르게 더 빠르게’ AI로 속도 높이는 은행 디지털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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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4호(2020.09.14 ~ 2020.09.2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