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1294호 (2020년 09월 16일)

‘규제 역차별 아닌가’…빅테크 독주에 반발하는 금융사들

기사입력 2020.09.14 오후 12:08

[커버스토리 = 미래 금융 전쟁, 은행의 디지털 반격]


-정부, IT 기업에 예금·대출 뺀 모든 금융업 열어줘…자금력 부족한 벤처기업도 우려


은성수(오른쪽부터 반시계 방향 둘째) 금융위원장이 7월 25일 5대 금융지주 회장들과 조찬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금융권에 대한 역차별 등의 주제로 논의가 이어졌다./금융위원회 제공

은성수(오른쪽부터 반시계 방향 둘째) 금융위원장이 7월 25일 5대 금융지주 회장들과 조찬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금융권에 대한 역차별 등의 주제로 논의가 이어졌다./금융위원회 제공



[한경비즈니스 = 이홍표 기자] 지난 7월 금융위원회는 전자금융거래법 개편을 토대로 한 ‘디지털 금융 종합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카카오는 내년 상반기 출범을 목표로 손해보험 사업에 뛰어들었고 네이버는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대출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소위 ‘빅테크 기업’이 금융 시장을 향해 대약진하고 있다.
국내 빅테크로 꼽히는 네이버·카카오가 금융업 진출을 확대하면서 금융업계는 빅테크와 금융업권 간 역차별 해소를 호소하고 있다. 빅테크의 금융 서비스 진출이 새로운 형태인 만큼 과거 법체계로는 규제하기 힘든데 이 사각지대를 이용해 ‘규제 차익’을 누리려고 한다는 뜻이다.



금융사들은 테크핀 기업들에 예금과 대출을 제외한 모든 은행 업무를 열어 주는 정부 정책은 궁극적으로 ‘빅테크 종속 구도’를 초래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디지털 금융 종합 혁신 방안’의 골자는 빅테크 기업도 예금과 대출 업무를 제외한 모든 금융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포인트는 두 가지다. 종합 지급 결제업과 마이페이먼트를 도입해 테크핀 기업이 예금과 대출을 제외한 모든 금융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법안을 통해 강력한 자금력과 막대한 데이터를 보유한 빅테크 기업은 금융 사업에 날개를 달았다.



종합 지급 결제업은 하나의 금융 플랫폼을 통해 간편 결제·송금 등 계좌로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사업이다. 종합 지급 결제 사업자는 결제 계좌를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과금·보험료 납부와 급여 이체 등 기존 금융사들이 선보이던 금융 서비스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
마이페이먼트는 결제 자금을 보유하지 않고도 이용자의 지시에 따라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급 지시 서비스업(PISP)이다. 이용자의 지시에 따라 이용자 자금을 보유한 금융회사에 수취인 앞으로 지급 지시를 할 수 있게 됐다.



◆‘규제 사각지대’에서 발생하는 ‘규제 차익’ 우려




금융업계에서 역차별로 가장 많이 지적하는 부분은 바로 규제 차익이다.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페이의 시장 지배력이 커지고 있지만 전자금융업자로 기존 금융업권에 비해 규제가 강하지 않다는 것이다. 은행은 금융감독원의 규제를 받지만 빅테크 기업은 전자금융거래법에 규제를 받는다. 예를 들어 두 빅테크의 주된 금융 서비스인 간편 결제인 선불 전자 지급 수단에 대한 규제는 법이 아닌 감독 규정으로 지도된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낸 ‘금융 산업 구조 측면에서의 금융 혁신 동향과 향후 과제’ 자료에 따르면 간편 결제 시장은 비금융업이 주력인 빅테크가 이끌고 있다. 도입 초기에는 약 30개의 기업이 해당 시장에 진출했지만 2019년 기준으로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삼성페이의 비율은 약 57%로 집계됐다.



최근 들어 금융 서비스가 대형 플랫폼을 기반으로 합쳐지는 경향을 보이면서 적합한 감독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례로 네이버파이낸셜이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만들면서 네이버파이낸셜이 전자금융업자로 준수해야 하는 전자금융법을 적용할지, 미래에셋대우가 준수해야 하는 자본시장법을 적용할지 헷갈리는 일들이 벌어지기도 했다.



금융사들은 또 다른 역차별의 사례로 데이터 공유 문제를 꼽는다. 개정 신용정보법의 핵심 사안인 ‘마이데이터(본인 신용 정보 관리업)’ 심사가 이뤄지면서 금융사들은 빅테크의 광범위한 비금융 데이터, 플랫폼 네트워크 효과, 데이터 공유 규정의 불공정함을 토로하고 있다.



개정 신용정보법의 근간이 된 유럽연합(EU) 데이터 보호 규정(GDPR)과 결제 서비스 지침 개정안(PSD2)에서도 빅테크와 금융사 간 데이터 공유 규정에 차이가 있다. 결제 서비스 지침 개정안에 따르면 은행은 제삼자에게 고객의 계좌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고 모든 금융 시장 참여자에게 고객 데이터를 디지털 형식으로 무료로 제공해야 한다. 반면 데이터 보호 규정에 따라 빅테크는 데이터 공유가 가능할 경우에 제공할 의무가 있다.



쉽게 말해 금융사들은 금융 데이터는 다 내줘야 하고 빅테크는 개정 신용정보법에 따른 신용 정보가 아닌 데이터는 내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마이데이터 사업 출발선부터 다르다는 지적이다.


‘규제 역차별 아닌가’…빅테크 독주에 반발하는 금융사들


◆공정위 ‘시장 경쟁 저해되고 소비자 피해 우려’




이처럼 금융사가 역차별을 주장하고 있지만 아직 한국의 빅테크 금융 서비스 규모는 기존 금융업권을 위협하는 수준은 아니다. DB금융투자가 낸 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파이낸셜의 최대 기업 가치는 5조원, 카카오페이의 가치는 4조9000억원이다.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의 시가총액은 13조~14조원이다.



하지만 아마존과 알리페이와 같은 빅테크의 금융 시장 지배력을 높인 사례가 있어 금융사는 규제만큼은 공평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한국에서 포털과 쇼핑의 최강자인 네이버, 국민 메신저로 불릴 만큼의 이용자가 많은 카카오톡은 카카오페이와 연결돼 금융사가 고객 접점을 빼앗길 가능성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 금융 감독 기관과 주요국은 빅테크 금융권 진출에 따른 불공정성과 독과점 문제를 인식하며 빅테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기조로 전환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금융 당국도 규제 차익을 없애고 공정한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공론화한 만큼 전자금융법 개정 등을 통해 새 규제 짜기에 돌입한 상태다.



금융사 관계자는 “공정한 게임 룰이 필요한 게 사실”이라며 “은행은 고유 자산으로 여겨졌던 금융 결제망과 고객 신용 정보를 오픈 뱅킹과 마이데이터 등으로 인해 공개해야 하는 부담이 있고 데이터 이용료가 대폭 인하돼 빅테크 기업의 플랫폼에 상품과 데이터를 제공하는 수준으로 종속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빅테크 기업과 금융사는 고객에 대한 정보 차이가 존재한다”며 “금융사는 관련 정보를 줘야 하지만 빅테크 기업은 정보를 주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도 7월 24일 열린 ‘데이터 독점과 경쟁·소비자 이슈’ 주제의 심포지엄에서 “방대한 양의 데이터와 관련 기술을 선점한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 독점이 시장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거나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등 시장 경쟁 저해와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적당한 법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기존 금융권과 빅테크 기업 사이에는 보험 판매와 카드 수수료 규제 외에도 마케팅 관련 규제도 차이가 난다. 금융사에는 과도한 마케팅을 자제하라는 조항이 있지만 빅테크 기업이 받는 규제 사항엔 이 같은 조항이 없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과 금융 안정성’ 보고서를 통해 “빅테크 기업이 금융업을 수행할 때 금융 안정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히며 “빅테크도 금융회사와 동일한 규제를 받을 필요가 있고 시스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선 유동성 규제나 건전성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돋보기] 빅테크의 위협 ‘테크핀’도 두렵다



금융권 못지않게 테크핀들도 빅테크의 금융 진출로 인한 역차별을 주장한다. 혁신 금융을 육성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를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가 속속 이용하면서 테크핀의 성장 기회를 가로막고 있다는 주장이다. 대표적으로 테크핀이 금융사의 고유 업무 일부를 위탁받아 혁신 금융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제도인 ‘지정 대리인 제도’가 꼽힌다. 네이버의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은 미래에셋캐피탈의 지정 대리인 자격을 얻어 대출업에 우회 진출했다.



금융사와 빅테크의 양강 구도에 가려져 또 다른 역차별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테크핀업계의 또 다른 고민이다. 양강 중심으로 논쟁이 이어지면서 본의 아니게 테크핀이 빅테크와 함께 신생 금융사로 묶여 똑같은 규제를 받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빅테크에 대한 규제가 테크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면 대형사를 제외하고는 살아남을 업체가 없을 것이라는 게 테크핀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권·빅테크·테크핀의 주장이 각기 다른 만큼 협의체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업계 특성을 고려한 조율 작업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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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4호(2020.09.14 ~ 2020.09.2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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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20-09-16 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