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간 4개 스타트업과 지분 계약 잇달아 체결…“다양한 투자 포트폴리오 구축할 것”
“신성장 동력 찾아라”…하이트진로 ‘스타트업 투자’ 광폭 행보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이쯤 되면 ‘광폭 행보’라고 부를 만하다. 하이트진로는 최근 약 4개월 동안 4개 스타트업에 투자를 진행했다. 5월 가정 간편식(HMR) 스타트업 ‘아빠컴퍼니’를 시작으로 리빙테크 기업 ‘이디연’, 스포츠 퀴즈 게임 업체 ‘데브헤드’에 이어 최근에는 푸드 플랫폼 기업 ‘식탁이있는삶’과 잇달아 지분 투자 계약을 했다. 한 달에 한 번꼴로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온라인 시장이 확대되고 국내 소비자들의 니즈가 다양화되는 경영 환경 속에서 잠재력 있는 스타트업을 발굴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것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이다.

하이트진로는 향후에도 계속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를 이어 갈 계획인데 다양한 투자 포트폴리오 구축을 통해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뤄 내겠다는 것이 그 목표다.

◆민간 기업 최초로 ‘법인형 엔젤 투자자’ 선정


본격적으로 스타트업에 투자를 시작한 것은 올해지만 하이트진로는 약 2년 전부터 이 같은 행보를 염두에 두고 필요한 기반을 구축하는 데 힘써 왔다.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위해선 관련 생태계를 먼저 파악해야 했다. 하이트진로는 2018년 ‘신사업개발팀’을 주축으로 투자사, 정부 기관, 스타트업 업체 등을 직접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스타트업에 대한 학습과 함께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이와 함께 신속하고 효율적인 투자 프로세스를 구축하기 위한 투자 자금 확보 방안, 규정 신설·정비 등의 작업도 하나둘 진행해 나갔다. 이 과정에서 전문 액셀러레이터 스타트업인 ‘더벤처스’와 손잡고 서초동 사옥 내부에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공유 오피스 ‘뉴블록’을 개설하며 스타트업 지원의 첫발을 내딛기도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국내 영리 기업 최초로 ‘법인형 엔젤 투자자’로 선정되며 스타트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했다. 법인형 엔젤 투자자는 중소벤처기업부 산하기관인 한국벤처투자가 운영하는 ‘엔젤 투자 매칭 펀드’를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는 엔젤 투자자를 의미한다.

대략적인 방식은 이렇다. 법인형 엔젤 투자자가 된 기업은 스타트업에 일정 금액을 투자한 후 엔젤 투자 매칭 펀드를 신청할 수 있다. 그러면 한국벤처투자가 스타트업의 성장 가능성 등을 판단하는 심의를 거치게 된다.

이를 통과하면 투자한 금액의 최대 2배에 달하는 추가 투자금을 매칭 펀드를 통해 스타트업에 지급한다. 법인형 엔젤 투자자가 한 스타트업에 3억원을 투자했다고 가정하면 엔젤 매칭 펀드에서 최대 6억원을 똑같이 매칭해 투자하는 방식이다. 스타트업은 더 많은 추가 투자금을 확보할 수 있고 투자자 역시 엔젤 투자 매칭 펀드 투자 지분의 일부를 인수할 수 있는 콜옵션을 부여받아 서로 ‘윈-윈’인 셈이다.

허재균 하이트진로 신사업개발팀 상무는 “대외 네트워킹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한국벤처투자 등을 통해 기존의 엔젤 투자자 자격을 개인과 전문 투자사에서 일반 기업까지 확대했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며 “하이트진로가 여기에 지원하는 데 결격 사유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후 신청했고 지난해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허 상무는 “투자자와 피투자사 모두에 도움이 되는 유익한 제도인 만큼 투자 받는 스타트업도 하이트진로에 대한 신뢰도와 인지도를 상승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스타트업 투자, 사회적 책임 이행 의미도”


법인형 엔젤 투자자에 선정된 이후 하이트진로는 이 사업을 위해 별도의 투자 재원을 확정했다. 또 다양한 분야의 창업 초기 단계 스타트업을 발굴해 왔는데 올해 중순이 돼서야 비로소 첫 결과물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5월 법인형 엔젤 투자자로 선정된 이후 첫 행보로 ‘아빠컴퍼니’에 대한 지분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어떤 방향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상해야 하나 고민하던 상황에서 가정 간편식(HMR) 시장의 확대와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성장 가속화에 주목해 내린 결정이었다.

아빠컴퍼니는 전국의 유명 맛집 대표 메뉴를 반조리 형태로 판매하는 ‘요리버리’ 서비스를 제공하며 주목받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200여 종의 메뉴를 웹사이트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6월에는 리빙테크 기업 이디연과 스포츠 퀴즈 게임 회사 데브헤드 등 총 2곳의 스타트업과 지분 투자를 체결하기도 했다. 이디연은 스마트홈 분야에서 서서히 두각을 보이고 있는 회사다. 대표 상품은 코르크 스피커다.
“신성장 동력 찾아라”…하이트진로 ‘스타트업 투자’ 광폭 행보
이 제품으로 2017년 세계 3대 디자인상으로 불리는 ‘레드닷어워드’에서 블루투스 스피커 부문에 입상하는 성과를 올렸다. 디자인 측면에서의 우수함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제품의 기술력도 뛰어나다는 설명이다.

코르크 스피커는 소주잔 크기에 불과하지만 병을 울림통 삼아 블루투스 스피커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피커에 이어 기존 제품과 차별성을 강조한 디퓨저와 클렌저 등의 신제품 출시도 앞둔 상태다.

데브헤드는 기술력과 미래 성장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손잡게 됐다. 데이터베이스·빅데이터·딥러닝 등을 대학에서 공부한 동창들이 뭉쳐 만든 회사다. 지난 7월 모바일 앱을 통해 스포츠 관람과 퀴즈를 동시에 즐기는 스포츠 퀴즈 게임 서비스 ‘스퀴즈런’을 출시한 바 있다. 아직은 서비스 초기 단계여서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를 통해 보여준 잠재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해 투자를 결정했다.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하이트진로는 지난 8월 식탁이있는삶에 네 번째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이 회사는 ‘퍼밀’이라는 푸드 플랫폼 서비스를 운영 중인 스타트업이다.

전국 170여 개 산지 직거래를 통해 우수한 품질의 신선식품만을 확보해 판매하고 있다. 산지·생산자·품종 등 제품에 관한 흥미로운 얘기들을 콘텐츠로 제작하고 소개하는 등 차별화된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며 “신선도와 고품질, 합리적 가격을 모두 갖춘 퍼밀의 시장성을 높이 평가한 것이 이번 투자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투자는 계속 이어진다. 향후 약 3년간 분야에 상관없이 성장 카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자금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허 상무는 “투자 자체가 사업 모델이 될 수도 있고 착실히 성장하고 있는 전망 좋은 회사는 직접 인수할 수도 있다. 스타트업과의 새로운 조인트 벤처 설립의 기회도 생길 것이라고 예상한다.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놓고 스타트업에 계속 투자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스타트업에 투자함으로써 최근 부각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측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enyou@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4호(2020.09.14 ~ 2020.09.2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