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 1294호 (2020년 09월 16일)

‘온라인 매매 1위’ 키움증권 HTS 전산사고 이어 공모펀드 환매중단까지

기사입력 2020.09.14 오후 01:16

[비즈니스 포커스]
-김익래 회장 자녀가 운영 3600억원대 글로벌 재간접 펀드
-악재 잇따르는 ‘키움 금융’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개인 투자자의 해외 주식 거래가 증가하면서 증권사들의 해외 주식 수수료(외화증권 수탁 수수료) 수입이 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한국 증권사들의 올 상반기 해외 주식 수수료는 2224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756억원)보다 194.1% 증가했다.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 등으로 눈을 돌리는 이도 늘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부작용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한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 고객의 해외 주식이 자동으로 매도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의 환매 중단 사태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엔 해외 자산 운용사의 채권형 펀드를 담은 재간접 공·사모펀드에서 3600억원대 환매 중단이 발생해 투자자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H2O펀드’ 유동성 문제가 발목 잡아

(사진) 서울 여의도의 키움파이낸스스퀘어. /이승재 기자

(사진) 서울 여의도의 키움파이낸스스퀘어. /이승재 기자


키움투자자산운용은 9월 7일 ‘키움글로벌얼터너티브’ 펀드 환매를 중단한다고 판매사들에 공지했다. 이튿날에는 신규 설정 중단과 환매 연기를 공식 발표했다.

키움글로벌얼터너티브 펀드는 영국계 글로벌 채권펀드 운용사인 H2O자산운용(이하 H2O운용) 등 해외 운용사의 채권펀드를 재간접 형태로 담은 공모펀드다. 2018년 10월 출시 이후 KB국민은행(37.15%)·삼성증권(28.16%)·신한은행(15.52%)·IBK기업은행(9.8%)·우리은행(2.21%) 등에서 한국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판매됐다. 키움증권도 판매에 일부 힘을 보탰다.

키움글로벌얼터너티브 펀드는 한때 운용 자산(AUM) 규모가 5000억원을 넘어서는 등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연 15%의 높은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올 초 이후 수익률은 1.5%에 그쳤다. 현재 AUM은 3600억원 정도다.

이번 사태는 H2O운용의 채권펀드가 프랑스에서 환매 중단 조치를 받으면서 불거졌다. 프랑스 금융 당국인 금융시장청(AMF)은 8월 말 H2O운용의 ‘알레그로’, ‘멀티본드’, ‘멀티스트레티지’ 등 3개 펀드에 대해 설정 및 환매 중단 조치를 내렸다. 이들 펀드가 담고 있는 자산 가운데 현금화가 어려운 비유동성 사모채권 편입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이유에서였다. AMF는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4주간 자산을 동결하고 비유동성 자산을 다른 자산과 분리하도록 명령했다.

외신에 따르면 H2O펀드는 독일 사업가인 라스 윈드호스트가 투자한 회사들의 채권을 최대 13%까지 담았다. 하지만 관련 회사들이 차례로 파산하면서 펀드 유동성에 문제가 생겼다. 올 들어서는 미국·독일·이탈리아 등 국채를 시장 흐름과 다르게 투자해 대규모 손실을 입었다. H2O운용은 펀드 런(대규모 환매 사태)을 피하기 위해 ‘아다지오’와 ‘모데라토’ 등 다른 5개 펀드에 대해서도 추가적으로 환매를 중단했다.

키움글로벌얼터너티브 펀드는 글로벌 펀드 5~6개에 분산 투자했지만 전체 자산의 26%를 차지하는 멀티본드와 알레그로 등 2개의 H2O운용 펀드에서 돈을 돌려받지 못하면서 결국 펀드 전체가 환매 중단됐다. 문제가 된 H2O펀드의 비유동성 채권이 키움글로벌얼터너티브 펀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6~8%(216억~315억원)다. 기타 자산(3254억~3353억원)은 정상적으로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키움투자자산운용 관계자는 “수익자 보호와 얼터너티브 펀드의 신속한 환매 재개를 위해 현지 운용사와 감독 당국, 유관 기관과 협력하고 있다”며 “9월 말께 환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래픽 전어진 기자

그래픽 전어진 기자


키움투자자산운용은 H2O운용이 일부 펀드의 환매를 연기함에 따라 한국 투자자 보호와 빠른 운용 정상화를 위해 부득이하게 관련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키움투자자산운용이 이번 환매 중단 사태의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H2O운용은 지난해 6월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로 1주일 만에 투자금 7조원이 빠져나가는 사실상의 펀드 런 사태를 겪었다. “H2O운용이 저금리 상황에서 높은 수익을 추구하면서 리스크가 높은 기업의 채권을 담고 있다”는 기사 내용 때문이었다.

당시 키움투자자산운용은 국내 투자자의 우려를 고려해 글로벌얼터너티브펀드에서 H2O펀드를 모두 매각했다. 이후 H2O운용이 고객의 환매 요청에 적극 대응하면서 투자금이 순유입되자 키움투자자산운용은 8월부터 H2O펀드를 다시 사들이기 시작했다.

키움글로벌얼터너티브 펀드의 책임 매니저는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의 차녀인 김진이 이사다. 수익률을 좇아 위험성이 높은 전략을 택했다가 낭패를 보게 됐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이번 사태로 H2O운용의 멀티본드 펀드를 담고 있는 브이아이자산운용(구 하이자산운용)의 재간접 사모펀드인 ‘브이아이H2O멀티본드’도 환매가 중단됐다. 환매 중단 규모는 약 1000억원이다. 국내 운용사 중에서는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의 펀드도 최근까지 H2O운용 펀드를 재간접 형태로 담고 있었다. 하지만 환매 중단 펀드를 담고 있지 않거나 이미 전액 매각해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

◆키움증권에서는 ‘전산 사고’ 잇따라

최근에는 키움투자자산운용의 모회사인 키움증권 HTS에서 고객의 해외 주식이 자동으로 매도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키움증권은 한국의 온라인 브로커리지 1위 증권사다.

금융 투자업계에 따르면 테슬라 주식이 5 대 1로 액면 분할한 이후 첫 거래일인 8월 31일 키움증권 HTS에서 일부 개인 투자자가 보유한 주식이 액면 분할가에 준하는 가격에 자동으로 매도되는 오류가 발생했다. 키움증권 HTS의 부가 서비스 기능인 ‘서버 자동 감시 주문’ 기능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 원인이었다.

이 기능은 사용자가 미리 저장해 둔 감시 조건 등에 따라 자동으로 주문을 넣는 서비스다. 테슬라가 기존 주식 1주를 5주로 액면 분할하면서 주가가 5분의 1이 되자 HTS에서 이를 주가 급락으로 인식해 자동 매도하는 오류가 있었다는 게 키움증권의 설명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해당 기능을 사용하는 일부 고객에게 문제가 발생해 테슬라 주식을 재매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관련 피해 보상을 마쳤다”며 “부가 서비스 기능 일부가 원인이었던 만큼 HTS 시스템 전반의 오류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키움증권은 HTS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의 접속이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등의 오류를 막기 위해 서버 증설 등의 전산 시스템 개선 작업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키움증권 MTS인 ‘영웅문S’와 해외 주식 MTS인 ‘영웅문S글로벌’은 지난 3월 한 달 동안 4회에 걸쳐 서버가 중단되며 매수·매도 주문 처리가 지연되는 등의 전산 장애를 일으켰다. 국제 유가가 사상 첫 마이너스를 기록한 4월에는 시스템이 이를 인지하지 못해 유가 해외 선물 옵션 거래가 정지됐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4호(2020.09.14 ~ 2020.09.2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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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20-09-18 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