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정치인] 뉴딜펀드 두고 이광재·윤창현 지상 공방
- 이광재 “김대중 IT 정책과 박정희 재형저축에서 꾀 냈다”
- 윤창현 “대통령이 펀드매니저 되려 하느냐는 비판 있다”
이광재 “뉴딜펀드, ‘정책형’ 빼고 고위험·고수익” VS 윤창현 “선거 지지율 위한 화끈한 발상”
이광재 “뉴딜펀드, ‘정책형’ 빼고 고위험·고수익” VS 윤창현 “선거 지지율 위한 화끈한 발상”



[홍영식 대기자] 한국판 뉴딜 사업에 투자하는 뉴딜펀드를 두고 논란이 거세다. 정부가 지난 9월 3일 제시한 뉴딜펀드는 세 가지 유형이 있다. 국민 참여 정책형 뉴딜펀드, 세제 혜택을 주는 뉴딜 인프라펀드와 민간 뉴딜펀드 등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신재생에너지, 수소·전기차 분야, 사회간접자본(SOC) 디지털화 등 뉴딜 관련 산업에 투자해 2025년까지 일자리 190만 개를 만들어 낸다는 계획이다.

논란의 중심은 2025년까지 총 20조원 규모로 조성되는 정책형 뉴딜펀드다. 정부가 3조원, 정책금융이 4조원을 출자한다. 나머지 13조원은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운용할 계획이다. 문제는 투자 상품에서 손실이 나면 정부가 후순위 출자 등을 통해 손실을 떠안는다는 점이다. 사실상 세금으로 손실을 보전한다는 것이다. 투자처가 아직 뚜렷하지 않고 관제(官製) 펀드가 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원금 손실을 보전해 주면 자칫 다른 민간 펀드들이 잘 팔리지 않는 ‘구축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할 수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정부와 여당은 법적으로 뒷받침해 영속성을 보장한다는 계획이다. 뉴딜펀드 아이디어를 제시한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미래전환 K-뉴딜위원회 총괄본부장은 “관련법을 조속히 만들어 연말까지 국회에서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측은 “금융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국회 논의 과정에서 철저하게 따지겠다는 방침이어서 거센 공방이 예상된다. 먼저 이 본부장에게 뉴딜펀드 아이디어를 제시한 이유 등을 들어봤다.

▶어떤 계기로 뉴딜 펀드 아이디어를 냈나.
“경제 위기를 넘기려면 미래 지향적이어야 하고 못 사는 사람을 도와주는 두 측면이 동시에 고려돼야 한다.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지만 미래 지향적인 부분에는 미진하다. 문제는 돈이다. 김대중·박정희 정권 시절의 두 사례에서 착안했다. 김대중 정부 때 정보기술(IT) 국가로 가야 한다고 결정했지만 돈이 없었다. 그래서 공기업을 민영화하고 주파수도 팔아 재원을 마련했다. 이 돈을 IT 통신망을 까는 데 대대적으로 투자했다. 또 박정희 정권 때는 기업은행이 연 8%의 이자율로 자금을 받아 3%로 기업에 대출해 줬다. 모자라는 5%는 세금으로 채웠다. 그러다 보니 일반 국민들에겐 손해가 됐다. 그래서 이자율 25%의 재형저축을 만들어 국민들에게 혜택을 줬다. 두 사례에서 꾀를 냈다. 굉장히 풍부한 시중 유동성을 미래로 가는 투자로 돌리기 위해 세제 등 인센티브를 주고 거기에 투자한 국민들이 돈을 벌게 하자는 것이 뉴딜펀드를 만들자는 이유다. 이렇게 해서 ‘한국판 뉴딜’이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같은 프로젝트, 김대중 전 대통령의 IT 퍼스트 무버(first mover)와 같은 것이 되길 희망한다.”

▶손실을 세금으로 채워 주는 것에 대한 비판이 많다.
“세 가지 펀드 중 정책형 펀드는 리스크가 작고 수익도 적다. 정책형 펀드에 한해 후순위 채권 매입을 통해 안정성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다른 2개의 펀드는 민간에서 운용하는 것인데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고위험·고수익)’이다. 세제 혜택만 줄 뿐 시장 원리를 철저히 준수한다.”

▶국민의힘에선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 차기 대선 등을 겨냥한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지 않다. 국민들은 노후도, 직장도 불안하다고 느끼고 있다.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부동산과 주식밖에 없다고 생각해 대출 받아 돈을 몰아넣는다. 매우 위험하다. 카카오게임즈 공모에 상상할 수 없는 돈이 몰렸다. 유동성 과잉이다. 이분들에게 말로만 뉴딜펀드에 투자하라고 하면 하지 않을 것이다. 최소한의 안정성과 수익을 보장해 줘야 한다.”

▶현 정부 임기가 약 1년 7개월여밖에 남지 않아 사업 연속성에 의문도 제기된다.
“이번엔 법으로 만들기 때문에 어떤 정권이든 관계없이 지속성이 보장된다. 제도적으로 굴러가기 때문에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법은 언제쯤 만들어지나.
“연내 국회에서 다 통과될 것이다.”

▶집값 억제 수단으로 활용하려고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시중 유동 자금이 부동산보다 이쪽으로 오는 게 훨씬 좋다. 더 중요한 것은 IT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가 너무 늦었다는 점이다. 김대중 정부 때 한국이 ‘IT 테스트베드(새로운 기술·제품·서비스 성능 및 효과를 시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춤) 국가’가 됐다. 그때만큼 강력한 투자가 일어나야 한다. 5세대 이동통신(5G)만 하더라도 2년간 26조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간다. 미래를 위한 투자가 일어나려면 뉴딜펀드가 필요하다.”
이광재 “뉴딜펀드, ‘정책형’ 빼고 고위험·고수익” VS 윤창현 “선거 지지율 위한 화끈한 발상”
뉴딜펀드를 구체화한 홍성국 민주당 K-뉴딜위원회 디지털분과 실행지원 TF단장에게도 들어봤다.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될 수 있나.
“정권이 바뀌면 그린 사업에, 디지털에 투자하지 않을 건가. 자꾸 그런 식으로 비판하면 아무것도 못한다. 뉴딜펀드는 채권형으로 만기 10년이기 때문에 정권과 무관하다. 뉴딜펀드와 비슷한 게 맥쿼리인프라펀드로 20년 됐다. 정권이 네 번 바뀌었는데도 존재하고 있다.”(맥쿼리펀드는 2002년 설립돼 2006년 3월 상장. 인천공항고속도로, 우면산터널 등 SOC 관련 13개 포트폴리오로 구성)

▶관제형 펀드라는 지적도 있다.
“구체적인 것은 민간이 알아서 한다. 민간은 사업성이 없으면 못한다. 이 때문에 관치니 뭐니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적으로 정부가 개입하는 펀드가 늘어나는 추세다. 영국과 독일도 정부 주도로 그린 산업 등에 투자하는 펀드를 만들고 있다.”

▶정부가 손실을 보장하기 때문에 그런 얘기가 나온다.
“손실 보장은 잘못된 용어다. 안정성을 강화한 것이다. 선진국의 정부 주도 펀드들도 손실을 보전해 준다.”
▶정부 주도가 민간 부문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는 것 아닌가.
“그런 것을 구축효과라고 하는데 유동성이 너무 많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더욱이 뉴딜펀드는 장기형이다. 참, 세상을 바라보는 잣대 차이가 너무 크다. 앞으로 환경 기준이 강화되면 수출이 더 어려워지는데 정권과 무관하게 이런 프로젝트를 서둘러 해야 한다. 지금 한가한 소리를 할 때가 아니다. 코로나19가 사라져도 한국 경제가 바로 살아남을 수 있나. 내수는 회복되겠지만 수출에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정치적 목적으로 추진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전혀 상관없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추진된 것이다. 내년 보궐 선거와 이게 무슨 상관있나.”
▶이명박 정부 때 녹색펀드, 박근혜 정부 때 통일펀드 등 관제 펀드는 용두사미로 끝났다.
“녹색펀드와 통일펀드는 주식을 사는 것이다. 뉴딜펀드는 장기 채권형이다. 투자 유형이 전혀 달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다.”
여당의 이런 주장에 대해 국민의힘의 대표적 경제·금융 전문가인 윤창현 의원은 “정부가 나설 일이 아니다”며 “금융을 정치에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뉴딜펀드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정부가 나설 일이냐고 지적할 수 있다. 과거에도 정부가 이런 식의 펀드 조성에 나섰다고 그러는데 과거에 잘되지 않았으면 하지 말아야 한다. 정책형 펀드 20조원은 문제가 된다. 정부가 3조원, 정책 금융회사가 4조원 넣고 후순위채 개념으로 원금 손실을 막겠다는 것인데 아무리 봐도 문제가 있다. 외국에서는 대통령이 펀드매니저가 되려고 하느냐는 비판적인 보도도 나왔다.”
▶정부는 디지털 인프라 구축, 디지털 문명 국가를 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본다. 지난 7월 160조원을 투입해 일자리 190만 개를 창출한다는 한국형 뉴딜 어젠다를 띄웠다. 그다음 펀드 조성 계획을 발표해 한국형 뉴딜 어젠다에 대한 관심도를 높였다. 그 결과가 좋으면 정권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을 노린 것이다. 금융을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는 것이다. 한국형 뉴딜만으로도 얼마든지 정부가 나서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국가 부채 문제 등 거시적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형 뉴딜에 대한 관심과 열기, 지지를 더 끌어올리려니 이런 무리수가 나오는 것이다. 정부가 세금으로 손실을 채워 주니 민간은 서로 앞다퉈 가입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그러면 뉴딜펀드에 대해 손뼉을 치는 사람도 생길 수 있다. 그런 관심도는 곧 지지로 연결되니 금융의 정치화로 보는 것이다. 한국형 뉴딜만으로도 충분한데 펀드를 추가하는 것은 흥행을 더 세게 하겠다는 얘기다. 세금으로 손실 채우겠다? 아주 그냥 화끈한 발상이다.”
▶여당은 선진국도 투자 손실을 세금으로 보전해 준다고 한다.
“글쎄. 이렇게 대규모로 중앙 정부가 나서는 사례를 들어보지 못했다. 그런 사례가 어쩌다 한 번 있었다고 해서 우리가 따라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정부 주도 펀드에 대해 여당은 세계적인 추세라고 하는데 대해선 어떻게 보나.
“최근 어떤 그런 사례가 있는지 모르겠다. 사실 이 정부가 쭉 얘기해 왔던 것이 소득 주도 성장인데 이제 그 얘기를 슬그머니 감췄다. 잘했다, 못했다 소리도 없다. 지난 3년 가까이 새로운 어젠다라고 난리를 피우다가 새로 뉴딜을 들고나왔다. 그렇다면 그전에 사생결단으로 추진했던 소득 주도 성장은 어떻게 평가하는지 묻고 싶다. 소득 주도 성장 어젠다를 그렇게 띄워 놓고 성과를 내지 못하니 조용히 감춰 놓고 뉴딜을 하면 다 된다고 하니 어떻게 정부 실력을 신뢰할 수 있나. 정공법이 아니고 기본으로 돌아가지 않고 자꾸 변칙적인 것을 들고나오면 안 된다. 새로운 것을 하지 말고 소득 주도 성장의 부작용을 줄이고 문제점이나 잘 보완했으면 좋겠다.”
▶정권이 1년 8개월밖에 남지 않아 지속성 논란이 있다.
“지금은 (금융회사가) 눈치 보느라 따르겠지만 시간이 지나고 레임덕이 오면 정치적 목적이 개입된 펀드는 지속성이 걱정된다. 다음 정부가 ‘미안하지만 돈이 많이 들어 못 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할 거냐.”
▶여당은 국민 재산 증식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 시중 부동 자금이 M₂(현금, 요구불 예금에 은행 저축성 예금 등을 포함한 화폐 공급량) 기준으로 3100조원쯤 된다. 민간 돈 13조원으로 부동 자금 흐름을 바꿔 놓지 못한다. 규모도, 목적도, 타이밍도 어정쩡하다. 정권이 끝나도 상관없이 계속하겠다면서 5년을 잡았는데 사실상 1년 반짜리 정책이 될 것 같다. 내년 4월 재·보궐 선거가 있고 대선 국면에 들어간다. 뉴딜펀드를 아무리 빨리 준비해도 내년 4월은 돼야 판매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때는 정권 임기가 1년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어서 동력을 어떻게 만들어 낼지 의문이다. 또 프로젝트 자체가 큰돈을 벌기 어려운 게 많다. 수익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 가늠이 안 된다. 투자자들의 기대치는 높은 상황인 반면 뉴딜펀드는 좀 크게 먹기 어려운 것 같다.”
▶정책형 뉴딜펀드는 손실을 채워 주지 않나.
“손실을 세금으로 채워 주니 크게 깨지지 않을 것 같지만 수익률 기대치가 별로 높지 않아 줄을 서 가입하기는 어렵다. 손실 보장도 정권이 바뀌면 유효하겠느냐는 의문이 있을 것이다. 그럴 바엔 직접 개별 주식에 투자하는 게 나은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광재 “뉴딜펀드, ‘정책형’ 빼고 고위험·고수익” VS 윤창현 “선거 지지율 위한 화끈한 발상”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국민의힘 간사를 맡고 있는 추경호 의원도 마찬가지 의견이다. “정부가 나서 펀드 수익을 만들어 주겠다는 발상 자체가 웃기고 정부가 자의적으로 투자 사업을 고르는 것도 웃긴다. 사업은 성과가 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는데 손실을 왜 국민 세금으로 채워 주나. 사람들이 스스로 ‘리스크 테이킹’해 펀드에 투자할 건지 말 것인지 결정하도록 하는 게 자본 시장인데 정부가 나서 투자하라 말라 하고 일정 수익을 보장해 주고 사업을 선별하는 게 말이 되나. 4차 산업혁명을 지향한다면서 개발연대 시대 아날로그적인 발상으로 접근하는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금융권도, 공무원도 겉으로는 하는 척하다가 제대로 안 할 것이다. 나중에 손실이 나면 다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5호(2020.09.19 ~ 2020.09.2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