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신규 브랜드의 성공 법칙]
-셀렉스, 3년 준비 끝에 ‘단백질 시장’ 선점
-잇츠온·안주야는 기존 강점·노하우 접목
‘얄피만두에서 피코크까지’…신규 브랜드의 성공 법칙 4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하나의 신규 브랜드가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새롭게 사업을 시작할 만한 업종들을 하나하나 찾아야 하고 시장 분석도 해야 한다.

해당 분야에 발을 내딛기 위해 필요한 투자는 무엇인지, 또 얼마나 많은 비용을 써야 하는지, 경쟁사는 얼마나 있는지, 성공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일일이 따져 최종적으로 신규 사업을 펼칠 분야를 선정한다.

이후 시장에 안착하기 위한 제품의 방향성과 차별화 전략 등을 수립하고 이를 아우를 수 있는 브랜드 명을 만들어 세상에 내놓는다.

문제는 이렇게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 론칭한 브랜드를 성공시키는 것이 해를 거듭할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상품들이 하루가 멀다고 쏟아지는 유통업계 상황에서 기대 이하의 성과를 거둔 채 쓸쓸히 사라지는 브랜드들이 수없이 많다.

신규 브랜드를 론칭한 뒤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 가고 있는 기업들의 성과가 더욱 빛나는 이유다. 매일유업·한국야쿠르트·대상·풀무원·이마트 등이 대표 격이다. 이 기업들의 신규 브랜드 론칭 과정을 들여다보면서 그 비결을 찾아봤다.
‘얄피만두에서 피코크까지’…신규 브랜드의 성공 법칙 4
◆성공 법칙①
치밀한 분석으로 시장 선점


매일유업이 2018년 론칭한 성인 영양식 브랜드 ‘셀렉스’는 출시 1년 만에 매출 500억원을 뛰어넘었다. 한국 최로로 ‘단백질’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건강기능 식품 제품을 선보인 것이 주효했다. 이 제품이 나오면서 한국에서도 이른바 ‘단백질 열풍’이 일기 시작했고 현재 셀렉스는 시장을 선점한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셀렉스의 성공 비결로는 철저한 시장 조사와 분석을 꼽을 수 있다. 매일유업은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오랜 기간 단백질 제품에 대한 상품성과 국내외 동향 등을 꼼꼼히 들여다봤다.

그 결과 국내 중·장년층의 절반이 권장량에 못 미치는 단백질을 섭취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일찌감치 중·장년층의 근육 손실을 막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으로 단백질 섭취가 각광받고 있었고 이 시장이 크게 활성화됐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한국에서도 건강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점차 커지는 추세인 점을 감안해 머지않아 단백질 관련 제품들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확신했고 과감하게 시장 진출을 결정했다.

의료 기관과 손잡고 직접 단백질의 효과를 검증하기도 했으며 제품 출시 전에는 10여 차례의 소비자 평가를 진행해 제품의 맛을 개선해 나가는 등의 작업도 거쳤다. 실제 제품을 내놓기까지 투입한 시간만 약 3년이다. 이렇게 심혈을 기울여 셀렉스를 출시했는데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소비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그간의 노력이 빛을 발하게 됐다. 셀렉스는 출시 1년 만에 매출 500억원을 돌파했다.

◆성공 법칙②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극대화



한국야쿠르트와 대상은 기존에 영위하던 주력 사업과의 시너지를 살린 끝에 후발 주자로 진입한 가정 간편식(HMR) 시장에서 신흥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야쿠르트가 2017년 론칭한 HMR 브랜드 ‘잇츠온’은 올해 2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신규 브랜드를 내놓을 당시부터 경쟁이 치열했던 HMR 시장에 뛰어든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한국야쿠르트가 오랜 기간 구축한 배송 인프라를 활용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바로 ‘프레시 매니저(구 야쿠르트 아줌마)’다.

거리 곳곳을 누비며 야쿠르트를 판매해 온 1만 명에 달하는 프레시 매니저를 활용해 고객에게 상품을 배송하면 후발 주자의 약점을 깰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고 그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경쟁사를 뛰어넘는 효율적인 배송을 통해 빠르게 소비자들에게 잇츠온 브랜드를 알려 나갔고 발효유를 넘어 종합 식품 기업으로 도액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빠르게 신선한 상품을 전달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만큼 완제품 형태의 HMR이 아닌 반조리 형태의 ‘밀키트’를 주력 상품으로 내세운 것도 ‘신의 한 수’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상은 2016년 HMR 시장에 뛰어들었다. 양념과 조미료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한 청정원의 노하우와 기술력을 적극 활용한 제품들을 선보여 소비자들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그 결과 내놓은 것이 포장마차 콘셉트의 ‘안주야(夜)’ 브랜드다. 브랜드 콘셉트를 포장마차로 잡은 배경도 흥미롭다. 국·탕·찌개 등 주식 위주의 HMR 제품들이 시장에 즐비했던 만큼 혼술·홈술 트렌드에 맞춰 다양한 안주 HMR을 선보이기로 했다. 내부 직원들이 전국의 유명 포장마차들을 찾아다니며 안주를 맛보고 분석해 제품을 출시했고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안주야는 지난해 약 4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성공 법칙③
세상에 없는 ‘혁신 제품’으로 승부



풀무원은 2019년 판매를 시작한 ‘풀무원 얇은피 꽉찬속 만두(이하 얄피만두)’로 만두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1년 만에 누적 판매량 2000만 봉지로 ‘메가 히트’를 기록한 것이다. 무엇보다 경쟁이 치열한 냉동 만두 시장에서 거둬들인 성과여서 더욱 값지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기존에 없던 제품으로 승부수를 던진 것이 먹혀들었다. 얄피만두는 일반적인 만두피 두께 1.5mm의 절반 수준인 0.7mm로 상품을 만들었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상품의 핵심 콘셉트인 얇은 피를 만드는 데만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일반 만두피보다 절반이나 얇은 만두피를 찢어지지 않게 생산하는 작업은 결코 녹록하지 않았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만두’ 등 이미 냉동 만두 시장에 강자들이 즐비한 상황이었다. 뚜렷한 차별성이 없는 제품으로는 절대 경쟁사들을 이기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다양한 재료를 배합하면서 숱한 시행착오를 겪은 풀무원은 결국 찢어지지 않는 만두피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기존의 냉동 만두와는 전혀 다름 제품에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성공 법칙④
상식을 깬 브랜드 전략으로 소비자 공략



대형마트 1위 이마트는 2013년 자체 HMR 브랜드 ‘피코크’를 선보였다. 피코크의 지난해 매출은 2500억원이다. 유통채널 자체 브랜드(PB) 중 가장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피코크의 론칭 과정을 살펴보면 이마트의 상식을 깬 전략이 눈길을 끈다.

흔히 대형마트 PB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저렴한 가격으로 가성비를 앞세운 제품들이다. 이마트는 이런 PB의 이미지를 과감하게 깬 브랜드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프리미엄을 추구하는 PB를 목표로 피코크 제품들을 출시하고 회사의 역량을 집중했다.

내부에 디자인 팀을 꾸려 품격과 멋을 더한 포장을 입혔고 호텔 출신 셰프를 영입해 맛을 구현해 냈다. 피코크는 론칭 첫해부터 매출 340억원을 올리며 ‘대박’을 터뜨렸고 지금도 판매량 추이는 꺾이지 않고 있다. 이마트 실적의 한 축을 책임지는 핵심 브랜드가 됐다.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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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5호(2020.09.19 ~ 2020.09.2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