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신규 브랜드의 성공 법칙]
-전속 셰프·맛집 레시피 등 퀄리티에 아낌없는 투자
[신규 브랜드 성공 법칙]이마트 피코크, 가성비 대신 ‘프리미엄’을 전면에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피코크는 당초 1970~1980년대 신세계백화점이 판매하던 자체 브랜드(PB) 의류 상품이었다. 신세계는 당시 회사 로고인 공작새를 뜻하는 피코크를 PB 브랜드로 활용했다. 하지만 해당 의류 브랜드는 2000년대 초반 자취를 감췄다.

이마트는 2013년 피코크를 자체 가정 간편식(HMR) 브랜드로 재탄생시켰다. 이마트 브랜드 관리팀은 피코크를 HMR 중심의 프리미엄 식음료 PB 브랜드로 새롭게 육성한다는 목표로 론칭 작업에 착수했다.

이마트는 대형마트 PB 하면 떠오르는 저렴한 가격이나 가성비가 아닌 프리미엄을 추구하는 PB 브랜드를 목표로 했다.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우수 협력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맛을 최우선으로 상품 개발에 나섰다. 자체 디자인 팀을 꾸려 패키지에도 품격과 멋을 더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매출로 증명되고 있다. 론칭 첫해 340억원이던 피코크 매출은 지난해 2500억원으로 7배 이상 껑충 뛰었다.
[신규 브랜드 성공 법칙]이마트 피코크, 가성비 대신 ‘프리미엄’을 전면에
이마트 관계자는 “피코크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밀레니얼 세대와 소통하고 연간 2~3회의 캠페인을 진행하는 정도를 제외하고는 특별한 마케팅에 나서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5명의 전속 셰프가 선사하는 ‘맛의 신세계’

피코크의 인기 비결은 맛에 있다. 피코크 상품개발실에는 조선호텔 출신 셰프를 비롯해 총 5명의 셰프가 근무 중이다. 이들 셰프는 중식·오리엔탈, 한식, 웨스턴, 베이커리·디저트, 음료 등 각 전문 분야의 제품 개발을 담당한다. 셰프가 레시피 개발부터 개선까지 상품 전반에 깊숙이 참여하는 만큼 제품의 퀄리티를 보장할 수 있다는 게 이마트의 설명이다.
[신규 브랜드 성공 법칙]이마트 피코크, 가성비 대신 ‘프리미엄’을 전면에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처럼 간결하면서 세련된 패키지 디자인 역시 피코크가 인기를 끄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피코크 본부에는 디자인 전담 부서가 별도로 있다. 시각디자인·그래픽디자인 등을 전공한 디자이너들이 직접 펜을 잡고 제품을 디자인한다.

디자이너들은 제품 디자인 의뢰가 들어오면 미팅을 거쳐 적합한 콘셉트를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안을 확정해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지닌 피코크 상품을 만든다.

피코크 본부는 최신 트렌드를 반영해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초창기 국·탕·찌개류 등 한식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던 ‘다이닝’ 상품군을 중식·일식·이탈리아 요리 등 ‘월드 퀴진’으로 늘렸다. 이어 티라미수 케이크, 키시, 대만식 우유튀김 등 ‘글로벌 디저트 메뉴’로 그 영역을 확대했다.

현재 피코크에서 운영하는 상품 가짓수는 총 1000여 종이다. ‘피코크는 피코크 찬(반찬)’, ‘피콕반점(중식)’, ‘서울스낵(과자)’, ‘피콕분식(분식)’, ‘피콕포차(안주)’ 등 서브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출시, 확대해 전문성을 더하고 외적 성장도 이끌어 간다는 계획이다.

피코크는 가공 상온 식품에 이어 HMR 시장에서 가장 핫한 분야인 ‘밀키트’ 시장에 진출하며 새로운 도약을 꾀하고 있다. 이마트는 10개월간의 기획 기간을 거쳐 ‘피코크 밀키트’를 개발하고 지난해 6월부터 오프라인 점포와 온라인몰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레드와인소스 스테이크’, ‘밀푀유 나베’, ‘훈제오리 월남쌈’ 등 6종의 상품으로 시작한 피코크 밀키트는 유명 맛집과 손잡고 선보인 ‘고수의 맛집’ 시리즈 등으로 제품 가짓수를 늘려 가고 있다.

피코크 밀키트의 특징도 역시 맛에 있다. ‘맛의 신세계’를 표방하며 손님에게 접대하기에 손색없는 상품을 제안하기 위해 노력했다. 대표 제품은 ‘맛이차이나’ 짜장면과 ‘초마짬뽕’ 밀키트다.
[신규 브랜드 성공 법칙]이마트 피코크, 가성비 대신 ‘프리미엄’을 전면에
이들 제품은 냉동 면을 쓰는 레토르트 제품과 달리 원조 맛집 고유의 쫄깃하고 탱탱한 면의 식감을 위해 ‘생면’을 택했다. 전문 제조사 ‘면사랑’이 면 제조를 맡았다. 또한 생채소와 고기 등 신선한 원재료를 담아내는 등 최적의 조리법을 찾아내 맛집 요리의 맛을 가정에서 가장 유사하게 낼 수 있도록 개발했다.

유명 맛집의 비법 레시피를 바탕으로 정량의 재료를 손질 후 포장해 ‘요알못(요리를 알지 못하는)’도 도마나 칼 등 최소한의 조리 도구 없이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다.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 등 밀키트도 선봬

피코크는 지난해 12월 한국 유통업계 최초로 기존 냉장 밀키트의 단점을 보완한 냉동 밀키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연말 홈 파티 등에 제격인 ‘피코크 부챗살 스테이크’, ‘피코크 채끝살 스테이크’, ‘피코크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 밀키트가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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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제품은 맛을 중시하는 피코크의 철학을 담아 미국산 초이스 등급 냉장육을 사용했다. 피코크 비밀연구소의 특제 시즈닝으로 스테이크 본연의 맛을 끌어올렸다. 4종의 채소 가니시(고명)와 버터를 넣어 별도 재료 준비 없이 요리할 수 있다. 흐르는 물에 5분간 해동만 하면 조리 준비가 완료된다.

피코크 냉동 밀키트는 기존 냉장 밀키트의 단점을 보완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 한국의 밀키트 시장은 2017년 중반 형성된 이후 빠르게 성장해 왔다. 하지만 기존 HMR과의 가장 큰 차별점으로 ‘신선함’을 내세운 만큼 유통 기한이 4~5일 이내로 짧아 필요할 때마다 구매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피코크 냉동 밀키트는 냉동 보관 후 언제든지 원할 때 조리할 수 있다.

합리적 가격도 강점이다. 피코크 냉동 밀키트의 100g당 환산 가격(고기 기준)은 3700~7000원 선이다. 시중 패밀리 레스토랑 등에서 판매하는 스테이크 대비 가격이 절반 수준이다. 특히 피코크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 밀키트는 6주간의 숙성 과정을 거친 에이징 스테이크이지만 가격은 1만원대다.

이마트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의 영향으로 올해 1~8월 밀키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3.1% 증가했다”며 “밀키트 제품 수를 올해 안에 현재의 2배인 약 40개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는 코로나19 사태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냉동 피자 시장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4~5월 한국 냉동 피자 매출은 134억원 규모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4% 증가했다.
[신규 브랜드 성공 법칙]이마트 피코크, 가성비 대신 ‘프리미엄’을 전면에
이마트는 피자 맛집과 제휴한 ‘피코크 잭슨 피자’를 지난해 초 본격 출시했다. 잭슨피자는 미국식 피자 맛집으로 꼽힌다. 이마트는 잭슨피자 측에 상품화 의사를 타진했고 그간 피코크의 맛집 컬래버레이션 사례와 세부 의견 조율 기간을 거쳐 제품 출시에 합의했다. 이마트는 이후 잭슨피자의 맛을 살릴 수 있는 생산 공장을 찾고 샘플 제작, 레시피 확정, 사내 테스트, 패키지 디자인까지 약 8개월의 공을 들였다.

이마트가 지난해 1월 선보인 ‘피코크 잭슨피자 3종’은 출시 1년 반 만에 20만 개 이상 팔려 나가며 냉동 피자업계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지난해 9월 출시한 ‘피코크 에어프라이어 에어 잭슨피자 3종’ 역시 에어프라이어용 냉동식품 트렌드와 맞물려 미니 냉동 피자 시장을 주도했다.

이마트는 지난 7월 14일 ‘피코크 잭슨피자 3탄’, ‘피코크 잭슨피자 시카고 페퍼로니’를 출시하기도 했다.

신경수 이마트 피코크 개발팀 바이어는 “에어프라이어의 대중화로 맛집의 레시피를 집에서 쉽게 즐길 수 있게 됐다”며 “피코크는 냉동 피자의 프리미엄화도 지속적으로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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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5호(2020.09.19 ~ 2020.09.2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