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신규 브랜드의 성공 법칙]
-홈술 즐기는 ‘30대 주부’ 족집게 타기팅
[신규 브랜드 성공 법칙]대상 안주야, ‘포장마차 안주를 집에서’ 숨은 니즈 포착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대상이 올 들어 사상 최고 매출을 올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가 전혀 미치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가정 간편식(HMR)을 앞세워 위기를 기회로 삼고 있다.

대상은 올 상반기에만 1조5377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지난해 상반기 매출 1조4548억원 대비 5.7% 늘어나는 성과를 올렸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연매출 3조원 달성도 가능해 보인다.

대상은 2015년 2조6350억원의 매출(연결 기준)을 올린 이후 2016년 2조8550억원, 2017년 2조9688억원, 2018년 2조9568억원, 2019년 2조9640억원으로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 오고 있지만 3조원 문턱에 한 걸음 모자라 아쉬움을 남겼었다.

◆ 소비자 말 한마디가 탄생시킨 ‘안주야’
[신규 브랜드 성공 법칙]대상 안주야, ‘포장마차 안주를 집에서’ 숨은 니즈 포착
대상은 HMR 사업에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기업 중 한 곳이다. 청정원의 조미 기술과 혼술·홈술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한 제품 콘셉트로 냉동 안주 HMR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특히 출시 2년 만에 1500만 개 이상 팔려 나간 ‘안주야(夜)’ 브랜드의 소비자 반응이 뜨겁다.

대상이 처음 안주 HMR 상품을 출시했을 때만 해도 배달 시장이 발달돼 있는 한국에선 판매 실적이 미미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관측이 많았다.

대상은 이를 고품질과 간편함으로 극복했다. 시장 조사 기관 닐슨데이터에 따르면 2016년 196억원에 불과했던 냉동 안주 HMR 시장은 2019년 84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안주야의 매출액도 2016년 48억원 수준에서 2019년 402억원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대상이 안주야 브랜드를 출시한 배경은 의외로 단순하다. “포장마차 안주도 간편식이 있으면 좋겠어”라는 소비자의 말 한마디였다.

마침 신선식품 매장에서 최근 트렌드를 반영한 신제품을 고민하던 대상 마케팅실 직원들은 이 말을 듣고 본격적으로 ‘안주 간편식’의 성공 가능성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당시 한국의 HMR 시장은 2015년 1조원대에서 2016년 2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급성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안주를 기본으로 한 간편식은 찾기가 쉽지 않았다.

편의점 등에 일부 안주 간편 제품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이름이 없는 제품들이었고 소비자들은 왠지 구입하기를 꺼렸다. 시장 조사를 통해 이를 인지한 마케팅실 직원들은 곧바로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이후부터 발로 뛰었다. 서울 여의도·강남·종로·영등포 등 주요 포장마차 거리를 비롯해 대구 막창골목, 해운대 포장마차촌, 여수 낭만포차거리 등 지역별로 이름난 전국의 포장마차들을 찾아다니며 안주를 맛보고 분석했다.

술안주로 인기가 높지만 집에서 쉽게 접하기 어렵고 시중에 출시된 HMR들과 확실하게 구별되는 아이템을 찾기 위해서다. 오랜 조사 끝에 막창과 닭발·껍질이라는 아이템을 발굴했다.

하지만 신제품 개발 과정에서 원료 수급이라는 난관에 부딪쳤다. 막창·닭발·껍질 등 육가공 부산물은 유통 경로가 불투명하고 위생이 담보되지 않은 데다 양도 많지 않았다.

제품을 개발하더라도 위생이 나쁘고 수급이 불안정하면 소용이 없다. 특히 부산물은 신선하지 않으면 역한 냄새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원료를 확보하고 가공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대상은 거래처가 물색되면 직접 방문해 부산물의 상태와 처리 과정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냄새를 맡으며 신선도를 체크했다.

이렇게 1년여 동안 신제품 개발에 매진한 대상은 2016년 ‘직화무뼈닭발’, ‘직화불막창’, ‘매운껍데기’ 등 안주야 3종의 제품화에 성공했다.

대상 관계자는 “안주야의 성공은 HMR 시장이 놓치고 있던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캐치한 결과”라며 “안주라는 틈새시장을 공략한 것이 좋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메뉴·용량·타깃’ 3가지 성공 요인
[신규 브랜드 성공 법칙]대상 안주야, ‘포장마차 안주를 집에서’ 숨은 니즈 포착
안주야의 성공은 크게 3가지로 분석된다. 첫째, 차별화된 메뉴다. 국·탕·찌개 등 주식 위주의 HMR 시장에서 혼술·홈술 트렌드에 발맞춰 기존에 없던 다양한 안주 HMR을 선보인 것이 주효했다.

안주야는 브랜드 론칭 당시 3개 제품에 불과했지만 이후에도 꾸준히 신제품을 출시하며 현재 약 20종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소비자의 취향을 적극 반영한 제품을 출시한 점도 눈에 띈다. 대표적인 것이 ‘오븐에 초벌한 소막창’과 ‘오븐에 초벌한 돈막창’과 같은 맵지 않은 제품 출시다.

최근에는 캠핑족들을 위해 보관과 이동 편의성을 높인 실온 보관이 가능한 상온 안주야 제품도 선보였다.

둘째, 부담 없는 용량이다. 안주야의 제품들은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안주 메뉴들이다. 전화 한 통화면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배달 음식은 혼자 먹기엔 양이 많아 버려야 하는 단점이 있다. 이를 고려해 대상은 1~2인분 용량으로 줄여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셋째, 정확한 타기팅 설정이다. 대상은 안주야를 론칭하면서 초기 타깃으로 30~40대 기혼 남녀를 겨냥했다. 다른 연령층보다 집에서 술을 마실 기회가 많을 것으로 판단해 메뉴 구성을 30~40대가 좋아하는 제품으로 구성했다.

이러한 타기팅 설정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현재 주요 고객층을 보면 영유아를 둔 가정주부다. 초기 타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로 대상이 마케팅 여론 조사 전문 기관인 한국리서치와 함께 전국에 거주하는 20대 이상 50대 이하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냉동 안주류 HMR 제품의 최근 1년 내 구매 경험을 조사한 결과 영유아 자녀를 둔 30대 주부의 구매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대상이 올해 기대 이상의 실적을 올리고 있는 데는 HMR 매출 증가와 글로벌 시장 실적 상승, B2C 사업 확장 등 전 사업 부문이 고르게 성장한 덕분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과가 돋보인다.

대상은 올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18.7% 늘어난 5387억원어치를 판매했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한 동남아 시장에서 약진 덕분이다.

미주 지역의 실적 성장도 눈에 띈다. 대상은 올 상반기 미국을 중심으로 한 미주 시장에서 63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5.9% 신장한 실적이다.

대상의 김치 브랜드인 ‘종가집’이 뉴욕과 로스앤젤레스를 중심으로 판매처를 확대한 효과가 컸다. 대상은 미주 지역에서 김치가 많이 팔리는 만큼 미국에 김치 공장을 지어 현지에서 생산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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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5호(2020.09.19 ~ 2020.09.2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