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세 감면’ 관철시킨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

-“서울시 행정만 10년째…기회 오면 서울시장 잘할 수 있지만, 꼭 나여야 한다고 생각은 안 해”


-“1가구 1주택 재산세 인하, 올해 안에 환급되게 할 것
-부동산 대책 효과 본다고? 시장 원리 거스른 헛발질 연속
-공급 확대 외면, 좁은 빈 땅에 우악스레 집 짓겠다는 것 말 안돼

-‘청년내집주택’, 저렴한 분양가로 청년들에 내집 마련 기회 줘
-재건축·재개발 규제 말고 신뉴타운 만들어 주택 공급 늘려야
-용산정비창 지구, 온전하게 국제 금융 허브로 기능하게 해야”
조은희 “징벌적 세금 시름 덜어주는 ‘퍼스트 펭귄’ 되겠다”


[홍영식 대기자]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국민의힘 소속)의 눈은 구정(區政)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부동산 문제는 물론 청년 대책, 도시 경쟁력 확보 등 서울 시정 전체를 관통하고 있었다.

재산세 인하 문제도 그 중 하나다. 서울의 여당 소속 구청장 전원(24명)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초구 차원에서 재산세 인하를 추진해 관철시켰다. 서초구 의회는 지난 25일 9억원 이하 1가구 1주택에 대해 재산세 25%를 감면하는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재산세 50% 감면을 추진해 온 조 구청장은 “액수가 너무 작아서 죄송하다”고 했다. 재산세 50% 징수권을 가진 서울시가 동참하지 않아 구청장으로서 할 수 있는 최대치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조 구청장의 재산세 감면 관철은 중앙정부의 증세 일변도 정책에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지적이다. 그는 “징벌적 세금으로 고통받는 시민들을 생각하며 꿋꿋이 내 갈 길을 가겠다”고 했다.

조 구청장이 추진하는 굵직한 정책 중 청년 관련 이슈들이 적지 않다는 점도 눈에 띈다. 청년 내집주택, 청년 기본소득 실험 등이 대표적이다. 그는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주택 구입도 포기해 ‘N포 세대’로 불리는 청년들에게 어떻게 하면 숨통을 틔워주고 용기와 희망을 줘 이 사회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재산세 감면안이 구 의회를 통과했습니다. 소감이 남다르겠습니다.
“지난 8월 31일 서울시구청장협의회에 재산세 인하안을 올렸다가 24 대 1로 부결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서울의 유일한 야당 구청장으로서 1 대 24로 고군분투해야 하는 현실을 절감했습니다. 재산세 인하안이 구 의회를 통과했지만 액수가 너무 작아 주민들에게 죄송합니다. 구청장이 현행법에서 할 수 있는 최대치였죠. 서울시에서 동참했으면 50% 감해드릴 수 있었는데 아쉬움이 큽니다. 지금이라도 서울시가 감액에 나서주면 좋겠습니다.”

재산세 감면은 언제부터 집행됩니까.
“올해 안에 환급되도록 준비하겠습니다. 다만 중앙 정부에서도 10월 중 중저가 주택 재산세 인하 방안을 발표한다고 한 만큼 그 내용과 집행 시기를 봐가면서 시행할 예정입니다. 정부는 한다, 한다 늑대소년처럼 그러지 말고 하루 빨리 어느 수준에서 언제 환급할지 결정해 세금 폭탄에 시달리는 국민들의 시름을 덜어줘야 합니다. 1가구 1주택 실소유자에게 실현이익도 아닌데 매년 세금 부담을 급격하게 늘리는 것은 것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국민의 세금 폭탄 시름을 덜어주는 ‘퍼스트 펭귄’ 역할을 하겠습니다. 펭귄은 물이 뛰어드는 것을 두려워하지만 누군가 용기를 내면 다 따라들어 갑니다. 징벌적 세금으로 고통받는 시민들을 생각하며 꿋꿋이 내 갈 길을 가겠습니다.”

▶서울 집값이 많이 올라 9억원 이하면 서민 주택도 포함되는데 여당 구청장들이 반대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감정원 시세 현황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6억원 이하 아파트 비율은 2017년 5월 67.3%였지만 올해 6월엔 29.4%로 급감했습니다. 아파트 시세가 오르면서 재산세도 많이 올랐죠. 서초구만 해도 재산세가 지난 3년 동안 72% 늘었습니다. 이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했는데 다른 구청장들이 반대한 것은 정치적 이유 때문이죠. 민생 문제를 정치화한 것입니다.”

▶서초구에서 청년 기본소득 실험을 추진한다고 들었습니다.
“최근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는 굉장히 무성한데 그 효과에 대해선 검증해 본 적이 없습니다. 기본소득은 막대한 예산과 행정력이 들어가기 때문에 탁상공론이 아니라 신중하고 정교하게 추진해야 합니다. 그래서 그 효과나 방법 등을 먼저 검증해 보기 위해 실험하자는 겁니다. 이를 통해 기본소득에 대한 체계적·객관적인 지표를 확보하자는 것이 첫째 이유입니다. 둘째는 청년들을 지원하는 겁니다. 기본소득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기 어려운 만큼 우선 청년을 대상으로 실험해 보고 실효성을 분석해 보자는 거죠. 청년들은 우리 사회에서 삶의 질이 가장 불안정한 계층입니다.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주택 구입도 포기한 ‘N포세대’라고 하지 않습니까. 잠재적 구직자까지 합하면 청년 실업률이 26.8%예요. 역대 최고치죠. 청년들이 행복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시급한 과제입니다.”

▶서울시, 경기도와 같이 바로 시행하지 않고 실험하는 이유는 무엇이죠.
“엄청난 재원이 필요한 복지 제도가 하루아침에 완성될 수 없죠. 지속 가능성과 실현 가능한 방안을 모색하고 증거에 기반한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초구 서리풀 원두막도 시범 사업을 거쳐 전국 처음으로 시행된 바 있습니다. 초기엔 서울시가 반대했지만 시범 사업을 통해 효과가 입증되면서 전국 표준 모델로 자리 잡았습니다. 경기도 등은 사전 설계가 안 돼 있어 검증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청년 내집주택’ 공급을 제안했는데 정부의 임대 정책과 무엇이 다릅니까.
“국토교통부는 임대 주택을 상정하고 청년 주택 사업을 펴고 있죠. 서울시는 역세권 청년 임대 주택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용적률 상향, 건축비 지원에 소득세·법인세 감면 혜택까지 줘 결국 건축주의 배만 부르게 합니다. 의무 임대 기간 8년이 지나면 청년들에게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지지만 이미 많이 올라버린 시세를 감당하기 어려워요. 저렴한 임대 주택을 찾아 외곽으로 떠나면서 ‘주거 유랑자’로 남을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청년 내집주택’은 청년·신혼부부에게 시세의 70~80%로 저렴하게 분양하고 분양가의 20~30%를 내면 소유권을 이전해 줘 집 주인으로 만들어 준 뒤 나머지 35년간 임대료와 비슷한 저리의 주택 모기지로 원리금을 갚게 하는 정책입니다. 해제된 뉴타운 393곳을 권역별로 나눠 신뉴타운을 만들어 거기에 청년 내집주택을 많이 넣자는 겁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도시재생 사업에 대해 비판해 왔는데 난개발을 막겠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는 것 아닙니까.
“박 전 서울시장은 이전 시장들이 해 오던 정책들을 부정하고 주택 25만 가구를 공급할 수 있는 뉴타운 393개를 해제하고 도시재생 사업을 했죠. 1호 도시재생 사업지구로 선정된 창신·숭인 지구에 국비와 시비 1000억원을 투입했지만 119 소방차도 들어가지 못하고 집에 물이 새 주민들 반발이 많습니다. 박 전 시장 재임 10년간 도시재생 사업을 하면서 서울 경쟁력이 굉장히 많이 약화됐습니다. 도시의 옛 멋을 살리고 난개발을 막겠다는 의도는 공감합니다. 하지만 도시 원형을 지켜야 하니 규제가 필요하고 그러면 도시 개발과 주택 공급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죠.”

▶정부가 그간 부동산 대책을 23번 발표했는데도 집값을 잡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땜질식 정책으로 헛발질, 실패의 연속입니다. 공급보다 규제 일변도, 잘못된 임대 주택 공급, 징벌적 세금 폭탄 때문이죠. 집값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데 그간 정부는 시장 원리를 거슬렀습니다. 재건축과 재개발을 규제하고 자기 집을 원하는 국민의 정서를 무시한 채 임대 주택 공급에 치중하고 부동산 관련 세금을 대폭 올렸습니다. 집주인과 세입자, 1주택자와 다주택자, 부자 대 서민이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으로 국민들을 갈라치기 해 정책 실패를 덮곤 했습니다. 부동산 정책이 아니라 부동산 정치를 하고 있다는 의심을 사고 있죠. 우리 국민들의 집에 대한 인식은 단순한 자산 이상입니다. 네덜란드 등 유럽에서 집이 공공재 개념을 갖는 것과 달리 한국에서는 노력과 땀의 상징이자 노후 생활의 보장책입니다. 수요와 공급 자체를 변동시킬 수 있는 근본적인 부동산 대책이 필요한 때입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대책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합니다.
“희망 사항에 불과합니다. 서울의 경우 주택 공급을 해줘야 하는데 재건축·재개발 규제만 하고 뉴타운을 못하게 하니 값이 올라갈 수밖에 없죠.”

▶지난 ‘8·4 대책’에서 공급 확대 방안을 내놓지 않았습니까.
“국토교통부는 신도시 택지 개발 전문가들입니다. 국토부의 잘못은 서울에 빈 땅만 있으면 신도시 택지 개발하듯 한다는 겁니다. 서울은 주택 공급 확대 방향이 달라야 하는데도 뉴타운과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통한 공급 확대는 외면하고 용산 정비창, 태릉 골프장, 서울의료원, 서부면허시험장, 서울지방조달청, 국립외교원 유휴 부지에 집을 우악스럽게 넣겠다는 겁니다. 가령 국립외교원은 외교타운, 외교 캠퍼스예요. 국립외교원 운동장에 30층짜리 아파트 두세 개 동을 지어 6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합니다. 준 보안 시설인 국립외교원 운동장이 유휴 부지라는 게 합당한 얘기입니까. 서울 중심부에 있는 용산정비창 지구는 서울 경쟁력 확보를 위한 첨단 국제업무지구로 개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홍콩 엑소더스’로 아시아 주요 도시들이 글로벌 금융 허브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합니다. 글로벌 금융 허브 기능을 하기에 용산 만한 곳이 없어요. 거기에 아파트 1만 가구를 넣고 나머지 반을 국제비즈니스센터를 지으면 제 기능을 하겠습니까. 부동산 대책이 실패한 것은 이렇게 현실을 모르는 정책을 반복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당 자치단체장들마저 삭발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고밀도 재건축의 경우 용적률을 높여주되 기대 수익 90% 이상을 환수하는 방안에 대해선 어떻게 봅니까.
“시장을 무시한 실패한 정책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부는 서울시 의견조차 무시하고 공공 주도로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공공 주도로는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해결하지 못합니다. 서초구 60개 재건축 조합에 물어보니 아무도 찬성하지 않아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기업들의 일감을 찾아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프로젝트는 어떻게 돼 갑니까.
“2014년 구청장 취임 이후 꾸준히 사업 필요성을 주장해 왔는데 서울시가 나서지 않고 있어요. 박 전 시장이 정치적으로 판단한 겁니다.”

▶막대한 자금을 감당할 수 있습니까.
“돈이 안 들어요. 한남나들목에서 양재나들목까지 약 6.8km 구간을 2층 복층 터널로 지하화하고 지상의 고속도로 양쪽 완충 녹지 29만7521㎡(9만 평) 가운데 23만1405㎡(7만 평)를 활용하면 약 1만 가구의 청년 내집주택을 지을 수 있죠. 또 반포·서초·양재나들목에 11만9008㎡(3만6000평) 도로 부지를 상업 지역으로 변경한 뒤 민간에 매각한 부지를 용적률 1000%의 상업 용도로 개발하고 이 가운데 주거 비율을 50%로 할 경우 민간 분양 주택 5000가구를 공급할 수 있습니다. 지하화 사업비로 약 3조5000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민간 매각 등을 통해 6조원 정도의 재원 조달이 가능합니다. 남는 재원으로 현재 지지부진한 경부선 철도 지하화 사업과 연계해 추진하면 서울 강남북이 상생하며 나란히 발전할 수 있다고 봅니다.”

▶서울시장 포부로 들립니다.
“듣지 않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서울 주택 문제, 강남북 상생 발전 구상 등을 보면 서울시장 공약 같습니다.
“노코멘트.”
조은희 “징벌적 세금 시름 덜어주는 ‘퍼스트 펭귄’ 되겠다”
조은희 서초구청장 약력 : 1961년 경북 청송 출생. 경북여고·이화여대 영문학과·서울대 대학원 국문학과 졸업. 행정학박사(단국대). 경향신문 기자. 청와대 행사기획·문화관광비서관. 양성평등실현연합 공동대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관·정무부시장. 한국정책분석평가학회 부회장

▶말이 나온 김에 내년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 출마합니까.
“내년 선거는 우리 당 차원뿐만 아니라 서울의 미래를 위해서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대선 1년 전에 치러지는 선거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문재인 정권 실정에 대해,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해, 징벌적 과세에 대해 국민들은 굉장히 고통스러워합니다. 그래서 정권 교체를 이뤄야죠. 이번에는 반드시 우리 당 후보가 서울시장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출마하겠다는 뜻으로 봐도 됩니까.
“서울시 행정만 10년째 하고 있죠. 서울시 최초로 여성부시장을 지냈고 서초구청장을 7년째 맡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숱한 단련을 받았고 문제의 핵심을 짚는 직관력도 키웠습니다. 그래서 연습 없이 곧바로 야무지게 서울시장을 챙길 수 있겠다 싶어 거론해 주는 것 같습니다. 물론 기회가 오면 이런 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잘할 자신이 있습니다. 다만 꼭 나여야 한다고 생각은 안 합니다. 이번에는 시정을 빠르게 장악할 경험과 역량을 갖춘 분이 국민의힘 후보가 돼 서울시를 바꿔 나가야 하며 그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서울은 ‘엄마 시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는데 어떤 의미입니까.
“대선 주자가 서울시장이 돼선 안 된다는 뜻입니다. 그동안 서울시장을 거쳐 간 분들은 대선에 대한 꿈을 꾸는 분이 많았잖아요. 전임 시장(박원순 시장)도 그랬죠. 서울시장은 1000만 서울 시민만 생각해야 합니다. 서울의 주택 교통 문화 양극화 남북 균형 개발 문제 등을 생각해야 하는데 (시장) 다음 스텝, 다음에 갈 자리를 생각하니 다른 데 눈치를 봅니다.”

▶눈치를 본다는 것은 어떤 뜻이죠.
“박 전 시장이 용산과 여의도를 연계해 국제 비즈니스로 개발한다고 했다가 정부에서 반대하니 바로 뒤집었습니다. 서울의 미래 경쟁력이 달렸다면서 국제 비즈니스를 추진하겠다고 할 땐 언제고 정부에서 부동산 값이 올라가 안 된다고 하니 꼬리를 내렸죠. 1000만 명 시민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시장의 모습은 아니죠.”

.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7호(2020.09.26 ~ 2020.10.0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