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관리 ABC]
다국적 기업은 왜 ‘정치적 리스크’에 관심이 많을까 [장동한의 리스크관리 ABC]

[장동한 건국대 국제무역학과 교수·한국보험학회 회장]
하루에도 많은 책들이 출판되고 있고 숱하게 많은 읽을거리들이 신문과 잡지와 인터넷에 뜬다. 정보가 넘쳐흘러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이렇게 많은 책들과 기사들 중에 여러분은 어떤 책에 끌리고 어떤 기사를 읽고 싶은가.
아무래도 독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선 타이틀이 중요할 것이다. 아무리 내용이 훌륭해도 일단 타이틀이 너무 밋밋하거나 너무 딱딱하면 관심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물론 타이틀은 그럴싸한데 내용이 빈약해 오히려 해가 되는 경우도 없지는 않지만 말이다.
2006년 발간된 이안 브레머 유라시아 그룹 회장의 ‘J 커브’란 책이 있다.우선 표지를 가득 채운 영어 대문자 J가 필자의 눈을 확 끈다. 관심을 가지고 다시 자세히 들여다보자. J 커브는 일반적으로 실질 환율이 오르더라도 초기엔 무역 수지가 오히려 악화되지만 시간이 지난 후 개선되는 현상을 말한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가지고 어떻게 책 한 권을 썼을까.
다국적 기업은 왜 ‘정치적 리스크’에 관심이 많을까 [장동한의 리스크관리 ABC]
글로벌 리스크는 얽히고설켜 있어표지 안쪽의 저자 이력을 보면 경제학 박사나 경영학 박사가 아니고 정치학 박사다. 신선하다. 이 책의 목차를 들여다보면 다국적 기업의 정치적 리스크 관리, 개발도상국 분석, 북한, 중국 등이 나온다.
저자는 영국 출신 정치학 박사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다국적 기업의 정치적 리스크 관리를 컨설팅 하는 유라시아그룹 회장이다. 다국적 기업의 관심사는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다국적 기업의 비즈니스는 내수 비즈니스와 비교할 때 신경 써야 할 리스크가 훨씬 더 다양하고 복잡하다. 사업 리스크, 운영 리스크 등 일반적인 비즈니스 리스크에 더해 글로벌 공급망, 글로벌 마케팅, 문화적 차이, 법과 제도의 차이, 커뮤니케이션 문제 등과 함께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큰 문제다. 특정 지역의 전쟁이나 정변, 졸지에 행해지는 재산 몰수나 징벌적 과세, 소득 이전 금지 조치 등은 다국적 기업에 치명적이다.
이렇게 정치적 리스크가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다국적 기업이 개발도상국 비즈니스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뭘까. 다름 아니라 높은 수익 창출 가능성 때문이다.
그야말로 고위험 고수익 비즈니스인 것이다. 선진국 시장은 시장이 충분히 발달하고 경쟁이 치열해 추가 수익 창출이 어렵다. 인프라가 열악하고 여러모로 위험하지만 그만큼 큰돈을 벌 수 있는 개발도상국 시장이 훨씬 매력적일 수 있는 것이다. 관건은 개발도상국 투자에 따른 정치적 리스크 관리가 된다.
한 국가가 대외적으로 점점 더 많이 개방되는 것과 정권의 안정성 사이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예를 들어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사회지만 오늘 현재 김정은 정권은 나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대외 개방이 가속화되고 북한 주민들이 세계정세를 보다 잘 이해하게 돼 자유화 요구가 커진다면 단기적으로는 정권 안정성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고 정치적 리스크가 커질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개방화와 사회 자유화가 진전되면서정권의 안정성도 같이 향상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패턴을 그려보면 대문자 J가 나타나고 여기에 착안해 브레머 회장은 책 제목으로 ‘J 커브’란 타이틀을 뽑은것이다.
매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은 ‘글로벌 리스크 리포트’라는 연차 보고서를 발간한다. 환경·경제·사회·정치외교·과학기술 리스크들이 글로벌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이와 같이 오늘날의 글로벌 리스크는 긴밀하게 서로 얽히고설켜 있어 전체적으로 문제를 보고 통합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노력이 필수다. 다국적 기업의 정치적 리스크 관리는 수익 제고를 목표로 하는 비즈니스 관점에서 지극히 당연한 노력인 것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7호(2020.09.26 ~ 2020.10.0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