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인터뷰 - 지자체장 24시]

- ‘위기를 기회’로 관광산업 재정비 나서
- “경제활동인구 86%가 지역화폐 이용, 경제 활성화 ‘효자’”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따른 세대 간 불균형은 농촌과 어촌을 품은 대부분의 지역 사회가 안고 있는 숙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중소 지방자치단체들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올린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인구 감소로 행정기구와 인력·재정 감축 등의 문제가 발생하며 도시와의 삶의 질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충남 부여군의 사정도 비슷하다. 군 인구의 감소는 해를 거듭할수록 늘고 있고 대도시와의 삶의 질 격차도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하지만 부여군에는 기대를 높이는 몇 가지 정책이 있다. 서울시와 경기도까지 벤치마킹한 전국 최초의 지역화폐 ‘굿뜨래 페이’를 비롯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생활 SOC(생활 편익 증진 시설) 복합화 사업 등이 대표적 사례다.

박정현 부여군수를 만나 추진 중인 주요 정책들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정현 부여군수, “역사도시·청정농업 ‘굿뜨래’…부여만의 가치 극대화할 겁니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온 나라가 비상 상황입니다. 부여군의 상황은 어떤가요.
“3월부터 4월에 걸쳐 13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습니다. 당시 사회적 거리 두기, 개인 방역 수칙 준수 등 전력을 다한 방역으로 다행스럽게도 확산세가 멈췄습니다. 지금도 생활 방역 수칙 이행에 대한 주기적이고 철저한 점검과 집합 금지 제한 명령 이행 상황을 수시로 점검해 지역 사회 감염을 막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조치들로 인해 지역 경제가 침체되고 특히 올해 기록적인 장마와 태풍으로 농작물의 피해도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 코로나19로 인해 부여의 자랑인 관광 산업에 영향이 클 것 같습니다.
“올해 우리 군에서 계획된 축제가 부소산봄나들이축제·부여서동연꽃축제·백제문화제 등 크게 3개였는데 모두 취소되거나 축소됐습니다. 여기에 봄과 가을철 수학여행도 모두 취소돼 관광 산업이 크게 위축됐죠. 하지만 이번 기회에 가족 단위 또는 개인 여행으로의 트렌드 변화에 맞는 관광 기반 시설을 지속적으로 확충하는 계기로 삼을 예정입니다.”

▶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우선 백마강 강변에 관광 거점 시설과 전망탑을 설치하고 궁남지·백제문화관광단지를 새로운 관광 교통수단인 수륙 양용 버스로 연결하는 차별화된 체험형 관광 개발 ‘백제역사너울옛길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총사업비 141억3000만원을 투입한 대규모 프로젝트 사업으로, 2021년 마무리될 예정입니다. 서부 내륙권 광역 관광 개발 사업으로는 ‘반산저수지 수변 공원 조성’도 추진 중입니다. 전국 제일의 카누 연습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반산저수지에 한국 최초 수상 부유체를 활용해 수상 카페·테마섬·광장·부교·수상 레저 체험 시설 등 수상 레저 관광 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현재 실시 설계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밖에 ‘수리바위 관광 자원화’, ‘백제 고도 야경 르네상스 프로젝트’, ‘123사비 청년 공예인 창작 클러스터 조성’, ‘신동엽 시인의 길 조성’, ‘서동요 역사 관광지 활성화’, ‘금강누정 선유길 조성’ 등의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 코로나19와 태풍으로 인해 관광 산업 외의 다른 산업도 어려움이 클 것 같습니다. 지역 경제가 걱정됩니다.
“부여군의 주요 산업은 농업입니다. 부여군 공동 브랜드 굿뜨래를 기반으로 3200ha에 달하는 전국 최대의 시설 원예 단지가 조성돼 있습니다. 농업의 특성상 자연재해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특히 올해같이 장마가 길어지거나 태풍으로 피해를 보게 되면 지역 경제도 고스란히 어려움을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농민의 기본 생존권 보장입니다. 이를 위해 충청·중부권 최초로 농민 수당을 도입했고 올해는 충남도 차원에서 농민 수당을 지급했습니다. 지급액이 농가당 80만원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기본소득 개념을 도입해 국가적인 정책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 전국 최초의 공동체 순환형 지역 전자 화폐 ‘굿뜨래 페이’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우리 군의 노인 인구 비율은 32.4%로 전국 평균 노인인구 비율 15.1%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소비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지역 경제의 활력을 해치고 주민 간의 소득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어요. 소득 격차는 지역 사회 공동체의 붕괴를 불러오게 됩니다. 이에 부여군에서는 공동체의 신뢰와 연대성을 회복하기 위해 사회 신뢰 자본을 형성하고 확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고 우리 지역에 선순환 경제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굿뜨래 페이를 도입하게 됐습니다.”
박정현 부여군수, “역사도시·청정농업 ‘굿뜨래’…부여만의 가치 극대화할 겁니다”
▶ 굿뜨래 페이가 어느 정도로 활성화되고 있는지, 또 이뤄낸 성과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지난해 12월 출시 이후 6개월 만에 발행액이 521억원을 넘어섰습니다. 우리 군 경제활동인구의 86%(3만5073명)가 이용하고 있고 이용액은 442억원에 달합니다. 대전이나 천안 등 타 지자체와 비교해 봐도 1인당 발행액과 이용액이 압도적이죠. 굿뜨래 페이는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에 처한 지역 경제 활성화에 톡톡히 효자 노릇을 했습니다.”

▶ 정부가 추진한 생활 SOC 복합화 공모 사업으로 부여 문화·예술 교육 종합 타운 조성 사업이 선정됐습니다.
“부여군은 세계 유산 도시 백제 고도 부여로서의 가치와 정체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도시의 위상에 걸맞은 문화 기반 시설이 많이 부족한 형편입니다. 우리 군에서는 이번 사업을 위해 지난해부터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부지를 매입해 왔습니다. 마침 정부에서 생활 SOC 복합화 공모를 추진해 지난 4월 공모 사업을 신청하게 됐고 선정되면서 지원 받을 수 있게 됐죠. 우선 1단계 사업으로 264억원(국비 76억원)의 예산을 투입, 도서관·메이커스페이스·유튜브 스튜디오·북카페 등 스마트 문화 공간으로 조성할 겁니다.”

▶ 지방의 인구 감소 문제는 부여 역시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부여군의 인구수는 2020년 7월 말 기준 6만5844명으로 작년 말 기준 6만6740명에 비해 896명이 감소했습니다. 최근 10년간(2010~2019년) 부여군의 인구수는 매년 평균 959명씩 감소해 왔고 출생은 최근 10년간 평균 324명인데 반해 사망은 866명으로 사망이 출생에 비해 약 2.6배가 많습니다. 부여군은 전형적인 농업 중심의 1차 산업 지역이고 문화재 보호 구역이 많아 개발이 제한되는 지역적 특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특별한 2, 3차 산업 기반이 없고 교육·문화·주거 등 정주 여건이 미흡해 인구 유출 억제에 취약한 것이 현실입니다. 앞으로 청년센터를 중심으로 주거·교육·일자리 등을 지원해 청장년 삶의 질 개선을 통한 인구 유출 방지에 노력할 계획입니다. 특히 일반 산업단지 조성, 바이오 브리지 소재 구축 사업, 공공 기관 유치, 스마트 첨단 농업 육성, 문화 관광과 연계한 기업 육성 등에 힘써 좋은 일자리를 제공해 장기적으로 인구의 안정화를 이뤄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꼭 추진하고 싶은 사업은 뭔가요.
“부여군은 백제 역사 도시와 굿뜨래로 대표되는 청정 농업이라는 두 개의 유·무형의 가치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지속 가능 발전을 위한 청정 부여, 일반 산업 육성을 통한 지역 성장 동력 확보, 대형 국책 사업 유치 등 크게 5가지의 핵심 성장 동력을 안착시키겠습니다. 우리 군만이 갖고 있는 가치를 최대한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한 과제입니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7호(2020.09.26 ~ 2020.10.0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