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이야기]


- 교통사고 90%가 사람 탓, AI가 크게 줄일 것…차량 간 정보 교환으로 유령 체증도 최소화


[Hello AI]자율주행차가 교통 체증을 없애줄까?… 이유 없이 막히는 ‘유령 체증’ 난제


[한경비즈니스 칼럼=양인철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 출처 ‘카카오 AI 리포트’]사람들이 통행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많은 사람들이 도로를 이용하기 때문에 도로는 막힐 수밖에 없다. 도로가 막히면 ‘도로를 더 건설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브라에스 역설(Braess’ paradox)에 따르면 도로의 건설로 인해 오히려 도로망 전체의 혼잡이 가중되기도 한다. 또한 통행은 유도된 수요, 즉 도로가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수요이기 때문에 도로가 많아지면 그만큼 사람들의 통행도 증가하게 돼 교통 혼잡이 줄어들지 않는다. 그러면 우리는 항상 막힐 줄 뻔히 알면서 그냥 도로 위에서 시간과 돈을 허비해야 할까.


많은 사람들이 로봇 개발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는 데 동의한다. 전제로부터 결론을 논리적으로 도출하는 연역적 추론의 시대는 저물고 개별 사실들로부터 일반 원리를 도출하는 귀납적 추론의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인공지능(AI)이 있다. AI는 전혀 새롭지 않은 키워드다. 그 개념이 제안된 지 이미 반백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서야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이유는 역전파, 제프리 힌튼, 알파고, GPU(Graphic Processing Unit), 빅데이터, 센서와 같은 키워드 덕분이다.


자율주행차는 소위 핫한 분야다. 자율주행차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지만 한국 자동차관리법에 따르면 ‘운전자 또는 승객의 조작 없이 자동차 스스로 운행이 가능한 자동차’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정의와 같이 자율주행차는 스스로 주변 주행 환경을 인지하고 판단하고 제어함으로써 주어진 임무, 즉 목적지까지의 주행을 완료하는 자동차다. 미국 자동차공학회(SAE)에 따르면 자율주행차는 완성도에 따라 6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Hello AI]자율주행차가 교통 체증을 없애줄까?… 이유 없이 막히는 ‘유령 체증’ 난제
자율주행차의 인기 요인
운전의 인지 영역은 본디 사람의 눈과 귀의 것이었으나 자율주행차는 이를 다양한 센서로 대체한다. 레이더·라이다·카메라·초음파 등이 주로 활용되는 센서다.


레이더는 가장 먼 거리의 물체를 인식할 수 있는 센서로, 앞차와의 간격 유지 기능인 적응식 정속 주행 시스템(ACC : Adaptive Cruise Control)을 갖춘 차량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 라이다는 레이저를 이용해 차량 주변의 물체를 수백만 개의 점으로 표현해 주는 장치로, 현실적인 3차원 표현을 가능하게 하고 자연광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밤낮에 무관하게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가격이 비싸고 해상도는 카메라보다 낮으며 탐색 범위는 레이더보다 제한적이라는 것이 단점이다. 카메라는 피사체의 깊이를 인지할 수 있는 3D 카메라가 주로 이용되는데 다른 센서에 비해 해상도가 높기 때문에 물체에 대한 인식이 정확하다.


자율주행차는 왜 이렇게 큰 관심을 받는 것일까. 그 원인은 주체(생산자와 소비자)에 따라 다를 것이다. 우선 생산자인 산업계는 자율주행차를 차세대 먹거리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 기술을 선점하려고 총력을 기울이는 추세다. 앞서 기술한 것과 같이 자율주행차는 센서를 이용해 주행 환경을 센싱하고 이렇게 수집된 정보는 중앙처리장치(CPU)가 가공·분석해 상황을 판단한 후 조향·가감속·브레이크 등의 제어를 수행하기 때문에 자동차뿐만 아니라 전자·전산·항공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필요하다. 이렇듯 여러 분야의 기술이 융합돼 하나의 제품이 만들어지다 보니 경제적 파급 효과가 매우 크다.


한편 이 분야에 집중하는 산업계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전통적인 자동차 업계, 다른 하나는 정보기술(IT) 업계다. 두 산업계가 자율주행차를 바라보는 관점은 뚜렷하게 구분된다. 우선 자동차업계는 자율주행차를 자동차와 컴퓨터의 결합으로 본다. 즉, 기존 자동차 하드웨어에 첨단 소프트웨어 기술을 적용한 결과물이 자율주행차이기 때문에 기존의 일반 차량에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 : 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 기능을 단계적으로 개선하고 적용해 종국에 자율주행차를 완성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반면 IT업계는 컴퓨터와 자동차의 결합의 산물이 자율주행차이고 컴퓨터화된 운송 수단 또는 도시 데이터를 수집하는 단말기이며 완전히 새로운 IT 기반의 기술 혁신이라고 생각한다. 태생이 다른 두 산업계가 이처럼 다른 관점으로 자율주행차를 바라보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덩치만으로 치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두 산업계가 이토록 큰 관심을 기울이는 것을 보면 이 기술이 가져올 미래가 장밋빛이라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일반 소비자로서는 좀 더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연구에 따르면 교통사고 중 90% 이상이 인적 요인이기 때문에 사람보다 빠르고 정확한 기계가 운전을 하게 되면 교통사고가 상당히 감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자율주행차의 AI는 교통법규를 잘 지키도록 프로그래밍될 것이기 때문에 법규 위반에 따른 사고는 거의 발생하지 않을 것이고 돌발 상황 시에도 사람의 일반적인 인지 반응 시간보다 빠르게 대응하기 때문에 사고를 피할 가능성이 높고 설혹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운전이라는 정신적·육체적 노동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사람들은 차량 이동 중에 휴식을 취하거나 여가 활동을 하고 또는 급한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돼 향상된 삶의 질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어린이·장애인·고령자와 같이 교통 약자들의 이동성이 증가하게 될 것이고 정속 운행과 급가감속이 줄어들게 돼 환경오염도 크게 감소할 것이다. 이러한 장점과 함께 도로 교통 전문가들에게 무엇보다 관심이 높고 흥미로운 점은 자율주행차 덕분에 교통 혼잡이 크게 완화될 것이라는 것이다. 도로를 주행하는 대부분의 차량이 자율주행차로 바뀌면 지금보다 도로의 효율성이 두 배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그러면 과연 정말 자율주행차 덕분에 교통 혼잡이 감소하게 될까.


유령 체증
‘유령 체증(phantom jam).’ 납량 특집 드라마에서 나오는 말이 아니다. 도로에서 사고나 공사, 여타 뚜렷한 혼잡 요인이 없는 데도 불구하고 도로가 막히는 현상을 유령 체증이라고 한다. 우리는 마치 하수구가 막힌 정화조 마냥 도로가 막혀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을 종종 경험하게 된다. 이렇게 도로가 제 구실을 못하고 꽉 막혀 운전자와 동승자들의 시간만 허비하게 되는 현상을 우리는 음식이 잘 소화되지 않는 증상을 나타내는 말인 체증을 이용해 교통 체증이라고 부른다. 교통 체증의 원인은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사고다. 사고가 나면 당연히 도로가 막힌다. 사고가 발생한 지점에서부터 상류부 방향으로 심각한 혼잡이 발생한다. 이 혼잡을 해소하는 유일한 방법은 사고를 빠르게 수습하고 도로를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다. 그래서 교통 전문가들은 어떻게 하면 사고를 빨리 인지하고 수습할지 그리고 접근 차량을 어떻게 우회시킬지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한다. 참고로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사고 지점의 차로뿐만 아니라 반대편 차로도 막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현상을 고무목(rubbernecking) 현상이라고 한다. 반대편 차로를 진행하는 운전자들이 사고를 구경하기 위해 속도를 줄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교통 체증이다.


둘째는 공사다. 도로 유지 관리를 위해 공사가 진행되면 해당 차로를 차단하기 때문에 그만큼 도로 용량이 감소하게 되고 평소와 같은 수준의 교통량이 몰리더라도 교통 체증이 발생한다. 셋째는 병목 현상이다. 병에 담긴 음료수를 컵에 따르다 보면 마음껏 시원하게 나오지 않는 현상을 목격하게 된다. 이는 병의 몸통보다 목이 좁아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도로에서도 이와 같이 넓은 도로가 좁아지면 동일한 현상이 발생한다.

마지막 넷째 원인은 바로 유령 체증이다. 도로를 주행 중에 체증이 발생하면 그 원인이 궁금해진다. 사고가 났는지, 공사를 하는지 초행길에서는 병목 현상을 의심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 후에 아무런 이유도 없이 체증이 해소되고 차들이 빠르게 주행하게 되면 허무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말 심술궂은 유령이 괜스레 교통 체증을 유발한 게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상상도 하게 된다.


이렇게 원인을 알 수 없는 유령 체증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잠시 머릿속에 도로를 하나 그려 보자. 3차로 정도의 도로면 좋을 거 같다. 도로에는 차로마다 많은 차들이 빠른 속도로 주행하고 있다. 그러던 중 1차로를 달리던 차가 갑자기 차로를 변경하며 2차로로 끼어들었다. 2차로를 달리는 차는 충돌을 피하기 위해 속도를 낮추게 될 것이다. 그리고 동일 차로에서 뒤따르던 차량은 속도를 낮춘 앞차와의 안전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속도를 더 줄이고 그 다음 차량은 앞차의 브레이크등을 확인하고 속도를 더 큰 폭으로 낮추게 된다. 이렇게 브레이크를 밟는 행위가 상류부로 전파되는 현상을 충격파라고 하는데 충격파가 전파될수록 상류부 차량의 속도는 점점 더 큰 폭으로 감소하게 되고 결국엔 상류부 끝에 있는 차량은 아무런 이유도 모른 체 체증을 경험하게 된다. 이렇게 발생한 유령 체증은 접근 차량 수요가 줄어들거나 하류부의 체증이 빠르게 해소되기 전까지 사라지지 않고 운전자들을 괴롭히게 된다.


그러면 이러한 유령 체증을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 우리가 상상해 볼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운전자들의 운전 실력이 월등히 향상돼 급격한 가감속 없이 충돌을 회피하며 속도를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애석하게도 현재로서는 이렇다 할 묘수가 없다. 그렇다면 미래에는 어떨까. 기술의 발전이 우리를 유령 체증으로부터 해방시켜 줄 수 있지 않을까.




자율주행차 기능
유령 체증에 대한 얘기를 이어 나가기 전에 잠깐 자율주행차의 중요한 기능에 대해 소개한다. 그것은 바로 크루즈 컨트롤(CC : Cruise Control) 기능인데, 이는 많은 차에 탑재돼 있는 오래된 기술이다. 운전자가 원하는 도를 설정해 놓으면 자동차가 알아서 그 속도를 유지하면서 달린다. 이 기술이 진보돼 ACC 기능이 됐다. ACC는 속도를 유지하되 앞차와의 거리를 함께 고려한다. 설정된 속도가 시속 100km라고 하더라도 앞차와의 간격이 너무 짧으면 속도를 줄인다. 주행 환경을 알아서 인지하고 적응(adapt)하는 것이다. 진보된 ACC 기술의 최종 종착지는 협력-조정형 크루즈 컨트롤(CACC : Coperative Adaptive Cruise Control)이다. 주변 차량과의 통신을 통해 서로의 정보를 주고받으며 ACC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통신이 허용하는 범위 내의 모든 차량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갱신하기 때문에 몇 초 후의 상황을 예측할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차의 속도를 미리 조절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에는 ACC 이외에도 매우 많은 기능이 탑재된다. 그중 많은 기술이 딥러닝 기반의 AI 기술을 이용해 개발되고 있다. 센싱 분야에서는 기존에 라이다와 관성 측정 장치(IMU : Inertial Measurement Unit) 같은 고가의 센서가 담당하던 역할을 영상 정보 기반의 알고리즘이 대체하고 있고 인지 분야에서는 보행자·차량·차로·표지판을 검출하는 기술, 차량·보행자·자전거를 추적하는 기술, 추적된 정보를 이용해 충돌을 예측하는 기술 등이 개발되고 있다.


다시 유령 체증 얘기로 돌아가 보자. 자율주행차의 ACC와 CACC 기능은 확실히 인간보다 월등한 성능을 갖는다. 주행 중인 차로 전방에 옆 차로를 달리던 차가 갑자기 끼어들더라도 인간보다 먼저 적절히 감속 할 수 있다. 이는 뒤차도 마찬가지다. 유령 체증을 유발하는 후방 충격파의 크기가 인간 운전자에 비해 훨씬 작기 때문에 종국에 유령 체증이 발생하지 않거나 발생하더라도 빠르게 사라지게 된다. 실제로 국내의 한 연구팀에서 도로 상의 자율주행차 비율에 따른 교통 상황의 변화를 실험했는데 도로에 모든 차량이 자율주행차일 때 도로 용량이 두 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실험실 시뮬레이션이기 때문에 현실과는 괴리감이 있겠지만 실제로는 두 배는 아니더라도 도로 용량이 크게 증가할 것은 분명하다.
[Hello AI]자율주행차가 교통 체증을 없애줄까?… 이유 없이 막히는 ‘유령 체증’ 난제
또한 독일 뮌헨공대(TMU) 연구팀에 따르면 자율주행차의 시장점유율이 100%가 되면 와 같이 고속도로의 정체가 확연히 줄어들 것이라는 흥미로운 연구도 자율주행차가 가져올 밝은 미래를 약속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비춰 볼 때 자율주행차는 우리를 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괴롭히던 도로 위의 유령을 몰아내 줄 미래의 고스트 버스터즈가 아닐까 하는 기쁜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하다.


아직 AI를 탑재한 자율주행차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학습되지 않은 상황에 대처하기 어렵고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 또한 충분하지 않은 상태다.


더구나 생명과 관련된 복잡한 윤리적 판단이 요구되는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 기준이 없는 문제는 여전히 논쟁거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술이 도로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에 대한 해법으로 제시될 수 있는 것은 인간보다 훌륭한 정보 수집 능력과 빠른 판단, 정확한 제어 그리고 절대 지치지 않는 체력 때문이 아닐까.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7호(2020.09.26 ~ 2020.10.0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