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돋보기]
기업 규제 늘어나면 누가 이득을 볼까 [차은영의 경제 돋보기]
기업 규제 늘어나면 누가 이득을 볼까 [차은영의 경제 돋보기]
[한경비즈니스 칼럼=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다양한 이익 함수를 가진 경제 주체가 상호 작용하는 시장에서 게임의 규칙은 중요하다. 상황에 따라 보다 나은 결과를 가져오기 위한 룰의 변화에 따라 발생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하게 새로운 규제가 도입되기도 한다.


하지만 경제 주체의 자유로운 경제 활동에 대한 제약은 현재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는 전제하에서만 그 타당성을 갖는다. 이 때문에 무엇보다 신중하게 고민해야 하는 문제다.


현재 정부는 각종 규제를 쏟아내고 있다. 쏟아지는 규제에 멀미가 날 지경이지만 이 규제가 과연 누구를 위한 규제인지 의문스럽다.


감사위원 분리 선임, 다중 대표 소송제,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 고발권 폐지, 지주사 지분 규제 강화 등의 기업 규제 3법으로 인해 발생하는 시장 경제의 교란 요인에 비해 혜택을 받는 계층은 그다지 뚜렷하지 않다.


감사위원 분리 선임 건은 기본적으로 상법의 주주권에 대한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편법 규제다. 최대 주주라는 이유로 재산권 행사에 페널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이치에 맞지 않다.


투기 자본 펀드의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실질적인 이익을 얻는 집단이 누구인지 불분명하다. 다중 대표 소송제 역시 자회사들로 하여금 투자와 개발에 집중하기보다 복지부동으로 소송 회피에만 급급하게 만들어 경제 생태계를 하향 평준화할 가능성이 높다.


전속 고발제 폐지로 인해 기업 활동에 대한 이해 없이 마구잡이로 기업인들을 검찰이 소환할 경우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오랜 경험으로 알고 있다. 지주사 지분 규제가 강화된다면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사용돼야 하는 자금이 지분 매입에 소요될 수밖에 없다.


임차인 보호를 앞세운 임대차 3법 규제 역시 시장 원리를 거스른 규제로, 정부가 억지로 가격을 통제하고 있지만 역사적 사실은 결국 임차인 삶의 질 저하와 가격 폭등만 초래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무리한 반시장적 규제로 인해 기업에 발생하는 비용은 시차를 두고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조삼모사의 어리석음이다.


과도하고 시장의 룰을 거스르는 규제가 강해질수록 오히려 편법은 기승을 부릴지도 모른다. 주로 규제와 부패에 관해 연구하는 조지 클라크 텍사스 A&M 국제대학교 교수의 2014년 논문 ‘과잉 규제가 부패를 야기하는가(Does over-regulation lead to corruption)’에 따르면 규제와 씨름하는 시간이 많은 기업일수록 뇌물을 지불할 가능성이 높고 뇌물을 줄 때 액수도 늘어난다고 한다.


세계은행의 자료를 이용해 중·저소득 국가의 3만 개 기업들에 대해 실증 분석한 결과 규제 대응에 사용하는 시간이 증가하면 뇌물도 증가하는 상관관계가 나타난다. 규제가 신설될 때마다 그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편법이 10개씩 증가한다는 말도 있다.


규제로 인한 시장의 왜곡과 기업 활동의 위축 그리고 이어지는 고용 감소라는 폐해는 불 보듯 빤한 반면 그에 따른 반사 이익이 무엇인지 모호하다.


금융 감독 당국의 규제 강화로 회계사의 보수가 상승하고 혼란스러운 새 규제 법안으로 인해 줄 소송이 이어질 경우 로펌은 법률 시장이 팽창하는 이익을 누릴 것이다.


규제 담당 기관의 퇴직 임원들도 노후를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시장 질서를 유지하고 경제 환경을 개선하는 대신 규제 난맥상으로 시장을 난도질하는 공권력의 강화가 누구에게 혜택이 되는지 궁금하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8호(2020.10.12 ~ 2020.10.1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