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혁의 신산업 리포트]
⑭ 테마파크·크루즈


-디즈니 직원 2만8000명 해고, 미국의 메이저 크루즈 업체는 유동성 위기
코로나19 장기화에 결국…무너지는 테마파크와 크루즈 산업
[한경비즈니스 칼럼=최중혁 칼럼니스트] “디즈니랜드 재개장은 미뤄야 합니다.” 지난 6월 미국의 대표 청원 웹사이트인 Change.org에 이런 청원이 올라왔다. 테마파크는 비필수 업종이고 사람이 모이면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있다는 이유다. 이 청원에 10월 7일 현재 5만6714명이 동의했다. 디즈니랜드를 다시 열어야 한다는 청원도 찾아볼 수 있었지만 비교적 적은 숫자인 2164명만 동의했다. 디즈니랜드 개장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디즈니는 지난 9월 말 디즈니랜드 부문에서 근무하는 직원 중 2만8000명을 해고하겠다고 발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받은 대표적인 업종 중 하나는 바로 엔터테인먼트다. 테마파크 산업도 여기 포함된다. 미국 주식 시장에 상장된 테마파크 회사만 해도 디즈니(디즈니랜드 보유)·식스플래그스·시다페어·시월드엔터테인먼트·컴캐스트(유니버설 스튜디오 보유) 등 다양하다. 이 회사들은 모두 팬데믹(세계적 유행) 기간 동안 매출에 직격탄을 맞았다.



테마파크, 열어도 가기 무서워요


미국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에 있는 디즈니랜드 파크(이하 디즈니랜드)와 디즈니 놀이 시설은 지난 3월 14일 문을 닫아 지금까지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지속적으로 디즈니랜드 오픈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플로리다 올랜도에 있는 월트 디즈니 월드 리조트(이하 디즈니 월드)가 지난 7월 인원 제한을 하며 다시 문을 연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 9월 말 20여 명의 캘리포니아 주 의원들이 주지사에게 서한을 보내 디즈니랜드의 문을 열 것을 요청했다. 애너하임의 약 8만 명의 일자리가 디즈니랜드와 관련돼 있고 팬데믹 이후 이 도시의 실업률이 12%나 증가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또한 관광 수입 감소로 올해 애너하임 시 예산 중 1억 달러가 부족할 수 있다고 한다. 최근 디즈니랜드가 들어선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다소 감소하자 식당·소매점·영화관 등 일부 실내 공간을 제한된 인원만 입장하는 조건으로 재개장을 허용했다. 그 덕분에 디즈니는 식당과 쇼핑센터가 있는 다운타운 디즈니를 부분적으로 개장했다.


그렇다고 해서 디즈니 월드가 자리한 플로리다 올랜도의 사정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올랜도엔 디즈니 월드를 비롯해 시월드 올랜도, 유니버설스튜디오 플로리다 등 주요 테마파크들이 들어서 있다. 플로리다 주는 코로나19에 따른 위험에도 불구하고 재정에 기여하는 바가 크기 때문에 입장객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사회적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등 안전 프로토콜을 지키는 조건으로 이들 테마파크들의 재개장을 허용했다. 사람들이 몰릴만한 퍼레이드나 불꽃놀이 등이 금지되고 미키마우스 등의 탈을 쓴 캐릭터들과의 접촉도 불허한다.


투자은행 도이체방크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9월 올랜도의 테마파크 방문자 수는 예년보다 80%나 감소했다. 또 다른 투자은행 씨티은행은 지난 7월 올랜도 공항의 항공 운항 편수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73%나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디즈니가 운영하는 테마파크는 미국에 2곳이 있고 미국 밖에는 프랑스 파리, 중국 상하이·홍콩, 일본 도쿄에 자리해 있다. 디즈니의 테마파크는 미국인에게도 큰맘 먹고 일생에 한두 번 가는 상징적인 ‘명소’다. 하지만 식스플래그는 디즈니 테마파크에 비해 규모가 다소 작지만 미국 전역 14곳에 자리해 차를 끌고 방문할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많다.


식스플래그스는 지난 5월부터 7월 사이에 미 전역에 있는 테마파크를 모두 열었다. 물론 제한된 수용 능력과 여전히 방문을 꺼리는 사람들 때문에 방문자 수는 예년만 못하다. 2020년 2분기 식스플래그스 방문자 수는 43만 명, 매출은 1900만 달러로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모두 96% 줄었다. 식스플래그스의 2020년 2분기 말 연간 회원권 보유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38% 감소한 210만 명으로 비교적 양호하다. 미국 전역에서 재개장해 길어지는 팬데믹에 답답함을 달래려는 방문자들 덕에 이 회사의 3분기 실적은 다소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


크루즈는 바이러스 전염의 온상


그간 미국 노인들의 로망 중 하나는 크루즈 여행이었다. 비교적 긴 일정 동안 대형 빌딩보다 큰 럭셔리한 여객선에 탑승해 안락한 여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이상 크루즈 여행은 안락한 여행이라는 이미지를 갖기 어렵다. 또한 테마파크는 외부에 위치한 곳이 많아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비교적 적지만 크루즈는 탑승 인구 밀도를 감안할 때 바이러스 전염의 온상이라고 한다. 이는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지적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발발한 이후 크루즈에 탑승했던 많은 사람들이 바이러스 위험에 노출된 채 하선하지 못하고 바다 위를 떠다녔다. CDC에 따르면 3월 1일부터 9월 28일까지 미국은 운항한 크루즈선에서 확인된 코로나19 확진 사례는 3689건에 달했고 미국 항해 중 41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이 사례는 총 124척의 선박 중 102척에서 발생했다.


지난 9월 30일 CDC는 지난 3월 14일부터 시행해 온 크루즈선의 미국 내 항해 금지 명령을 한 달 더 연장했다. 애초에 CDC는 2021년 2월까지 항해 금지령을 연장하려고 했다. 하지만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이끄는 백악관 태스크포스(TF)가 플로리다 마이애미와 같은 크루즈 허브 도시의 산업이 무너진다는 이유로 이를 불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박이 재가동되는데 한 달 이상 걸리기 때문에 항해 금지가 해제돼도 크루즈가 바로 출항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미국의 메이저 크루즈 업체인 카니발 크루즈 라인과 로열 캐리비언 크루즈, 노르웨이지안 크루즈 라인은 팬데믹 이후 거의 영업을 하지 못했다. 카니발 크루즈는 9월 초에 이탈리아를 출항하기 시작했지만 주요 노선은 미주에 있다. 카니발 크루즈는 2020년 3분기에 29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했고 최대 10억 달러의 신규 보통주를 공모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3월 말부터 유동성 문제를 겪으며 3분기에만 월별 현금 소모액이 약 7억7000만 달러에 달했고 4분기에는 약 5억5000만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월가에서는 2021년부터 크루즈 업체들의 운항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은행 UBS가 지난 9월 미국에서 소비자 설문 조사를 통해 향후 6개월 이내에 대규모 공개적인 자리에 참석하는 것에 대한 의사를 물었는데 응답자의 54%가 불편하다고 답변했다. 또한 47%의 응답자는 6개월 이내에 여행하는 것이 꺼려진다고 답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치료제가 나올 때까지는 희로애락 중 즐기고 싶은 마음(樂)은 한동안 접어둬야 할 것 같다.
코로나19 장기화에 결국…무너지는 테마파크와 크루즈 산업
ericjunghyuk.choi@gmail.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8호(2020.10.12 ~ 2020.10.1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