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기업 평가 새 잣대 ‘ESG’
-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기업 반응도 긍정적, 앞으로 매년 평가할 것”
윤창용 “기후 변화에 민감한 밀레니얼 세대…ESG 반드시 따져 투자해야죠”
[한경비즈니스 = 이홍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이상 기후 등 올해 예상하지 못한 변수들이 시장을 움직이면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그린과 디지털을 중심으로 한 K뉴딜 정책도 관련 투자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분위기는 조성됐지만 ESG를 일찌감치 근본적인 투자 기준으로 삼은 유럽이나 미국과 비교하면 한국의 여건은 걸음마 단계다. 이런 가운데 신한금융투자는 국내외 ESG 평가 기관이 낸 기업 ESG 등급의 컨센서스를 수치화해 등급을 매겼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ESG는 기업의 무형 가치를 가늠하는 중요한 평가 기준 중 하나가 됐다”며 “ESG를 살피는 것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투자를 위한 핵심적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ESG 투자가 중요해지고 있는 이유는 뭔가요.
“기업은 이익을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투자자는 투자 수익을 내는 게 가장 중요하죠. 그런데 기업의 역사를 보면 부정적인 방법으로 일회성 이익을 크게 내는 것보다 단기적 이익이 조금 줄어도 합리적 방법으로 사업을 하는 게 훨씬 더 지속 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됩니다. 투자도 마찬가지죠. 좋은 기업에 장기적·안정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결과가 훨씬 좋습니다. ESG가 우수한 기업은 결국 재무뿐만 아니라 비재무적 요소까지 탄탄하게 갖춰져 있으므로 장기적으로 주가도 좋을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최근 밀레니얼 세대의 주식 투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영향이 있을까요.
“밀레니얼 세대에게 기후 변화나 사회적 문제 해결은 매우 중요한 가치 판단의 기준입니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는 앞으로도 오랜 기간 동안 투자를 이어 갈 수밖에 없습니다. ESG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더 중요한 투자 잣대가 될 것입니다.”

▶‘ESG 컨센서스’를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급합니다.
“ESG를 고려하는 투자 수요는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ESG를 평가하는 기준은 천차만별이었습니다. 그래서 ‘증권사답게’ 각 기관들이 발표한 기준을 바탕으로 컨센서스를 도출해 보려고 했죠.”

▶어떤 방식으로 제작됐나요.
“퀀트를 맡고 있는 김상호 애널리스트 중심으로 제작됐어요. 김 애널리스트가 7개 ESG 평가 기관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각 기업의 ESG 수준에 대한 컨센서스를 내 지수화했습니다. 이 중 주요 기업에 대한 자세한 보고서는 기업분석부의 해당 기업 담당 애널리스트들이 직접 작성했습니다. 전체적으로 약 3개월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글로벌 기업들과 한국 기업들을 비교하면 결과가 어떻습니까.
“아무래도 글로벌 기업 평균엔 못 미치는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들은 좀 더 ESG에 대한 관심을 한국 기업에 비해 일찍부터 가지고 있었으니 이에 대한 대비가 잘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죠. 또 한국 기업들 중에서도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진 정보기술(IT) 산업은 글로벌 수준과 차이가 없었습니다. 한국은 장치 산업이 산업 구조에서 중요한 위치인데 이런 산업군은 업종의 특성상 아무래도 ESG 분야에서 조금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재미있는 결과는 금융업이었습니다. 한국 금융업의 ESG 수준이 매우 높게 나타났습니다. 외국인의 지분율이 높아 글로벌 스탠더드에 잘 맞춰 가고 있다고 해석합니다.”

▶기업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ESG에 대한 평가라는 것이 아직까지는 아무래도 기업에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칭찬이 더 많았습니다. 기업도 결국 ESG에 대한 관심을 높여 갈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한 좋은 기준을 제시해 줬다는 말을 많이 들었죠. 특히 컨센서스를 냈기 때문에 특정 기관의 결과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어 긍정적이라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투자자가 ESG에 대한 평가를 활용해 어떻게 투자하느냐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방식이 있을까요.
“크게 세 가지 방식이 강조됩니다. 먼저 스크리닝 전략을 들 수 있습니다. ESG 기준과 국제 규범을 기반으로 특정 업종이나 기업을 배제 혹은 포함하는 전략입니다. 스크리닝 전략은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는 전략입니다. ESG 기준에 따라 특정 기업들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는 네거티브 스크리닝을 활용하는 자산 규모는 2018년 기준 19조7000억 달러에 이르죠. 가장 대표적 사례가 노르웨이 국부펀드입니다. 특정 유형의 무기 생산·판매 기업과 담배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습니다.”

▶다른 두 가지는 뭔가요.
“ESG 통합 전략, 경영 참여, 주주 행동 전략입니다. ESG 통합 전략은 재무 분석과 함께 ESG 정보를 투자 과정 전반에 활용하는 방식이죠. 2018년 기준 미국과 유럽에 기반한 ESG 통합 관련 투자 자산 규모는 각각 9조5000억 달러, 4조200억 유로 수준입니다. 경영 참여와 주주 행동 전략은 수탁자가 투자 대상 기업의 ESG 성과 개선 목적을 가지고 적극적 의사소통과 의결권 행사와 같은 수단을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대표적으로 주주 서한 혹은 경영진과의 대화를 통한 소통, 나아가 이사회 의석 확보, 주주 총회에서의 문제 제기, 규제 당국에의 요구 사항 전달, 언론 이용 등의 방식을 활용하는 거죠.”

▶일반 투자자들은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좋을까요.
“먼저 ESG 등급이 높은 기업에 우선적으로 투자하는 방법이 있겠죠. 지속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니까요. 또 노르웨이 국부펀드처럼 투자 대상 기업에서 ESG 등급이 낮은 기업을 제외하는 방식도 가능할 겁니다. 최근 ESG가 개선되고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방법도 있을 겁니다. 해당 기업에 이 분야에 대한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의미니까요.”

▶한국 시장에서 ESG를 고려한 투자는 시장 대비 높은 성과를 낼 수 있을까요.
“아직 여기에 대한 대답을 하기엔 이른 것 같습니다. 한국 기업들의 ESG 성과는 이제 막 취합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비교적 정확한 데이터를 발표하는 기업은 아직 대기업 중심이고 이마저도 이제 시작 단계예요. 지금 시장 대비 성과가 높다 혹은 낮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섣부른 것 같습니다. 다만 좀 더 단기적으로 보면 한국은 국민연금이 ESG를 투자의 중요한 지표로 삼기로 했어요. 아마 올해 말쯤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자본 시장의 큰손인 국민연금이 ESG를 적극 고려해 투자한다면 다른 연기금이나 기관투자가들도 이를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관련 종목에 돈이 몰리겠죠.”

▶현재 ESG 중심 투자에서 유의할 점이 있나요.
“아무래도 데이터가 좀 ‘후행적’이라는 것이죠. 수시로 수집되는 재무적 데이터와 달리 ESG 같은 비재무적 데이터는 연간 단위로 수집되는 경우가 많아요. 이 데이터를 가공하고 해석하다 보면 현재의 상황과 데이터의 시차가 좀 생깁니다. 결국 데이터를 장기적으로 파악해 큰 흐름을 보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매년 꾸준히 ‘ESG 컨센서스’를 발표할 계획입니다. 해마다 데이터가 점점 쌓여 갈수록 ESG를 활용한 투자의 지평이 넓어질 겁니다. 다양한 투자 방식을 개발하는 것은 증권사 리서치의 책무죠. 또 한 가지는 기존에 기업의 재무적 성과를 분석하는 데만 관심을 뒀다면 앞으론 ESG와 같은 기업의 비재무적 성과를 지표화하는 데도 더 힘을 쓸 계획입니다. 실제로 기업의 비재무적 성과는 점점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세계 유수의 자동차 기업들의 그것을 넘어선 가장 큰 이유가 ‘비재무적 성과’에 있다고 봅니다. 밀레니얼 세대가 주식 시장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면 될수록 비재무적 성과는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봅니다.”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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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9호(2020.10.17 ~ 2020.10.2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