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식의 정치판]
- 윤석열, 국감 통해 힘받는 ‘대망론’
- 대망론 키운 與는 견제, 국민의힘은 기대
-“법과 정치 달라…정치 리더십 없으면 제2 고건·반기문 될 것”
- 금태섭, 서울시장 후보로 부상
- 최재형 감사원장 놓고선 엇갈린 시선


[홍영식 대기자]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 선거와 2022년 대선과 관련, 국민의힘 바깥에 있는 인사들이 당내 선거 구도를 흔드는 ‘킹핀’으로 등장한 것은 아이러니다. 당 바깥 주인공은 윤석열 검찰총장과 최재형 감사원장,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 등이다.

윤 총장은 법무부 전·현 장관과 부딪치면서 일찌감치 야권 유력 대선 주자 반열에 올랐다. 최 원장은 월성 1호기 감사를 놓고 여권과 갈등을 겪으면서 대선 후보로 급부상했다. 금 전 의원은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정부에서 일하고 있거나 여당에 몸담았던 사람들이 제1야당의 대선 주자와 서울시장 후보로 부각된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그만큼 국민의힘 내부의 취약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방증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6월 취임한 뒤 대선 주자와 서울시장 후보로 이런저런 인사들을 띄웠지만 아직 국민들의 시선을 확 끌 만한 ‘키맨(중심인물)’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물론 이 세 사람이 정치적인 검증을 거치지 않은 터여서 아직은 섣부른 기대감이라는 주장이 적지 않다. 하지만 외부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을 자극하고 긴장하게 하는 ‘메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중도로 외연 확장을 시도하는 김 위원장의 입맛에도 맞는다. 세 사람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다면 선거 흥행에도 도움이 된다. ‘반문(반문재인)연대’의 폭도 넓힐 수 있다.

윤 총장과 최 원장은 모두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될 당시 각각 검찰과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키고 개혁을 추진할 적임자라며 발탁됐다가 배신자 취급을 받고 있는 공통점이 있다. 소신과 뚝심의 공직자라는 평가를 듣는다는 점도 같다.

2013년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았던 윤 총장은 당시 국감에서 검사장의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하면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말한데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 특검팀에 합류했다.

이런 이력을 발판으로 현 여권의 적극적인 지지 속에 총장을 맡았으나 법무부 전(조국)·현(추미애) 장관과 각을 세우면서 여권의 ‘공적 1호’가 됐다.
[홍영식의 정치판] 윤석열·금태섭, ‘반문연대’로 선거판 흔드나
◆ 국민의힘 “윤 총장은 大魚, 잡아야” vs “정치·경험 필요”

윤 총장의 지지율은 야당 대권 주자들 가운데 수위를 달린다. 일찌감치 ‘윤석열 대망론’도 나왔다. 올해 국회 국정 감사에서 거침없는 답변으로 몸값이 더 높아졌다.

윤 총장은 정계 진출 의향을 묻는 질문에 “퇴임하고 나면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그런 방법을 천천히 생각해 보겠다”고 답했다. “(봉사)방법에 정치도 들어가느냐”는 질문에 “그건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그가 지난해 청문회에서 “정무 감각이 없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고 한 발언과 큰 차이가 난다. 대선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그에 대한 국민의힘의 호응도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대선 킹메이커로 나선 김무성 전 의원은 “윤 총장은 국민들이 좋아할 타입”이라며 “박근혜 정권에서도, 문재인 정권에서도 소신을 굽히지 않아 국민들이 열광한다. 윤석열이라는 영웅이 만들어져 가는 과정에 있다”고 했다. 김종인 위원장도 윤 총장에 대해 “괜찮은 사람”이라며 긍정 평가했다.

다만 국민의힘 대구·경북(TK) 보수 의원들 사이에선 부정적인 기류도 있다. 윤 총장이 서울 중앙지검장 시절 ‘적폐 수사’로 이명박·박근혜 정권 인사들을 줄줄이 구속시킨 데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기자에게 “지지율이 올라가는 것은 이 정권에 핍박받는 반사 효과 때문”이라며 “정치도 경륜과 경험이 필요한 전문 영역인데 정치를 해 보지 않고 곰삭지 않은 사람들이 정치에 와 자꾸 실패한다. 정치인을 인기투표식으로 평가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홍준표(무소속) 의원은 “우리를 그렇게 못살게 굴던 사람을 우파 대선 후보로 운운하는 것은 막장 코미디”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수도권의 한 의원은 “윤 총장에 대해 호불호가 있지만 대어(大魚)인 그를 그냥 놔둘 수는 없다”며 “그가 중도에 총장을 그만 두든, 임기(내년 7월)를 무사히 마치든 정치권 등판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여당은 윤 총장을 비판하면서도 긴장하고 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민주주의 원칙을 무시하는 위험한 인식”이라고 날을 세웠고, 김두관 의원은 “검찰을 정치적 욕망을 위한 사유물로 전락시키고 있다”며 사퇴를 주장했다. 여당이 긴장하는 이유는 윤 총장을 때리면 때릴수록 몸값을 올려주면서 대선 등판 구실을 만들어 준다는 점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윤 총장을 그냥 두자니 문재인 정부 임기말 검찰 칼 끝이 춤을 추지 않을까 걱정되고, 그렇다고 사퇴 압박을 하자니 그의 몸값을 올려주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국감 이후 윤 총장이 대선판에 등장할 수 있는 환경은 만들어졌지만, 관건은 그의 권력 의지와 정치적 리더십이다. 대선 주자로 입지를 다지려면 권력 수사를 둘러싼 문재인 정권과의 싸움 수준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어 가기 위한 비전을 보여줘야 하고, 윤 총장을 위해 몸을 던질 조직과 충성심을 만들어 낼 힘, 리더십도 증명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그러지 못하면 또 다른 반기문, 고건 사례를 만들어 낼 뿐이라는 것이다.

또 하나 관심은 최재형 원장이 ‘제2의 윤석열’이 될 수 있느냐다. 최 원장은 대선 주자로 발돋움하기 위한 요소 중 하나인 스토리는 갖췄다는 평가가 많다.

경기고 재학 시절 소아마비를 앓는 친구를 2년간 업고 다녔고 사법고시도 함께 합격한 일화, 아마존 오지를 찾아 의료품을 나눠 주는 선교 활동을 한 사실 등은 감성을 자아낸다.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 타당성 점검 감사 과정에서 보여준 뚝심과 소신도 스토리를 풍부하게 하는 요인이다.

“외부의 압력과 회유에 순치(馴致 : 길들이기)된 감사원은 맛을 잃은 소금과 같다”, “대선에서 41%의 지지밖에 받지 못한 정부의 국정 과제가 국민의 합의를 얻었다고 할 수 있나”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런 소신 발언들로 그는 ‘진검(眞劍) 공직자’로서 문재인 정부에 ‘짠맛’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국민의힘 내에서 나오면서 대선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김영삼 정부 시절 ‘성역 없는 감사’를 내걸어 ‘율곡비리’와 관련해 감사원 역사상 처음으로 청와대와 국가안전기획부까지 감사한 이회창 전 감사원장의 ‘대쪽 이미지’를 연상케 한다는 지적도 있다.
[홍영식의 정치판] 윤석열·금태섭, ‘반문연대’로 선거판 흔드나
◆ 최재형, 스토리 갖췄으나 권력 의지·지역 기반 등 한계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 최 원장에 대한 호응도는 윤 총장에 미치지 못한다. 우선 감사 결과가 국민의힘으로서는 흔쾌하게 받아들이기엔 미흡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한 측근은 “최 원장이 여권 성향 감사위원들의 강력한 저항을 뚫고 월성 1호기의 경제성 판단이 조작됐다는 결론을 도출한 것 자체는 평가할 만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칼을 한 번 꺼냈으면 깊숙이 찔러야 한다”며 “사표를 내겠다는 각오로 탈원전은 정책적으로 완전히 잘못된 결정이라고 정면으로 쳐야지 굵은 인물로 부각되는데 그러지 못한 게 아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대선 주자로 변신하려면 무엇보다 권력에 대한 의지와 지역·세대·이념적 기반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최 원장은 지인에게 “난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직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는 데 대해 국민들이 좋게 보는 것”이라며 “하지만 정치는 다른 영역이다. 당장 영입 얘기를 하는 것은 그분의 뜻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세력이 전혀 없다는 것도 약점이다.

다만 김무성 전 의원은 “황교안 전 대표가 지난해 초 대표 경선에 나오니 사람들이 붙는 것을 보라”며 “출마 선언하고 한 달 만에 당 대표가 됐다. 세력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금태섭 전 의원이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나설 것인지도 주목된다. 국민의힘은 그의 탈당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다.

2016년 20대 총선 때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맡아 금 전 의원과 인연을 맺은 김종인 위원장은 “탈당과 관계없이 (이전부터) 만나기도 했던 사람이라 한번 만나볼 수는 있다”고 관심을 나타냈다.

김무성 전 의원은 “권력에 굽히지 않고 옳은 소리를 하는 모습에서 지도자로서의 잠재력이 충분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의 한 측근 의원은 “중도 확장성을 가진 그가 국민의힘으로 들어온다면 가뭄에 단비가 될 것”이라고 했다.
[홍영식의 정치판] 윤석열·금태섭, ‘반문연대’로 선거판 흔드나
◆ ‘안철수=대선’ ‘금태섭=서울시장 후보’ 구도 내세우나

금 전 의원은 향후 행보에 대해 “정치인으로서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에 남아 있겠다는 뜻이다.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그의 길은 세 가지다. 국민의힘으로 가는 것, 제3 지대에 머무르며 정치적 기회를 잡는 것, 한때 동지였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다시 손잡는 것 등이다.

당장 국민의힘으로 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철새 정치인’ 딱지가 붙을 수 있다. 금 전 의원도 “국민의힘은 민주당보다 더 많이 반성해야 할 당”이라고 비판했다.

안 대표와 손잡는다고 하더라도 의원 3명의 당으로선 운신의 폭을 넓히기엔 한계가 뚜렷하다. 이 때문에 안 대표와 진중권 동양대 전 교수를 비롯한 정치권 외곽 세력 등과 힘을 합해 제3지대에서 힘을 키우는 시나리오가 있을 수 있다.

‘안 대표=대선 주자’, ‘금 전 의원=서울시장 후보’ 구도를 먼저 만든 다음 국민의힘과 대등한 위치에서 연대를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진 전 교수도 “금 전 의원이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 출마한다면 한 표는 그에게”라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국민의힘 선거 전략통으로 꼽히는 한 의원은 “윤 총장, 최 원장, 금 전 의원 모두 포괄하는 ‘반문연대’를 구성해 서울시장과 정권 교체를 실현하는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0호(2020.10.26 ~ 2020.11.0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