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 장관, 윤석열 총장은 놔두고 교체 쉽지 않아
“자칫 검찰 개혁 후퇴로 비칠 수 있다”

“김 장관, 24번 대책에도 집값 폭등 책임져야” 불구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 자인 꼴” … 속내 복잡
“추미애 · 김현미 어찌하나” … 임박한 개각, 여권의 딜레마 [홍영식의 정치판]
[홍영식 대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교체 문제를 두고 여권의 속내가 복잡하다. 개각을 앞두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선 교체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으나 그 시점과 명분이 고심이다.

두 장관은 각각 문재인 정부의 최대 현안인 검찰 개혁과 부동산 대책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교체는 두 정책에 대한 실패를 자인하는 꼴이 될 수 있다. 더욱이 친문(친문재인)계를 중심으로 한 주류 측은 두 장관에 대한 적극 지지를 표명하고 있는 마당이어서 여당 지도부도 입장을 정하기 쉽지 않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교체를 건의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청와대와 이 대표 측이 즉각 부인한 것도 이런 정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그대로 두자니 여론 악화가 부담이다. 문제는 어떤 명분을 거느냐다.

추 장관의 경우 민주당에선 피로감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사사건건 공세를 펼쳤지만, 제대로 수습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피의자 휴대전화 비밀번호 공개법안’추진 강행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법무부가 평검사를 보내 윤 총장 ‘대면 감찰 조사’를 추진한 것도 무리수라는 지적이 여권 일각에서 나온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검찰 개혁에 대한 추 장관의 의지는 의심할 바 없다”면서도 “다만 절제되지 못한 언행에다가 윤 총장과 사사건건 부딪히면서 검찰 개혁이라는 명분은 사라지고 윤 총장 대망론만 키워준 꼴이 됐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우리 당 소속 정성호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추 장관에게 ‘정도껏 하시라’고 한 것에서 이런 불만을 읽을 수 있다”고 했다.

또 “여권 지도부가 추 장관에게 신중한 처신을 공개적으로 요청한 것도 불만을 대변해준다”고 했다. 실제 이 대표는 지난 17일 관훈토론회에서 “추 장관은 비교적 스타일 쪽에서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추 장관이 추진한 ‘피의자 휴대전화 비밀번호 공개법’에 대해선 “피의자 휴대전화 비밀번호까지 열라는 것은 진술거부권에 대한 훼손이 아닌가 하는 문제제기가 일리 있다”며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지난 10일 취임 300일 기자간담회에서 추 장관을 향해 “검찰개혁을 위해 수고를 많이 하는 점은 평가하지만 좀 더 점잖고 냉정하면 좋지 않겠나, 사용하는 언어도 좀 더 절제됐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평소 언행에 신중하다는 평을 듣는 정 총리와 이 대표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이런 지적을 한 것은 경고의 의미가 있다고 여당 관계자는 평가했다. 여론도 윤 총장과의 갈등에 대해 추 장관 책임이 더 크다는 쪽으로 나왔다.

그렇다고 여권이 검찰 개혁의 핵심으로 추진하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설치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 장관을 교체하기 쉽지 않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충돌로 여권 내에서 ‘추미애 피로감’을 거론하는 목소리도 있으나 윤 총장은 그대로 두고 추 장관만 교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자칫 윤 총장의 손을 들어준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검찰 개혁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도 여권으로선 딜레마다.

추 장관도 지난 16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내년 4월 실시되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여부에 대한 질문에 “오직 검찰 개혁에 사명을 가지고 이 자리에 왔기 때문에 검찰 개혁을 하기 전까지는 정치적 욕망을 갖지 않기로 맹세했다”고 했다.

친문 주류 측은 추 장관 두둔에 나섰다. 정청래 의원은 “검찰개혁은 8부 능선을 향해 가고 있다. 새로운 법과 제도는 저항에 부딪치게 돼 있는데, 그 저항의 바람을 뚫고 무소의 뿔처럼 달려가는 것이 추 장관”이라고 치켜세웠다. 이 때문에 여권에선 공수처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윤 총장 거취 문제가 정리되는 시점에서 추 장관도 함께 물러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현미 장관의 거취 문제에 대해서도 여권에서는 기류가 엇갈린다. 김 장관은 문재인 정부 출범때부터 지금까지 3년 반 동안 국토교통부 수장을 맡은 원년 멤버다. 24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집값과 전셋값 폭등을 막지 못했다. 이 때문에 총리와 경제부총리, 청와대 정책실장이 수차례 사과했다.

여론도 좋지 않다. 한경닷컴 뉴스랩이 최근 실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17개를 분석한 결과 15개에서 문재인 대통령 부정 평가 이유 1위로 ‘부동산 정책’이 꼽혔다. 특히 9월 4주부터 11월 2주까지 6주 연속으로 부동산 정책이 부정평가 1위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내년 보궐선거를 앞두고 악화된 여론을 달래기 위해 김 장관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여권내에서 나온다.

역시 모양새가 관건이다. 그의 교체가 자칫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를 자인하는 꼴이 될 수 있어서다.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면 교체 명분이 있지만, 시장 상황은 그리 좋지않다. 정부가 지난 19일 발표한 전세 대책도 전세 대란을 잠재우기에는 턱없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김 장관에게 다른 임무를 맡기면서 자연스레 빼는 방안도 여권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추 장관과 김 장관 교체를 요구했다는 보도를 부인하면서도 개각과 관련, 기자들에게 “관훈토론회 때 내가 얘기한 것이 있다”고 한 게 눈에 띈다. 이 대표는 지난 17일 관훈토론회에서 개각에 대해 “오래되지 않은 시기, 최근에 대통령을 뵙고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며 “여러분이 상상하는 문제도 포함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자리를 어떻게 하느냐는 말씀드리지 않는 것이 좋겠다”며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여권에선 추 장관과 김 장관 교체 문제도 큰 틀에서 거론됐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정 총리도 청와대 김외숙 인사수석을 만나 개각 관련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개각은 곧 이뤄질 전망이다. 민심을 어떻게 반영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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