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2020 대한민국 베스트 로펌’]
-한경비즈니스·한국사내변호사회 공동 선정
-200대 기업 법무팀·사내 변호사 설문…위어드바이즈·삼율 등 '신생 로펌'도 순위권 진입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독주와 법무법인 세종의 약진 그리고 신생 로펌들의 맹활약.’ ‘2020 대한민국 베스트 로펌’ 조사 결과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김앤장은 변함없이 1위를 차지하며 국내 로펌 가운데 적수가 없음을 보여줬다. 세종의 무서운 상승세가 이어진 것도 관전 포인트다. 세종은 2019년 조사에서 처음 3위를 기록하며 김앤장·광장·태평양이 구축했던 이른바 ‘빅3’ 구도에 균열을 일으켰다. 여기에 멈추지 않고 올해는 2위로 순위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거둔 성적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다크호스’들의 등장도 눈길을 끈다. 법무법인 위어드바이즈와 법무법인 삼율이 대표적이다. 두 로펌은 2019년과 2017년 각각 설립됐다. 짧은 업력에도 불구하고 16위와 18위에 이름을 올렸다. 업계에서 떠오르는 신흥 강자들이다.
세종, ‘첫 2위’ 약진…김앤장은 11년 연속 ‘1위 수성’
올해 조사는 한경비즈니스와 한국사내변호사회가 공동으로 진행했다. 로펌의 주요 고객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 200대 기업의 법무팀 담당자들과 한국사내변호사회 소속 회원들에게 설문을 돌려 ‘가장 역량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로펌’을 물었다.

◆올해도 압도적이었던 김앤장


평가 항목은 ‘전문성 평가’와 ‘서비스 평가’로 나눠 진행했다. 전문성 평가는 금융 및 자본 시장, 조세, 공정 거래, 중재 및 국제 분쟁, 노동, 특허와 상표 및 지식재산권, 민사, 형사, 기업 법무, 펀드 및 사모펀드, 기업 상속 등이다. 이 중 기업 법무는 인수·합병(M&A), 부동산, 정보통신 및 미디어, 신산업(AI·블록체인·핀테크 등) 및 정보 보호 등으로 세분화해 질문했다.

서비스 평가는 자문료 및 소송비용, 클라이언트와의 소통, 클라이언트에 대한 로열티(성실성·책임성) 등 세 개 질문으로 구성했다. 설문에는 총 430명이 참여했다.
세종, ‘첫 2위’ 약진…김앤장은 11년 연속 ‘1위 수성’
이들이 최고로 꼽은 로펌은 올해도 김앤장이었다. 김앤장은 한경비즈니스가 2010년 베스트 로펌 조사를 시작한 이후 단 한 차례도 경쟁 로펌들의 추월을 허용하지 않고 1위 자리를 지켜 왔다. 김앤장의 업계 위상은 여전히 단단했다. 올해도 압도적이었다. 특히 전문성 평가에서 김앤장은 조세를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 1위를 휩쓸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돌발 악재에도 김앤장은 발 빠르게 대응했다. 김앤장은 코로나19가 국내에서도 확산세를 보이자 수많은 기업들이 인사·노무 이슈부터 원료·부품 등의 수급 차질로 인해 납품 지연, 갑작스러운 계약 취소 등에 따른 법적 문제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했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의 경험이 밑바탕이 됐다.
세종, ‘첫 2위’ 약진…김앤장은 11년 연속 ‘1위 수성’
김앤장은 신속하게 회사법, 노동법, 계약법, 헬스케어 관련 법, 금융 관련 법, 개인정보보호법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한 ‘COVID-19 법률자문팀’을 꾸렸다. 이 팀을 앞세워 코로나19가 야기하는 다양한 법률 이슈에 효율적인 자문을 제공할 수 있었다.

김앤장은 올해도 여러 굵직한 ‘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M&A팀은 2020년 상반기 최대 매물로 꼽히는 푸르덴셜생명(2조3400원)과 SK네트웍스의 직영 주유소 사업부 거래(1조3000억원) 등 조 단위 거래를 잇달아 성사시켰다.

하반기에도 ‘빅딜’이었던 EMC홀딩스 매각(1조500억원)과 삼성디스플레이의 중국 쑤저우 액정표시장치(LCD) 모듈 제조 법인 지분 매각(1조2805억원) 등의 거래를 성공적으로 자문했다.

조세팀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올해 초 룩셈부르크에 설정된 한 역외 펀드에 대해 한국·룩셈부르크 조세 조약에 따라 제한 세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을 이끌어 냈다. 이를 통해 1600억원의 과세 처분 취소를 받아냈다. 국제조세·법인세법·소득세법·부가가치세 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최고의 조세 전문가들이 팀을 이뤄 만들어 낸 성과였다.

◆세종, 서비스 부문 평가에서 1위


2위는 세종이 차지했다. 세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그동안 한경비즈니스 베스트 로펌 조사에서 ‘톱3’는 큰 변화가 없었다. 김앤장이 계속 1위를 차지한 가운데 법무법인 광장과 법무법인 태평양이 치열한 2~3위 경쟁을 벌였다. 그동안 다른 로펌이 3위권에 이름을 올린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반전이 시작됐다. 세종이 종합 순위 3위를 기록하며 ‘빅3’ 구도에 처음으로 균열을 일으켰다. 세종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번 조사에서 2위로 도약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1위 김앤장과의 점수 차도 1000점 정도에 불과하다. 로펌업계의 지각변동이다.
세종, ‘첫 2위’ 약진…김앤장은 11년 연속 ‘1위 수성’
세종, ‘첫 2위’ 약진…김앤장은 11년 연속 ‘1위 수성’
세종, ‘첫 2위’ 약진…김앤장은 11년 연속 ‘1위 수성’
세종은 서비스 부문에서 단연 돋보이는 평가를 받았다. 자문료 및 소송비용, 클라이언트와의 소통, 클라이언트에 대한 로열티 항목에서 모두 1위를 기록했다. 기업 법무팀 관계자들과 사내 변호사들이 ‘가장 뛰어난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펌으로 세종을 꼽은 셈이다. 전문성 평가에서도 12개 항목에서 김앤장에 이은 2위를 기록했다.

3위는 광장이다. 작년보다 1계단 순위가 상승했다. 올해 광장은 M&A와 제약·바이오 부문에서 훨훨 날았다. 한앤컴퍼니의 대한항공 기내식 사업 인수, SK건설의 EMC홀딩스 인수 등 조 단위가 넘는 자문들을 연이어 따냈다.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분사 등 재계의 이목이 쏠린 구조 조정 업무 역시 광장이 이끌었다.

코로나19로 관심이 커진 제약·바이오 분야는 헬스케어팀을 앞세워 약가, 의료 기기, 신약 개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헬스케어팀은 광장 내에서 가장 성장세가 가파른 팀으로 꼽힌다.
세종, ‘첫 2위’ 약진…김앤장은 11년 연속 ‘1위 수성’
세종, ‘첫 2위’ 약진…김앤장은 11년 연속 ‘1위 수성’
세종, ‘첫 2위’ 약진…김앤장은 11년 연속 ‘1위 수성’
4위는 태평양이다. 태평양이 3위권 밖으로 밀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록 순위는 하락했지만 태평양은 올해도 다양한 기업 사건들을 도맡아 자문했다. 특히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도드라진 행보를 보였다. 시장에서 주목받은 주요 공모주의 자문을 사실상 독점하며 IPO 관련 자문의 최강자라는 것을 확인해 줬다.

올해 공모 청약 열풍을 일으켰던 SK바이오팜·카카오게임즈·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이 모두 태평양의 법률 자문을 받아 주식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다.

◆내년 순위가 기대되는 지평


5위부터 7위는 변동이 없었다. 5위는 법무법인 율촌, 6위는 법무법인 화우, 7위는 법무법인 지평이 차지했다.

5위 율촌은 ‘조세 명가’의 면모를 이번 조사에서 확인했다. 조세 부문 만큼은 김앤장도 율촌에 밀렸다. 율촌의 조세그룹은 ‘역전의 명수’로 업계에 정평이 나있다. 율촌이 나서 결과를 뒤집은 조세 사건이 많아 붙여진 별명이다. 율촌은 올해 A기업 계열사의 법인세 부과 처분 취소, 한국철도공사를 대리한 법인세 부과 처분 사건 등에서 승소하며 ‘조세=율촌’이라는 공식을 더욱 굳건하게 만들었다.




6위 화우는 금융 분야에서 독보적인 한 해를 보냈다. 라임 펀드 관련 사건에서 판매사들을 대리해 투자자와의 분쟁, 금융감독원의 검사 및 분쟁 조정 등 합리적인 사건 해결을 모색할 수 있도록 자문을 제공했다. 지식재산권 분야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들을 내고 있다. 제약·바이오 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던 한국 1위 보톡스 생산 회사인 메디톡스의 제품 허가 취소 사건이 대표적이다. 메디톡스의 보톡스 제품에 대한 1차 제조 판매 중지 명령, 품목 허가 취소 처분에 대한 항고심에서 집행 정지 인용 결정을 이끌어 냈다.

7위 지평은 내년 활약이 더 기대되는 로펌이다. 올해 지평은 부동산 실물 거래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 온 법무법인 넥서스의 부동산 금융 부문 변호사들을 전원 영입하면서 경쟁력을 한층 강화했다. 지평은 지속 가능 경영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업무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최근에는 환경팀·인권경영팀·컴플라이언스팀 등을 포괄한 ‘ESG센터’도 출범시켰다.
세종, ‘첫 2위’ 약진…김앤장은 11년 연속 ‘1위 수성’
◆위어드바이즈는 설립 1년 만에 16위


8위는 법무법인 바른, 9위는 법무법인 대륙아주, 10위는 법무법인 로고스가 각각 차지했다. 10위까지의 순위를 들여다보면 업계의 전통 강자들이 ‘톱 10’에 안착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10위권 밖 순위는 이와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이른바 ‘신생 로펌’의 활약이 그 어느 때보다 도드라졌다.

16위에 오른 위어드바이즈가 대표 주자다. 2019년 설립된 위어드바이즈는 간판을 내건 지 이제 1년이 조금 넘었다. 짧은 업력에도 불구하고 벌써 기업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내부 구성원들의 면면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10명 남짓한 구성원 전원이 김앤장·세종·태평양·율촌 등 한국의 대형 로펌에서 10년 이상 일하며 명성을 쌓아 온 파트너급 변호사와 회계사들이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유연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위어드바이즈의 특징이다. 업무 공간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다른 로펌과 달리 위어드바이즈에는 개인 방이 없다. 스타트업처럼 오픈된 공간에서 자유롭게 소통하며 고객 응대도 한다. 태평양 출신인 박준용 위어드바이즈 대표변호사는 “뛰어난 전문가들이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고객들의 니즈에 부합하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삼율은 18위에 이름을 올렸다. 2017년 설립된 삼율은 2018년 한경비즈니스 베스트 로펌 조사에서 9위에 이름을 올리며 업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은 바 있다. 2019년 조사에서는 순위권에서 제외됐지만 올해 재진입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또한 이번 결과를 통해 업계 신흥 강자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굳혔다고 볼 수 있다.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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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4호(2020.11.23 ~ 2020.11.2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