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2020 대한민국 베스트 로펌’]
-‘2위 약진’ 이끈 김두식 세종 대표변호사 인터뷰
-“하나의 팀처럼 움직이는 ‘원펌’이라야 살아남는다”
“내년 코로나19로 지연된 구조 조정 M&A 수요 크게 늘어날 것”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김두식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63·사법연수원 12기)는 최근 이어지는 세종의 약진을 이끈 주역이다. 그가 취임한 이후 세종에 대한 기업들의 평가가 몰라보게 달라졌다. 한경비즈니스 ‘베스트 로펌’ 조사 결과가 이를 잘 보여준다. 매년 조사 때마다 줄곧 5위권에 머무르는데 그쳤던 세종은 김 대표가 지휘봉을 잡은 2019년 3위로 순위가 뛰었다. 올해는 광장과 태평양 등을 모두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 올해 평가 결과만 보면 김앤장의 아성에 도전할 수 있는 유일한 로펌은 세종뿐이다. 11월 18일 서울 광화문 세종 사무실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좋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하나의 세종’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내부 구성원들에게 ‘원펌(OneFirm)’을 줄곧 강조해 왔고 내부 구성원들도 여기에 잘 따라줬습니다. 이런 노력들을 통해 주요 고객인 기업들에 좋은 평가를 이끌어 냈다고 생각해요.”


▶원펌을 강조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변호사들이 혼자 일하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고객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워요. 그만큼 기업과 관련한 이슈가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이죠. 인수·합병(M&A)만 하더라도 단순히 성사시키는 것만으로 끝이 아닙니다. 노동이나 공정 거래 등의 분야에서 어떤 문제들이 발생할지 예측해 자문합니다. 이제는 로펌들이 하나만 잘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 여러 분야를 다 잘해야 하는 시대인 거죠. 고객들과 문제를 해결해 나갈 때 특정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각각의 팀들이 모두 힘을 합쳐 ‘하나의 팀’처럼 소통하며 업무해야 합니다. 이런 업무 방식을 의미하는 ‘원펌’은 현재 세종의 일하는 기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서비스 부문에서는 세종이 모두 ‘최고 로펌’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원펌’이라는 방향을 갖고 일하다 보니까 전문성이 더 나아질 수밖에 없죠. 자연히 기업들의 만족도 높아지면서 세종을 합리적인 가격에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펌이라고 평가해 준 것 같아요.”


▶작년에 비해 올해 세종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내부적으로 취약하거나 투자가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분야에 많이 집중했어요. 세종이 다른 분야에 비해 조세가 약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있었는데 올해 업계에 잘 알려진 변호사들을 영입해 국제조세팀을 만들었죠. 최근 이 분야에서 자문 수요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의료·제약·모빌리티와 같은 신성장 분야에 대해서도 투자를 많이 했고 점점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외국 기업을 상대로 한 마케팅에 더 주력하기 시작한 것도 작년과 달라진 부분이죠. 현재 외국 기업에 좋은 평가를 받고 있고 앞으로 상당한 변화가 일어날 겁니다. 인재 영입도 계속 이어 가 세종의 몸집도 훨씬 커졌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어떤 영향을 미쳤습니까.

“해외 부동산 투자 자문 같은 업무는 완전히 중단됐다고 보면 됩니다. 보통 이런 업무는 실사를 직접 변호사들이 나가야 하는데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로 갈 수가 없게 됐기 때문이죠. M&A 등 트랜젝션(거래) 분야도 상당히 위축됐지만 다행히 세종은 계속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 배경이 궁금합니다.

“올해 들어 입법과 규제가 많아지면서 이 분야의 수요가 크게 늘었습니다. 여기에 맞춰 세종도 입법·규제 부문을 크게 강화해 성과가 나오고 있어요. 지난해와 거의 비슷한 수준의 성장을 이어 가고 있어 코로나19를 잘 이겨내고 있다고 평가하고 싶어요.”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나요.

“아시아나항공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계속 아시아나항공을 대리해 매각을 진행하고 있죠. 산업계 최대 현안이라고 할 수 있는 항공 산업 구조 조정에 계속 관여하고 있는 셈이죠. 부유식 해상 풍력 발전 사업에 우리가 한국 최초로 외국 투자자를 대리해 업무를 성사시킨 것도 꼽고 싶네요. 쉽게 설명하면 바다에 떠있는 풍력 발전소를 세우는 것인데 한국 최초로 시도하는 것이라 법률적으로 넘어야 할 산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세종이 나서 이 사업을 한국 최초로 성사시켰습니다. 환경 문제가 점차 부각되는 만큼 많은 외국 기업들이 태양광 또는 풍력에 투자하기 위해 한국의 문을 두드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성과를 올린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 로펌업계의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나요.

“장기적으로 로펌들이 어떻게 생존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할 시기라고 봅니다. 코로나19로 재택이 일상화됐고 법률 자문 회의도 화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인공지능(AI)의 발달로 간단한 법률 서비스는 AI가 대신할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죠. 장기적인 생존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할 시기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로펌들이 테크놀로지에 투자하는 비율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어요. 그동안은 로펌 지출에서 건물 비용이 많았는데 이 부분은 크게 줄어들 겁니다. 세종도 코로나19를 계기로 테크놀로지 도입을 강화하고 있는데 엄청난 도전입니다. 로펌 업무 환경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찾기도 어렵고 또 보안 문제도 걸려 있어요. 보안을 간과했다가 고객 정보가 유출되기라도 하면 큰일 나겠죠. 테크놀로지 도입과 여기에 맞는 보안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 로펌들이 앞으로 늘어날 겁니다.”


▶내년 전망은 어떻습니까.

“밝다고 봅니다. 코로나19 백신 소식도 들리고 있고 만약 종식되지 않더라도 더 이상 경제 활동을 쉴 수는 없을 겁니다.”


▶어떤 분야에서 활발하게 자문이 이뤄질까요.

“구조 조정과 관련한 업무가 많아질 가능성이 높아요. 올해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구조 조정이 거의 일어나지 않았어요. 은행에 대출 연장을 가능하도록 만들어 부실해진 기업들도 살아남을 수 있었죠. 그런데 대출 연장이 내년에도 계속될 것 같지는 않아요. 결국 구조 조정하는 기업들이 생기고 여기에 따른 M&A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규제 관련 이슈도 많을 것 같아요. 금융 쪽을 예로 들면 금융소비자보호법이 통과됐고 시행령까지 나오면서 현재 증권가에서는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을 갖추고 기존의 업무 매뉴얼을 바꾸는 작업이 한창이라고 합니다. 정부 조사도 많아질 겁니다. 규제가 많아지면 조사도 많아질 수밖에 없어요. 이런 부분에서 소송이나 자문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enyou@hankyung.com


[‘2020 대한민국 베스트 로펌’ 커버스토리 기사 인덱스]-세종, ‘첫 2위’ 약진...김앤장은 11년 연속 ‘1위 수성’-2020년 최고의 변호사는?...14개 부문 13명 선정-김두식 세종 대표변호사 “내년 코로나19로 지연된 구조조정 M&A 수요 크게 늘어날 것”-김앤장, ‘막강한 맨파워’·‘독보적 팀플레이’...국내 최대 넘어 ‘글로벌 톱티어’로-광장, 조 단위 딜 잇따라 자문 ‘M&A팀 맹활약’-‘한국 최초 로펌’ 태평양, 코로나19 사태 속 존재감 부각-율촌, 사모펀드 러브콜 이어지며 M&A·조세 부문 경쟁력 강화-화우, 금감원 출신 대거 영입해 금융 전문성 강화...코로나19에도 성장 이어 가-동인, 10년 만에 한국 10위 로펌으로 고속 성장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4호(2020.11.23 ~ 2020.11.2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