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석 변호사의 법으로 읽는 부동산]
-경기 불황 속 대항력 있는 임차인의 임대차 계약 중도 해지 관련 분쟁 늘어
건물주 변경을 이유로 계약 중도 해지를 요구할 수 있을까 [최광석 변호사의 법으로 읽는 부동산]
[한경비즈니스 칼럼=최광석 로티스 법률사무소 변호사] 최근 들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고 향후 심각한 분쟁으로 확산될 소지가 높은 이슈가 있다. 상가 점포 소유권 변동을 기회로 해당 상가 점포 내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중도 해지를 요청할 수 있는지의 논란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임대차 건물 소유권이 변동되면 ‘변경된 건물주가 명도나 차임 인상을 요청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임차인의 고민거리였다. 상가 건물 임대차보호법 역시 임차인의 안정적인 영업 보장에 초점을 맞춰 왔는데 대항력의 적용 범위를 환산 보증금 기준 이하 임대차 계약에 국한하지 않고 확대한다거나 갱신요구권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최근 영업 부진이 계속되면서 안정적인 영업을 위해 장기로 계약했던 기간이 임차인에게 오히려 더 짐이 되고 있다. 임대인에게 어려운 사정을 이야기하고 합의하기를 시도하지만 쉽지 않다.

몇 년 전에 체결된 월차임 수준은 불황인 지금 기준으로는 너무 높아 이 조건에 맞춰 다른 임차인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어떤 수를 써서라도 중도 해지해야 하는 절박한 임차인으로선 ‘건물주 변경’이라는 기회가 생긴 것인데 이 때문에 건물주 변경을 기회로 임차인 중도 해지가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예전에는 상상하기 힘든 이런 사태로 인해 임대차 계약의 중도 해지 자체뿐만 아니라 건물 매매의 취소(해제)라는 분쟁으로도 이어지는 등 사회적 혼란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 적용 범위 확대 해석에는 신중해야

건물주 변경을 이유로 한 임차인의 중도 해지는 가능할까. 대항력 없는 임차인은 별다른 논란이 없다. 문제는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다. 대항력 있는 임대차라고 해도 임차인 보호를 위해 당연 승계에 대한 임차인의 이의 제기가 예외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그런데 이 사안의 적용 범위를 두고 논란이 있다. 임차인 보호 차원에서 위 판결의 적용 범위를 계약 종료된 상태가 아니라 계약 기간 도중 건물 소유권 변동의 경우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견해와 거래 안정을 위해 계약 종료된 상태에 국한해야 한다는 견해가 그것이다. 실무에서는 대체로 후자의 의견이었는데 이런 논란의 와중에 전자의 의견을 취하는 듯한 대법원 판결이 최근 선고되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극심한 영업 부진으로 임대차 중도 해지를 원하는 임차인들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관련 분쟁도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이 판결에 대한 해석이 실무에서 뜨거운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임차인의 이의 제기는 건물 양수도에 따른 면책적 당연 승계 원칙에 대한 엄연한 예외인데 이를 너무 폭넓게 인정하는 것은 입법 취지에 반할 수 있는 데다 보증금을 매매 대금에서 공제하고 정산하는 현재의 관행에서 소유권 이전 등기 이후 임차인의 이의 제기로 인해 대금 정산 문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확대 해석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즉 현재의 임차인 있는 부동산 매매 관행은 임대차 보증금을 매매 대금에서 공제하고 정산하는 것인데 임대차 기간에 있는 임차인의 이의 제기로 임대차 중도 해지가 가능하다고 하면 매매 대금 정산 문제와 임대차 계약 유지에 관한 매수인의 신뢰 보호 나아가 임대차 계약의 존속을 믿고 이뤄진 매매의 효력까지 여파가 미칠 수 있게 된다. 이런 불안정한 법률 관계는 부동산 거래까지 위축시킬 가능성도 있다.

더욱이 소유권 변동을 통해 임대인 지위가 이미 면책적으로 승계되는 효과가 발생했는데 그 후 임차인의 이의 제기로 이런 승계 효과를 없었던 것으로 번복하고 기존 건물주에게 보증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은 법리적으로도 부자연스럽다. 종합적으로 보면 이 판결의 적용 범위를 임대차 목적물 양도 이후 임차인의 해지 통보가 있었던 것에까지 확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4호(2020.11.23 ~ 2020.11.2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