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온라인 유통전쟁 2라운드]
-480만 중소상공인 손잡고 아마존 닮은꼴로…매 분기 매출 신기록 행진
물류·콘텐츠까지 등에 업은 네이버…2021년 글로벌 진출 ‘포문’
[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 ‘물류’로 피 튀기는 경쟁을 벌인 온라인 유통 대전에 2라운드가 열렸다. 네이버가 CJ와 손잡으며 물류와 콘텐츠 역량을 강화했고 글로벌 전자 상거래 1위 아마존이 국내 통신사 1위 SK텔레콤의 손잡고 한국에 상륙했다. 로켓 배송으로 물류 전쟁의 방아쇠를 당긴 쿠팡은 신사업으로 영토를 넓히고 있다. 전통 유통 강자들의 온라인 전환도 이어졌다. 롯데와 신세계는 뼈를 깎는 체질 개선으로 온라인 시장에 대응하고 있고 GS리테일은 GS홈쇼핑과 합병하며 온라인 유통 시장의 새로운 복병으로 떠올랐다. 절대 강자가 없는 한국 온라인 시장의 승기는 누가 잡을까. 온라인 유통 전쟁 2라운드에 돌입한 각 기업의 경쟁력을 분석했다.


네이버는 온라인 쇼핑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지난해만 21조원에 달하는 거래가 네이버에서 이뤄졌다. 결제 건수는 6억 건에 달했다. 올해 예상 거래액은 지난해보다 무려 50% 증가한 30조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올해 들어 커머스 분야 매출이 매 분기 신기록을 달성하며 검색 공룡이었던 네이버가 쇼핑 공룡으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네이버 전체 매출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서치플랫폼(검색 광고·디스플레이 광고)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한 자릿수 증가한 반면 커머스 부문 성장률은 40.9%에 달했다. 특히 커머스를 중심으로 핀테크·콘텐츠·클라우드 서비스가 상호간의 성장을 촉진하며 네이버 생태계를 이끌고 있다. 또한 검색·결제·쇼핑으로 확보한 자체 고객데이터는 네이버가 가진 가장 큰 힘으로 꼽힌다.




◆CJ와 손잡으며 물류+콘텐츠 강화



네이버의 약점으로 꼽혀 왔던 ‘물류 경쟁력’마저 확보했다. 네이버가 CJ와 6000억원 규모의 상호 지분 투자를 진행하면서 물류와 콘텐츠 부문의 역량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CJ대한통운이 가지고 있는 전국 단위의 촘촘한 물류 배송 시스템과 글로벌 물류 인프라는 네이버의 성장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대규모 물류 투자를 통해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물류 경쟁력을 키워 오던 쿠팡·신세계 등과는 다른 노선을 택한 것이다.



한국 1위 택배사 CJ 대한통운과의 협력은 서로에게 시너지로 작용할 전망이다. CJ대한통운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e-풀필먼트(통합 물류센터), 허브 터미널, 글로벌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네이버는 이번 협력으로 주문부터 배송 알림까지 전 과정을 디지털화하고 수요 예측, 물류 자동화, 재고 배치 최적화, 자율주행, 물류 로봇 등의 디지털 물류 시스템을 한층 정교화하며 스마트 물류 체계를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CJ대한통운은 내년 상반기 곤지암 인근 네이버 전용 풀필먼트 센터(약 3만3057㎡)를 확보해 월 130만 박스 수준의 물량을 처리할 방침이다. 이커머스 글로벌 확장에도 CJ대한통운의 역량이 발휘될 예정이다.



CJ그룹과의 지분 맞교환으로 강화된 부문은 또 있다. 바로 콘텐츠다. 네이버 플랫폼과 CJ ENM, 스튜디오드래곤 등 CJ 콘텐츠 계열사들과의 협력 모델들이 거론되고 있다. 네이버 웹툰과 웹소설 등 콘텐츠 IP를 활용해 CJ ENM에서 드라마를 제작해 방영할 수 있다.



네이버가 콘텐츠 경쟁력을 키우는 이유는 아마존에서 찾을 수 있다. 아마존은 구독 서비스 아마존 프라임(월 12.99달러)을 통해 무료 배송이나 빠른 배송뿐만 아니라 영화·드라마·음악·무제한 독서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아마존은 2010년부터 스튜디오를 설립해 영화와 TV 드라마를 제작하고 있다. 아마존이 드라마를 제작하는 이유는 신규 회원을 창출하고 유료 서비스 매출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아마존은 2004년 이 멤버십을 출시해 현재 전 세계 17개국에서 가입자를 1억5000만 명 이상 확보하고 있다. 현재 가입자 수와 연회비를 계산해 보면 아마존은 매년 아마존 프라임으로 약 21조원을 버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현재 네이버는 데이터를 통해 소비에 대한 모든 분석이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토대로 쇼핑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이라며 “드라마나 영화 등 콘텐츠 확보를 통해 한국 소비자뿐만 아니라 글로벌 소비자를 확보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류·콘텐츠까지 등에 업은 네이버…2021년 글로벌 진출 ‘포문’
◆최저가·페이 연동으로 성장한 네이버 쇼핑



네이버는 검색을 기반으로 ‘최저가’ 경쟁력을, 네이버 페이와의 연동으로 손쉬운 결제를 내세우며 성장했다.



지난 8월에는 공산품 위주였던 쇼핑 카테고리를 신선식품까지 확대했다. 전통 시장, 현대백화점 식품관, GS프레시, 하나로마트 등까지 입점하자 네이버에서 장보기까지 가능해졌다. 게다가 최근에는 네이버 쇼핑에서 2030 남성을 겨냥한 남성 패션 편집숍 ‘미스터’를 오픈해 무신사를 정조준하기도 했다.



네이버페이·콘텐츠·통장 등을 연결한 구독 서비스로 충성 고객을 확보하며 ‘자물쇠 효과’까지 키웠다. 지난 6월 네이버가 선보인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은 월 4900원. 쇼핑할 때마다 결제액의 5%를 페이 포인트로 돌려받는다. 한 달에 10만원을 네이버에서 결제하면 페이포인트는 5000원이 적립된다. 네이버 장보기 포인트는 결제액의 최대 10%까지 적립된다. 여기에 적립 포인트를 웹툰과 음원 등 네이버 생태계의 서비스에서 활용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네이버는 온라인 쇼핑 시장 장악력을 키우기 위해 멤버십 혜택을 강화할 예정이다.


◆480만 판매자, 네이버 광고 이용하며 선순환



네이버는 480만 중소상공인(SME)을 통해 커머스 경쟁력을 높여 왔다. 네이버는 대형 리테일러가 아니다. 그 대신 수많은 소상공인을 등에 업었다. 오프라인 상권 위협을 받은 소상공인들이 네이버의 플랫폼을 이용해 온라인 전환을 꾀하자 판매자가 급속도로 증가했다.



네이버는 업계 최저 수수료, 손쉬운 마케팅과 낮은 진입 장벽, 온라인을 통한 대대적인 교육 등을 내세우며 빠르게 판매자들을 확보했다. 네이버 쇼핑몰인 스마트스토어 판매자 수는 매 분기 약 3만 명씩 증가하고 있다. 스마트스토어 거래액 성장에도 속도가 붙었다. 올해 1분기 56%, 2분시 64%, 4분시 72%로 매 분기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네이버는 커머스뿐만 아니라 물류·금융 등 모든 신사업에서 ‘SME의 성장’과 ‘상생’을 전면에 내걸고 있다. 네이버는 전국의 소상공인들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나 쇼핑라이브(라이브 커머스), 네이버파이낸셜의 SME 대출 등 네이버 내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사업 기회를 키우고 있다고 강조한다.



업계에선 네이버의 상생 전략을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SME의 성장은 네이버의 커머스 생태계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 많은 판매자와 구매자가 네이버 쇼핑 생태계로 몰림에 따라 수수료 매출이 증가한다. 판매자들 간 경쟁 심화에 따른 쇼핑 검색 광고 매출, 플러스 멤버십 월정액 매출도 증가하면서 커머스 전체 수익성도 끌어올릴 수 있다. 소상공인과 상생하며 성장한 플랫폼 이미지를 굳히며 '플랫폼 독점' 기업이라는 비난도 피해갈 수 있다.



올해 네이버에는 전년 대비 40% 이상 많은 SME와 창작자가 들어온 만큼 이들의 디지털 전환 속도를 빠르게 높이기 위해 전방위 지원에 나선다. 이를 위해 네이버는 2년간 1800억원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네이버는 비대면 중심의 교육 커리큘럼을 강화하고 사업자 성공 사례 공유, 데이터 분석, 광고 전략 설계 등 프리미엄 컨설팅 과정도 별도로 구축한다.

예를 들면 해외 직구 사업을 하는 판매자는 관세사와,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업장을 병행하는 판매자는 노무사·세무사 등과 보다 빠르게 연결돼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한 SME와 창작자들이 더욱 손쉽고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쇼핑라이브’ 기술을 고도화한다. 쇼핑라이브는 8월 대비 참여자 수가 120%, 거래 규모는 150% 상승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만들어 가고 있다. 네이버 파이낸셜을 중심으로 SME 금융 지원 프로그램 강화에도 나선다.
물류·콘텐츠까지 등에 업은 네이버…2021년 글로벌 진출 ‘포문’
특히 커머스와 콘텐츠는 글로벌 진출이 가장 유력한 사업부문으로 꼽힌다. 네이버는 2021년을 글로벌 진출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 일본 자회사 라인과 소프트뱅크의 Z홀딩스 경영 통합으로 해외 진출 발판이 만들어졌다는 판단에서다.



한성숙 네이버 사장은 11월 23일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내년은 일본에서 경영 통합이 본격화되는 시점이고 이는 네이버의 글로벌 사업에도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업계에선 네이버쇼핑이 CJ대한통운의 글로벌 물류 인프라를 이용해 해외 직구와 역직구를 모두 지원하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내다본다.


실제 한 사장은 “한국보다 글로벌 진출에 중점을 두고 CJ대한통운과 물류 방식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내년부터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중소상공인의 해외 진출도 지원한다. 웹툰 작가들이 해외 콘퍼런스나 도서전에 참여해 현지 사업 가능성을 타진했던 것처럼 ‘글로벌 스몰 자이언츠 연수 프로그램’을 만들어 중소상공인의 판로 확대를 모색할 방침이다. 이 프로그램은 한 사장이 직접 챙길 예정이다.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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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5호(2020.11.30 ~ 2020.12.0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