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온라인 유통 전쟁 '2라운드']
-GS리테일·GS홈쇼핑 합병
-연간 거래액 15조원 달하는 유통 대기업 탄생
GS, 이커머스업계 ‘새 복병’으로 떠올라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GS그룹은 최근 오프라인 유통의 강자로 자리매김한 GS리테일과 온라인 모바일 커머스에 강점을 가진 GS홈쇼핑을 합병하기로 결정했다. 합병 후 존속 법인은 GS리테일로, 두 회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 결합 심사와 양 사 주주 총회 등의 절차를 거쳐 내년 7월까지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합병까지 걸리는 시간이 꽤 남아 있는 만큼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GS는 이커머스 시장의 판도를 뒤엎을 강력한 후발 주자로 떠올랐다. 합병이 성사되면 자산 9조원, 연간 거래액 15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온·오프라인 유통 대기업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합병을 결정하게 된 이면에는 GS그룹이 느낀 위기감이 자리한다. GS리테일과 GS홈쇼핑이 계속 성장하고 있었지만 내부에서는 마냥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만큼 유통업계의 지형이 계속 빠르게 변하고 있었고 경쟁사들의 공세도 갈수록 치열해졌다.

◆올해 초부터 합병 염두에 둔 ‘실험’ 진행


예컨대 GS리테일은 전국 1만5000여 개에 달하는 GS25 편의점을 비롯해 슈퍼마켓(GS더프레시 320여개), 호텔(그랜드 인터컨티넨탈 등 6개) 등을 보유한 오프라인 유통의 강자다.

그중에서도 편의점을 앞세워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10%가 넘는 고성장을 이어 갔다. 하지만 편의점업계의 경쟁 심화와 비대면 소비 확산 등에 따라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성장의 돌파구 찾기에 고심하고 있었다.

GS홈쇼핑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스마트폰의 확산에 따른 TV 시청 인구의 감소로 일찌감치 모바일 커머스로 사업을 전환하며 역량을 집중했고 그 결과 매년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해외 기업들은 물론 오프라인 기반을 갖춘 대형 사업자들이 온라인 커머스 시장에 속속 뛰어들며 경쟁이 심화되는 것이 문제였다. 성장 속도는 예전만 못했고 신성장 동력 찾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GS 내부에서는 어떻게 하면 유통 시장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했다. 그 결과 각각의 분야에 강점을 가진 두 회사를 합병해 ‘시너지’를 내보자는 결론을 내렸다.

합병 사실이 공개된 것은 최근이지만 사실 올 초부터 내부에서는 이를 염두에 두고 다양한 ‘실험’을 시작해 왔다. 두 회사의 고위 임원이 참여하는 ‘GS유통협의체’를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협력 과제를 도출해 실행한 것이다.

이를테면 GS25 점포 판매 와인을 GS홈쇼핑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주문 받거나 GS리테일 콜드체인망을 활용해 GS홈쇼핑의 식품류를 당일 배송하고 공동 기획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이런 협업과 테스트 사업을 통해 시너지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고 최종적으로 합병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025년 거래액 25조 달성 목표


합병 법인 GS리테일은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는 온·오프라인 통합 커머스 플랫폼’을 목표로 내세웠다. 양 사가 온·오프라인에서 가진 고객과 상품 역량을 한데 모아 유통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극대화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내부에서 합병을 통해 기대하는 시너지 중 첫째는 고객 기반 강화다. 현재 GS리테일은 1400만 명, GS홈쇼핑은 1800만 명의 회원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중복 회원을 제외하더라도 약 2600만 명의 고객 기반을 확보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이벤트 프로모션을 제공해 이른바 ‘충성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둘째는 ‘옴니 채널’ 구축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방식으로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제고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GS리테일의 B2B 물류 시스템과 편의점 플랫폼, GS홈쇼핑의 모바일 자원과 현금 창출력이 결합돼 옴니 채널로서의 경쟁력이 극대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셋째는 상품 카테고리 확대다. GS홈쇼핑은 패션·리빙·건강 카테고리에 강한 반면 GS리테일은 신선식품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양 사의 상품 경쟁력을 합침으로써 통합 법인 회원들의 쇼핑 만족도를 더욱 높인다는 계획이다.

물류 부문에서의 경쟁력 강화 역시 합병 이후 기대되는 부분이다. 통합 법인은 전국에 약 20개에 달하는 콜드체인망(저온 센터)과 28개의 물류센터, 24개의 물류 전담사를 보유하게 된다. 이런 물류 역량들을 결집시켜 종합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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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1만5000개에 달하는 편의점과 오프라인 점포들도 물류의 전진 기지로 활용해 나갈 방침이다. 갈수록 규모가 커지는 온라인 쇼핑 추세에 발맞춰 배송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인데 이커머스업계에서는 특히 이 부분을 주목한다.

이른바 ‘배송 전쟁’에 뛰어들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통합 법인이 편의점 등을 활용한 새벽 배송이나 2시간 이내에 배송을 완료하는 ‘초스피드 배송’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처럼 빠른 배송을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디지털 기술인데 GS는 양 사의 역량을 결집해 디지털 부문에서의 기술력 또한 한층 견고하게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합병 법인을 어떻게 운영해 나갈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GS가 롯데의 방식을 따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롯데온(ON)’이라는 하나의 통합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자사가 운영하는 모든 유통 채널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한 것처럼 GS 역시 유통사들의 상품을 한곳에 모아 판매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계획대로라면 내년 7월 통합 법인이 출범하게 되는데 실질적인 시너지 효과가 나기까지는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객을 통합하는 작업만 하더라도 한 명 한 명에게 일일이 동의서를 받아야 하는 등 수개월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일단 주사위는 던져졌다. GS는 양 사의 합병을 통해 2025년 기준 거래액 25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합병 법인의 현재 거래액(약 15조원)을 감안할 때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매년 약 10% 이상의 성장을 이어 가야 한다. 이와 관련해 GS리테일 관계자는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채널 통합에 집중해 현재 2조8000억원 규모인 모바일 커머스 채널의 취급액을 7조원까지 늘릴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네이버의 거래액이 약 20조원, 쿠팡이 약 17조원 규모로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합병 법인 GS리테일의 재무 구조가 탄탄하고 투자 여력도 충분한 점을 감안할 때 온라인 유통업계 최강자를 노려볼 만한 충분한 잠재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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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5호(2020.11.30 ~ 2020.12.0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