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온라인 유통 전쟁 '2라운드']
-글로벌 인재 영입 속도 내며 상장 채비…쇼핑 플랫폼에서 종합 플랫폼으로 도약 밑그림
'쿠팡 없이 못사는 삶' 목표…동영상·패션·중고차까지 영역 넓힌다
[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쿠팡이 다양한 신사업에 진출하며 영역을 넓히고 있다. 동영상 서비스·패션·중고차·핀테크뿐만 아니라 입점 업체의 풀필먼트부터 3자 물류까지 올해 공격적으로 신사업을 확대하며 체질 개선에 나섰다. 목표는 쇼핑 플랫폼에서 종합 플랫폼으로 도약하는 것이다. 여기에 적자를 보전(補塡)하기 위한 캐시카우를 발굴하고 수익성 강화까지 꾀한다는 전략이다.



쿠팡은 몇 년간 당장의 손익 개선보다 물류·페이·멤버십을 묶어 소비자들이 ‘쿠팡 없이는 못 사는 삶’을 만들겠다는 전략을 취해 왔다. 이는 쿠팡이 롤모델로 삼는 미국 아마존의 행보를 그대로 따르는 것이다. 지난 7월 쿠팡은 오픈 마켓 사업자를 위한 로켓 제휴 서비스를 내놓고 본격적으로 풀필먼트 역량을 강화했다.



이전에는 쿠팡이 직매입한 상품에만 로켓배송이 가능했다. 로켓 제휴를 통해 입점 판매자도 상품 보관부터 로켓 배송, 고객만족(CS) 응대까지 한 번에 가능해졌다. 쿠팡의 알고리즘이 필요한 재고를 예측해 판매자에게 데이터를 제공하면 판매자가 쿠팡의 로켓 물류 센터에 상품을 입고시키고 쿠팡이 매입하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로켓 제휴 기본 수수료는 상품마다 일부 차이는 있지만 대략 25~30%로 알려졌다. 평균 입점 수수료가 10%인 것과 비교하면 2~3배 정도 높지만 소규모 사업자들에게는 광고 효과도 따라온다. 로켓 제휴 상품은 상품 검색 화면에 ‘로켓 제휴’가 명시된 배지가 별도로 부여되고 ‘로켓 배송만 모아보기’ 필터도 적용돼 상품의 노출 빈도를 높일 수 있다.



풀필먼트 역량을 강화한 쿠팡은 1년 만에 택배 사업에 다시 도전한다. 쿠팡은 2018년 택배 사업자(화물 자동차 운송 사업자) 자격을 취득했지만 외부 물량 의무 비율 준수가 어려워지면서 지난해 다시 자격을 반납했다. 이후 1년 만인 지난 10월 말 다시 국토교통부에 자격 신청서를 제출했다. 쿠팡 배송 직원과 대형 택배사 직원의 근무 환경을 직접 비교하는 표를 만들기도 했다. 이르면 연내 자격 취득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택배사는 쿠팡을 강력한 경쟁자로 인식하고 있다. 쿠팡은 쇼핑부터 물류까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풀필먼트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쿠팡 없이 못사는 삶' 목표…동영상·패션·중고차까지 영역 넓힌다
◆쿠페이 분사로 핀테크 확대하나




쿠팡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사업에서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싱가포르 기반의 동남아시아 3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훅디지털을 인수한 데 이어 최근 사업 목적에 기타 부가통신 서비스(온라인 VOD 콘텐츠)와 온라인 음악 서비스 제공업을 추가했다. ‘쿠팡 스트리밍’, ‘쿠팡 플레이’, ‘쿠팡 티비’, ‘쿠팡 오리지널’, ‘쿠팡 비디오’, ‘쿠팡 라이브’ 등의 상표권도 출원했다.


이를 통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와 라이브 커머스 등 비디오 커머스 영역까지 활로를 넓힐 것으로 보인다. 쿠팡이 라이브 커머스 전담팀을 신설하고 직원 채용이 나서자 서비스 개시 시점이 근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OTT까지 영역을 넓히면 아마존의 구독 서비스 아마존프라임처럼 쿠팡의 유료 회원 서비스 ‘로켓 와우’혜택 역시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핀테크 사업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쿠팡은 올해 4월 간편 결제 서비스인 쿠페이를 자회사 쿠팡페이로 분사했다. 이미 쿠페이는 거래액 규모로 한국 3위다. 쿠페이 관련 사업을 확장하는 것 외에 혁신적인 핀테크 서비스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쿠팡 내에서만 사용했던 쿠페이를 외부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개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쿠팡페이의 사업 목적에 전자 금융업뿐만 아니라 콘텐츠 제작업, 사이버 출판업을 담은 것은 콘텐츠 서비스를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다.



지난 9월에는 상표권 ‘쿠릉’을 등록하면서 자동차 금융업과 자동차 보험 관련 상담과 중개업, 중고차 감정업, 중고차 평가 관련 정보 제공업 등을 지정 상품으로 등재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조만간 쿠팡이 직접 중고차 거래에 뛰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패션 중심의 카테고리도 강화하고 있다. 의류는 식품에 비해 폐기 부담이 낮고 중간 이윤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쿠팡은 올해 C에비뉴 등을 통한 패션 카테고리를 확대하고 있다.



도서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높은 접근성과 배송 노하우를 통해 기존 온라인 서점 서비스들을 빠르게 따라잡으며 시장 판도를 바꾸는 중이다. 2016년부터 예스24와 손잡고 도서 판매 시장에 진입한 쿠팡은 최근 출판사와의 직접 계약을 통해 ‘로켓 배송 도서’를 꾸준히 늘려 가고 있다.



출판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출판사와의 직접 계약을 시작한 이후 출판시장에서 쿠팡 매출 점유율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며 “기존 온라인 서점보다 매출이 잘 나오는 책도 있고 소비자가 다른 상품을 구매하다가도 책을 구매할 수 있어 진입 장벽이 낮은 만큼 출판업계에서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쿠팡 없이 못사는 삶' 목표…동영상·패션·중고차까지 영역 넓힌다
◆쿠팡, 올해 채용 빅3 등극



네이버가 커머스 장악력을 키우고 롯데와 신세계 등 전통 유통 공룡까지 디지털 전환에 본격적으로 나서자 쿠팡의 실적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쿠팡이 온라인 쇼핑업계에 물류 경쟁을 일으킨 주역이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소비의 주도권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하게 바뀌면서 쿠팡의 ‘계획된 적자’가 언제쯤 종지부를 찍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 7조원을 넘어서는 사상 최대 규모 매출을 달성했다. 적자 탈출은 여전히 미지수다. 작년 7000억원대로 적자가 줄었지만 올해는 다시 1조원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쿠팡에 2020년은 기회이자 위기의 해였다.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온라인 상품 주문이 급증하면서 쿠팡의 매출은 또다시 역대 최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만큼 예상하지 못했던 추가 비용 지출이 늘었다.



알베르토 포나로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8월 사내 e메일을 통해 “코로나19는 올해 우리에게 예상하지 못한 거래량 15% 정도를 증가시켰지만 우리는 연간 5000억원 상당의 코로나19 관련 지출을 부담하게 됐다”고 말했다.



쿠팡은 2500명에 달하는 안전 감시 요원을 고용하는 등 방역 관련 비용을 대거 늘리며 코로나19에 자체적으로 대응해 왔다. 대규모 물류 투자 역시 이어 갔다. 쿠팡은 충북 제천에 축구장 14개 규모의 최첨단 물류 센터를 건립하는 등 올해에만 총 5개의 지역 첨단 물류 센터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 대전·금왕·광주·김천까지 물류 센터에 투입되는 재원만 총 5840억원에 달한다. 쿠팡은 코로나19로 배달 시장 규모가 급성장함에 따라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 ‘쿠팡이츠’에도 공격적인 투자와 마케팅을 이어 가고 있다.



쿠팡의 투자가 이어질 때마다 나스닥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 가능성이 매년 제기되고 있다. 나스닥은 대규모 적자를 냈어도 성장 가능성만 입증하면 상장할 수 있다.


쿠팡은 이를 위해 글로벌 인재를 대거 영입하고 나섰다. 올해 케빈 워시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이사를 비롯해 이력이 쟁쟁한 인물들이 쿠팡 임원으로 합류했다. 투안 팸 전 우버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신임 CTO로 영입했고 청와대 법무비서관, 주미대사관 사법협력관, 유엔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 정부대표, 헤이그 국제사법회의 정부대표 등을 역임한 강한승 변호사가 경영관리총괄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하반기에는 이스트소프트 공동 창업자로 구글과 우버 등에서 일한 전준희 부사장을 개발총괄로 영입했고 앞서 머서코리아 등 글로벌 HR컨설팅 기업의 대표를 역임한 김기령 부사장이 합류했다. 또 유인종 전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상무와 박대식 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경기북부지사장도 안전관리 분야 부사장과 전무로 각각 영입했다. 추경민 전 서울시 정무수석은 대관 부문 부사장으로 쿠팡에 입사했다.

임원급뿐만 아니라 직원 채용 역시 대규모로 이뤄졌다. 쿠팡은 올해만 1만4000여 명을 채용하며 한국 채용 빅3 기업에 올랐다.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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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5호(2020.11.30 ~ 2020.12.06) 기사입니다.]